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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 것인지. .그러니까 그래도 몸 지만문태준 시인


어떤 소리는 추억을 불러온다. 가령 작은 트럭에 제철에 난 농산물이나 잡화를 싣고서 시골 마을 혹은 도심의 골목을 다니면서 물건을 팔기 위해 손님을 부르는 목소리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목소리는 대개 장사하는 분의 음성으로 직접 녹음을 해서 차량에 매단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것 같은데, 얼마 전 골목에서 “수박 삽서 수박, 참외도 삽서 참외”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소리도 장사를 하는 분의 육성 같았다. 불볕더위 속에서 들려온, 제주어로 된 목소리에 끌려 나는 잠깐 집 바깥으로 나갔다. 장사하는 분은 밀짚모자를 쓰고, 수건을 목에 두르고 있었고, 차량에는 수박과 참외가 한가득 실려 있었다. 수박과 참외는 밭에서 직접 받아온 것이라웨이브일렉트로 주식
고 했다. 나는 수박 한 통과 참외 몇 개를 샀다. 해가 질 무렵 육지의 고향집 마을에 잡화를 싣고 와 팔던 사람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동네 어른들은 잡화를 싣고서 차량이 오면 집에서 나와 물건을 사되, 냉수에 미숫가루를 탄 것을 그릇에 담아 와서 그분께 줬던 기억도 머릿속에 떠올랐다.
추억 부른 제주 방언 행상 소리 원두막 시원한 파칭코게임다운로드
바람도 그리워 현실은 덩굴 떼는 텃밭의 시간
■
「 」



김지윤 기자


사실 올해 내 집 텃밭에는 수박과 참외 모종을 여럿 심었고, 수일이 지나면 몇 개는 딸 수도 있는 상황황금성배당
이었다. 그러나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옛 생각이 났고, 이 염천에 수박과 참외를 팔기 위해서 이곳저곳을 다니는 일이 여간 고생스러운 일이 아닌 것을 알기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물론 올해 내 집 텃밭의 수박과 참외 농사가 말할 수 없이 부실한 까닭도 있었다. 게다가 수박과 참외는 내 몫만의 것도 아니었다. 얼마 전 텃밭에 갔더주식거래시간
니 작은 수박 한 통이 깨어져 있었고, 꽤 노랗게 익은 참외도 누군가 돌로 깬 듯이 깨어져 있었다. 수박과 참외에는 이빨 자국이 나 있었다. 집 주변을 돌아다니는 들고양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박과 참외를 따서 그나마 성한 쪽이라도 먹을까 고민을 하다 미뤘는데, 다음날 보니 수박과 참외는 이미 반절 밖에 남아 있지 않았고, 그 반쪽에는 벌과 나비가강시
와서, 말하자면 달콤한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잠시 낙담했지만 그냥 둘 수밖에 없었다. 또다시 다음 날에 가서 보니 개미떼가 와서 먹고 있었고, 참외는 이미 납작한 접시처럼 변해서 그 위에는 참외의 씨앗만 남아 있었다. 아내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아내는 “참외 한 알의 생태계네요. 참외 한 알이 사람보다 크고 넓어요”라고 말했다. 수박과 참외를 따서 먹지 못해 조금은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 있던 나는 머쓱해서 웃고 말았다.
제주의 시골 마을을 지나다 보면 더러 수박과 참외를 심어 놓은 밭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밭머리에 원두막이 있는 것도 보게 되는데, 며칠 전에는 이웃 동네의 한 원두막에서 수박을 잔뜩 쌓아 놓고 두 통에 만 원씩 팔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날엔 원두막에 들를 수 없었지만, 여름이 끝나기 전에 한 차례 찾아가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수박도 두 통 사고, 그 원두막 한 귀퉁이에 잠깐 동안 앉아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렸을 적에 친척집 원두막에 올라가 누워 있을 때 이따금씩 불어오던 시원한 바람이 거기에도 있을 테고, 또 그때 느꼈던 설렘과 상쾌한 들뜸 같은 것이 아직 내 마음에 남아 있는지를 알아보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내 텃밭과 작은 정원의 일은 더할 나위 없이 바빠졌다. 여름은 덩굴의 시간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덩굴은 활력이 있고, 기운이 세다. 넘어서지 못하는 곳이 없고, 어디로도 간다. 작년에 옆집 할머니께서 늙은 호박을 쪼개서 밭 여기저기에 던져두시기에 그것을 보고선 나도 따라 했더니 올해 텃밭에는 호박 덩굴이 밭을 다 덮을 정도이다. 덩굴은 서로 엉키기도 하고, 길로 뻗어가기도 해서 볼 때마다 호박의 덩굴을 내 밭쪽으로 다시 돌려놓는다.
나무에는 덩굴이 뻗어가며 나무를 감아 오르기도 한다. 꾸지뽕나무와 팽나무에는 덩굴이 나무를 휘감고 있어서 혹시 나무가 고사하지 않을까 염려가 될 정도였다. 그래서 지난주에는 날을 잡아서 덩굴을 떼어내는 일을 했다. 덩굴은 칡처럼 굵었다. 이토록 굵어지기까지는 십 수차례의 여름이 지났을 것이었다. 톱과 전정가위를 들고서 막상 일을 시작하려니 앞이 막막하기만 했다. 하나씩 덩굴을 걷어냈는데, 다 걷어낼 때까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고, 몸도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나무를 감고 있던 덩굴을 걷어내고 나니 기둥과 가지가 시원하게 드러났고, 마치 내게 있던 크고 오래된 근심이 사라진 듯했다. 올해 여름을 후일에 떠올린다면 덩굴을 치우고 없앤 일이 첫 번째로 생각나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의 일상에도 호박 덩굴 같고, 나무를 감아 오르는 덩굴 같은, 여름이라는 시간의 덩굴이 뻗어가며 자라고 있다.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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