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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립 노 모어'의 한 장면. /사진=미쓰잭슨


    관객이 무대를 자유롭게 누비며 공연을 관람하는 몰입형(이머시브) 공연의 대표작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가 한국에 상륙했다. 지난해 폐관한 서울 충무로의 대한극장이 '슬립 노 모어'의 전용 극장 '매키탄 호텔'(Mckithan hotel)로 원리금균등분할상환 탈바꿈해 21일부터 정식으로 관객들을 맞는다.
    ▶[관련 뉴스] '슬립 노 모어' 연출가 "행운은 모험하는 관객에게 주어지죠"
    '슬립 노 모어'는 기존의 공연 관람 방식을 완전히 뒤집은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우선 건물 전체가 무대다. 객석은 없다. 관객은 건물 곳곳을 탐험하고, 가까이 보고 싶은 배우를 따라 나만의 법인기업대출 여정에 나선다. 같은 건물 안에서도 다른 관객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슬립 노 모어'의 한 장면./사진=미쓰잭슨


    이 같은 이머시브 장르를 개척한 '슬립 노 모어'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 중소기업확인 스>를 대사 없이 배우들의 몸짓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여기에 음향, 조명 연출 등을 통해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 스타일의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제목은 주인공 맥베스가 들은 환청에서 착안했다.
    스코틀랜드 장군인 맥베스는 장차 왕이 될 것이란 세 마녀의 예언을 듣고 권력욕에 눈이 머는 인물이다. 그는 잠자는 왕을 스피드론 살해한 뒤 어디선가 이런 목소리를 듣는다. "더 이상 잠들지 못하리라! 맥베스는 잠을 죽여버렸다."(Sleep no more! Macbeth does murder sleep.) 죄책감에 시달리는 맥베스의 영원한 고통을 암시하는 말이다.?
    '슬립 노 모어'는 해외에서 이미 흥행한 작품이다. 2003년 영국 공연 제작사?펀치드렁크가 런던에서 인터넷학생대출 첫선을 보인 뒤, 2011년부터 올해 1월까지 14년간 뉴욕에서 장기 공연했다. 상하이에선 2016년부터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슬립 노 모어'를 국내로 처음 들여온 한국 제작사 미쓰잭슨은 건물 개조 등에 250억원(임대료 제외)을 투입했다. 박주영 미쓰잭슨 대표는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2013년 뉴욕에서 '슬립 노 모어'를 처음 봤을 때의 기쁨을 한국 관객과 나누고 싶다는 일념으로 10년 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슬립 노 모어'의 주최사인 미쓰잭슨의 박주영 대표가 20일 서울 충무로 매키탄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미쓰잭슨


    매키탄 호텔은 뉴욕과 상하이 공연장에 비해 규모가 크다. 총 7층짜리 건물로, 관객 대기 장소인 맨덜리 바를 제외하고 6개 층을 무대로 쓴다. 한국 영화산업의 상징인 대한극장의 흔적을 보존하기 위해 상영관 11곳 중 일부는 남겨두고 평탄화 공사가 진행됐다.
    세 시간의 인생 수업
    '슬립 노 모어'는 지난달 24일부터 프리뷰 공연을 시작했다. 관객은 매키탄 호텔의 문을 열자마자 어둠이 짙게 깔린 복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맥베스의 죄의식과 공포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을 지나면 재즈 공연이 흐르는 1층 맨덜리 바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이후 본 공연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공연 중에는 반드시 하얀 가면을 착용해야 한다. '일상의 자아'를 잊고 마치 '엑스트라 배우'가 된 것처럼 공연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그렇게 관객들은, 계단을 숨 가쁘게 오르내리면서도 순식간에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슬립 노 모어'를 처음 관람한다면 이 문장을 최소 10번 반복하며 마음을 다잡길 권한다. 인생은 결코 뜻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저 마음을 내려놓고 순간을 즐기는 게 최선. 이 진리를 새삼 깨우치게 하는 게 바로 '슬립 노 모어'다.



    '슬립 노 모어'의 한 장면./사진=미쓰잭슨


    공연에선 마음대로 되는 게 거의 없다. 호텔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그렇다. 누군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누군가는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관객에겐 선택권이 없다. 층수가 가려진 엘리베이터에 타면 어디서 내리는지조차 알 수 없다. 낯선 건물, 어두컴컴한 미지의 공간 속에서 길을 헤매다 보면 인생의 쓴맛이 느껴진다.?
    '슬립 노 모어'의 매력 중 하나인 1대1 경험도 마찬가지다. 배우가 오로지 관객 한 명을 위해 초밀접 연기를 펼치는데,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물론 배우를 바짝 뒤쫓으면 간택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어떤 관객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배우의 몫이다. 아무리 간절한 눈빛을 발사해도 소용없다. 다른 관객이 손을 이끌고 비밀의 방으로 사라지는 배우의 뒤통수만 아련히 쳐다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생에 기회가 한 번뿐이랴. '슬립 노 모어' 역시 만회할 기회를 준다. 일부 장면은 달라지지만, 대부분 같은 내용의 공연이 한 시간씩 세 차례 반복된다. 첫 회차에서 인파에 밀려 배우를 놓쳤다면, 두 번째 타이밍에 그를 다시 따라가면 된다. 행운이 뜻하지 않게 찾아오기도 한다. 실제로 한 시간 동안 열심히 따라다닌 대머리 마녀에겐 외면당했지만, 소년 마녀와 무도회장에서 1대1로 춤을 추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슬립 노 모어'는 재관람률이 높은 공연이다. 상하이에선 관객 세 명 중 한 명이 두 번 이상 공연을 봤다고 한다. 애초에 한 번의 관람만으로는 모든 서사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 맥베스와 레이디맥베스 외에도 최소 18개의 이야기가 건물에서 한꺼번에 펼쳐진다.?
    따라서 '이 장면만은 꼭 보고 나오자'는 전략을 세우는 관객이 많다. 대표적으로 마녀들의 두 번째 예언 장면이 꼽힌다. 광란의 클럽에 들어선 듯 강렬한 전자 음악과 조명이 시공간을 뒤흔드는 순간이다. 옷을 홀딱 벗은 마녀가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춤을 춘다.
    주요 인물이 모두 모이는 만찬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마지막 회차의 만찬 장면은 앞선 만찬 장면과 다르게 끝나기 때문에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관객 대부분은 배우가 있는 1층에서 만찬 장면을 지켜보는데, 2층 발코니에선 배우와 관객이 한데 어우러진 영화 같은 구도로 감상할 수 있다. 이외에도 한국 공연만을 위한 특별 장면도 찾아볼 수 있다.



    '슬립 노 모어'의 한 장면./사진=미쓰잭슨


    등장인물은 총 23명이다. 니콜라스 브루더, 마야 밀렛 등 뉴욕·상하이 공연에서 활약한 배우와 장준혁, 김영은 등 한국 무용가 34명이 번갈아 참여한다. 각자 맡은 역할은 그날그날 달라질 수 있다.?
    공연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역시 맥베스다. 그를 따라다니면 던컨왕과 뱅코, 레이디 맥더프를 차례로 살해하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던컨왕을 살해하라고 부추기는 레이디 맥베스(맥베스 부인)와의 격정적인 몸짓도 압권이다. 맥베스 부부의 침실 안, 높게 쌓인 목재?가구가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듯 몸을 내던지며 밀고 당기는 두 배우의 합이 절묘하다.
    다만 대부분의 관객이 두 캐릭터를 따라다닌다는 게 함정이다. 사람이 너무 붐벼 자리를 잡기 쉽지 않다. 두 인물은 가벼운 신체 접촉을 제외하고 관객과의 1대1 시간도 없다.?
    '슬립 노 모어'의 원작자인 펠릭스 바렛 연출은 한국 관객을 위한 관람 팁을 전했다. "행운은 모험심을 가진 대담한 사람에게 주어진다'(Fortune favors the bold)는 말이 있습니다. 더 많이 모험하고 탐험해 보세요. 만약 관객이 한 군데 몰려있다면 비어있는 다른 공간으로 가보세요.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른 비밀을 찾을?수?있는?기회를 숨겨뒀습니다."?



    왼쪽부터 펠릭스 바렛 펀치드렁크 창립자 겸 연출, 박주영 미쓰잭슨 대표, 맥신 도일 공동 연출 겸 안무가./사진=미쓰잭슨


    소품 따라 오감 여행
    매키탄 호텔에서는 헛걸음조차 특별한 경험이 된다. 1930년대 스코틀랜드를 재현한 수많은 공간을 걷다보면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그 시대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된다. 귀신이 튀어나올 듯한 자작나무 숲, 방탈출 게임을 연상시키는 미로 등 이색적인 공간을 비롯해 100여개의 방을 탐험할 수 있다. ?
    소품도 어느 것 하나 의미 없이 배치되지 않았다. 모든 소품은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심지어 맛볼 수 있는 것도 있다. 병원에선 시큼한 약 냄새가, 약초방에선 말린 풀 냄새가 나는 등 다양한 후각적 자극이 몰입도를 높인다. 박 대표는 "건축 설계부터 미술 디자인, 조명, 음향, 소품, 심지어는 먼지 한 톨까지도 연출의 의도가 담겨있을?정도로 세세한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슬립 노 모어'의 한 장면./사진=미쓰잭슨


    호텔 곳곳을 뛰어다니다 보면 금방 땀이 줄줄 흐른다. 편한 신발과 시원한 옷차림이 필수다. 반입 불가능한 디지털?시계 대신 아날로그 시계를 준비하는 것도 유용하다. 공연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유추할 수 있다.
    관람은 19세 이상부터 가능하다. 일부 배우가 전신 노출을 하는 등 수위가 꽤 높은 편이다. 관람료는 19만원부터. 폐막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박 대표는 "앞서 프리뷰 기간 동안 뜨거운 관객 반응을 확인했다"며 "관객 호응에 따라 롱런 여부가 가려질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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