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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은 이 거대한 우주에 절대 지워지지 않을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2019년 문학 전문 출판사 ‘무제’를 차린 영화배우 박정민(38)이 여기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문학계는 반신반의했다. ‘배우 인지도로 적당히 돈 벌다가 빠지겠지.’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다. 이런 시선은 이제 다 거두어진 듯하다. 어엿한 출판사 사장으로 문단을 종횡무진 누비며 진정성을 내보이고 있어서다. 이미 그에게 마음을 연 작가들도 여럿이다. “소설을 쓰는 작가와 책을 정기적금 이자계산 파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달라야 한다”며 제법 출판인 같은 말도 한다. 문학으로 그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지난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박정민을 만났다.
    “많은 분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체감해요.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혼자서 작게 하고 싶은 거 만들고 있었는데, 이제 출판과 문학이라는 세계 안쪽으로 살짝 들어온 느낌이에요 고려저축은행다이렉트론 . 출판계 선배나 독자들이 저한테 기대하는 것도 생겼을 테죠. 괜한 책임감이 들어요. 안 그래도 되는데.”
    ●첫 장편 ‘첫 여름…’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박정민을 올해 문학·출판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이라고 소개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무제에서 처음으로 펴낸 소설인 김금희의 장편 ‘첫 여름, 완주’를 단숨에 베스트셀러 임대사업자 자리에 올려놓았다. 지난 6월 역대 최고 흥행을 거둔 서울국제도서전의 배경에도 박정민과 무제가 있었다. 그를 보기 위해 무제의 부스를 찾은 관람객은 도서전 내내 장사진을 이뤘다. ‘첫 여름, 완주’의 성공으로 무제는 ‘배우 박정민’의 사비를 사용하지 않고도 앞으로 3~4권의 책은 여유롭게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작은 출판사인 만큼 생명보험설계사 치열한 명분과 이야기가 필요해요. ‘배우 박정민인데, 저희랑 책 냅시다’ 하는 건 멋이 없죠. 좋은 글을 대형 출판사가 아니라 우리에게 줘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작가들을 설득할 수 있겠죠. 그게 기획입니다. 앉아서 씨름한다고 되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걸 하되 ‘감각을 열어 두는 것’이 중요하죠.”
    ●시각장애인 아버지께 nh농협인터넷뱅킹 바친 ‘듣는 소설’
    ‘첫 여름, 완주’의 성공 뒤에는 박정민의 내밀한 이야기가 있었다. 시각장애인인 아버지를 위해 ‘듣는 소설’을 만들어 선물하고 싶다는 진심. 이 소설이 종이책으로 출간되기 전 오디오북으로 먼저 나온 이유다. 진심에서 비롯된 기획은 그 어떤 인위적인 마케팅보다 힘이 세다. 박정민은 이날 인터뷰가 끝난 뒤 서울맹학교로 향했다. 시각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 직접 피드백을 듣기 위해서다. 소설 출간 이후 박정민은 꾸준히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을 만나며 ‘듣는 소설’ 프로젝트를 보완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요즘엔 신문 기사와 출판을 접목하기 위해 열심히 스크랩하고 있단다.
    “대정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산업적으로 문학이 넷플릭스를 이기긴 어렵겠죠. 하지만 문학만이 할 수 있는 ‘내밀한’ 게 있어요. 영상과 달리 소설 속 장면은 저마다 다른 이미지로 기억되잖아요. 개인적이죠. 들인 시간도 더 길어서 한 권 한 권이 소중하죠. 글자만으로 사람의 감정을 움직인다는 게 신기해요.”
    ●내가 좋아하는 책 재밌게 만들고 싶을 뿐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박정민이 성해나 소설집 ‘혼모노’ 띠지에 쓴 이 문장은 아마 올해 문학 시장을 요약하는 펀치라인이 될 듯하다. 띠지에 힘입은 ‘혼모노’는 최근 몇 주간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다. 박정민은 웃으면서 “다른 출판사(창비) 좋은 일만 한 것 같다”며 억울해했다.
    농담과 과장이 섞인 문장이지만 그리 간단하게 볼 것만은 아니다. 산업으로서 문학이 처한 위기의 본질과 그걸 돌파할 해법의 실마리가 담긴 아포리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계간 문예지 2종 정도는 꼭 챙겨 본다는 박정민이 요즘 주목하고 있는 작가는 함윤이다. 지난 6월 나온 신작 ‘소도둑 성장기’를 재밌게 봤단다. 서울신문 신춘문예(2022년) 출신 작가를 호명해 줘서 고맙다고 했더니 박정민은 “그렇습니까” 하며 멋쩍어했다. 무제는 다음달 말 에세이 한 권을 출간할 예정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정잡배가 잔잔한 호수에 끼어든 형국이죠. 하지만 모르니까 용감한 부분도 있죠. 문학인으로서 고귀한 책임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재밌는 책을 예쁘게 만들고 싶어요. 모르니까 좌충우돌할 수 있지만 이렇게도 저렇게도 만들어 보면서 독자들에게 책을 한 발짝 더 가까이 소개하고픈 마음입니다.”
    오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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