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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여기로 와요. 어두워지면 무서워요.” “나 말고 다 죽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검은 스크린에서 들려오는 6살 소녀의 목소리에 객석 여기저기서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3일 오후(현지시각) 제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리도섬, 튀니지 여성 감독 카우사르 벤 하니야의 ‘힌드 라잡의 목소리’ 공식 상영관에서였다. 지난해 1월 삼촌 부부, 사촌 4명과 함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탈출하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세상을 떠난 개인회생전세보증금 소녀 힌드 라잡의 마지막 시간을 재구성한 영화다.
검은 스크린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가족들이 죽고 난 뒤 적신월사 구조팀과 통화하는 힌드 라잡의 실제 목소리다. 구조팀은 불안과 공포에 떠는 아이를 달래며 현지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아이를 구할 구급차를 수배한다. 90분간 등장인물 4명이 좁은 사무실에서 통화하고 대화하는 게 전부인 전개이 저축은행 수탁법인 지만, 그들이 전하는 다급함과 절망은 실화의 힘과 간결하고 명료한 연출력으로 관객들 가슴 깊숙한 곳에 박힌다.
고작 차로 8분 거리, 걸어도 4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소녀에게 도착할 구급차를 찾는 건 밤이 되도록 해결되지 않는다. 가까스로 구한 구급차의 구조대원 두명의 목소리는 통화 중 총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영화는 당시 적신월사 직원들 수협 금리 의 실제 통화 동영상과 그 상황을 그대로 연기하는 배우를 겹쳐 보여준다. 2023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올파의 딸들’ 등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해온 감독의 연출적 역량을 통해 ‘이것은 허구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가 끝난 뒤 박수 소리는 23분이나 이어졌다. 이번 영화제 경쟁 부문 상영작 대신저축은행지점 중 가장 긴 시간이다. 일부 관객은 팔레스타인기를 꺼내 들거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상영 직전 배우들과 함께 검은 옷을 입고 상영관 ‘팔라초 델 치네마’의 레드 카펫을 밟은 벤 하니야 감독의 손에는 분홍색 티셔츠에 화관을 쓰고 웃는 힌드 라잡의 사진이 들려 있었다.
영화 사진제공 ‘힌드 라잡의 목소리’ 스틸컷.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제공
이날 공식 상영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은 적신월사 대원으로 출연한 배우 사자 킬라니의 호소문 낭독으로 시작됐다. 그는 “힌드 라잡의 목소리는 지난 2년간 가자에서 살해된 수만명의 아이들 가운데 단 하나의 목소리에 불과하다”며 “단 한명의 아이가 생존을 애원하도록 강요당하는 한, 그 누구도 평화롭게 살 수 없다”고 호소했다.
벤 하니야 감독은 지난해 초 10년간 준비해온 영화를 중단하고 이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사안의 긴급함으로 1년간 숨 가쁘게 완성한 이 영화를 보고, 배우 브래드 핏, 호아킨 피닉스, 감독 알폰소 쿠아론 등이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며 힘을 실었다. 벤 하니야 감독은 “힌드 라잡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단순히 한 소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곧 가자 전체가 내는 절규였고, 아무도 들어가 도울 수 없었다. 나에게는 분노와 무력감이 뒤섞인 강렬한 충동이 일었고, 그것이 이 영화를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베네치아/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