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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인재들은 일할 곳이 없다며 외국으로 가고, 기업은 뽑을 사람이 없다며 해외에서 데려오려 한다. 정부 대책들은 뚜렷한 효과가 안 보인다. 한국일보는 기술인재를 둘러싼 이 '미스매치' 현상을 3회에 걸쳐 심층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한국의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은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해외로 떠나고 있다. 그래픽=신혜정 기자·챗GPT
“실리콘밸리에 와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을 가장 잘해요. 능력 있는 기술인재는 계속 배출되지만 줄지어 한국을 떠납니다. 혁신을 시도하면서 꿈을 펼칠 일자리가 한국엔 우리은행 직장인신용대출 별로 없으니까요.”
미국 빅테크 기업에 다니는 2년 차 엔지니어 A씨는 한국의 첨단 기술 인재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공학 박사 학위까지 받은 ‘토종 한국인’이지만, 첫 경력을 미국에서 시작했다. 주변엔 그와 비슷한 길을 택한 기술인재가 많은데, 대부분 당분간은 한국행을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A씨 전세자금대출상품 는 전했다.
기술인재의 ‘탈(脫)한국’ 현상이 국가 경쟁력을 흔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3~2022년 해외로 나간 이공계 석·박사는 9만6,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학부생까지 합치면 33만9,00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EB1, EB2 비자를 발급받은 한국인은 5,847명으로, 2017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았 금리 1% 다는 통계도 나왔다. EB1, EB2는 고학력·고숙련 과학기술인재와 가족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비자다. 미국 스탠퍼드대가 4월 발표한 '인공지능(AI) 인덱스 2025'에서 한국은 인구 1만 명당 0.36명의 AI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순유출 국가'로 분류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이미지 그래픽=박종범 기자
정부도 심각성을 절감하고 지난 12일 ‘과학기술인재 유출 방지 및 유치 대책 마련을 위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국내 젊은 이공계 인재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해외 우수 인재를 국내로 유치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사실 인재 복귀 유도책이 우대형 처음은 아니다. 기업도 기술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늘 강조해왔다.
그런데도 인재는 해외로 빠져나가고 국내 기업은 인재난을 호소하는 상황이 되풀이되는 이유를 전문가들은 '미스 매치(부조화)' 현상에 있다고 진단한다. △인재가 원하는 일자리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 △정부 인재 정책 △대학 교육과정이 서로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재는 최상의 근무 환경을 갖춘 완벽한 회사를 찾고, 기업은 지원자에게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능력을 바란다. 대학은 국가 지원에 의존하느라 실용적 연구는 뒷전이고, 정부는 무작정 인재 숫자만 늘리려 한다는 지적이다.
취업 위해 눈 낮춰 온 이공계 박사들
특히 인재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부족은 통계로 확인된다. 1991~1995년에는 기술개발(R&D) 인력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 증가 규모(1만7,443명)가 실제 배출된 이공계 박사(6,716명)의 2.6배였다. 하지만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박사급 일자리 증가 규모는 실제 배출된 인력보다 서서히 적어졌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배출된 박사 인력 수가 오히려 일자리의 두 배가 됐다. 이공계 박사 절반은 갈 곳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대학과 정부의 R&D 정책이 사회 변화와 괴리되면서 미스 매치는 더욱 커졌다. 과학기술인력정책을 연구해 온 박기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대학은 그간 연구와 석·박사 양성에서 학문적 우수성을 추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기업에 그런 인재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산업 현장과 간극이 커지면서 이공계 일자리 문제가 심화했다”고 진단했다.
결국 이공계 인재들은 취업을 위해 눈높이를 낮췄다. 최소 학력 조건이 석사나 학사 학위인 일자리, 젊은 시절 4~5년을 바쳐 박사 학위를 따지 않았어도 갈 수 있는 직장에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간 것이다. STEPI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공계 박사 중 59.3%가 이런 '하향 취업'을 택했다. 공학·제조·건설분야 박사는 64.6%나 하향 취업을 했고, 정보통신(IT) 기술 분야에서도 56.0%가 박사급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배출 인력만 늘리면 미스 매치 반복 우려"
전문가들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한다. 대학원을 나와도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을 학습한 청년들의 국내 취업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은 이제 학부만 졸업한 뒤 바로 전공과 관계없는 길을 가거나 일찌감치 해외 유학을 택하고 있다. 최근 2, 3년간 서울대를 비롯한 유수 이공계 대학원조차 미달 사태를 겪기 시작한 이유다. 대학은 외국인 학생으로 빈자리를 채우려 하지만, 대학원 공동화 현상은 점차 두드러질 전망이다.
기술인재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마련돼야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텐데, 정부 대책은 여전히 배출 인력을 늘리는 방향에만 치중돼 있다. ‘AI 인력 10만 명 양성’이라는 구호와 함께 관련 지원을 늘리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박 연구위원은 “문제는 ‘출구(취업)’에 있는데 자꾸 ‘입구(입학)’만 넓히려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술 트렌드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현실에서 특정 분야 인력 수를 인위적으로 늘렸다간 수년 뒤 미스 매치가 반복될 수도 있다”며 “기술의 질적 혁신을 만들 소수정예 양성에 투자하는 등 보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