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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과 아들 문석균 씨의 지역구 세습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현역 의원들 중에서도 아버지와 같은 지역구(인접 지역구 포함)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를 이어 지역에서 국회의원이 된 (가운데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진석·김세연·장제원·정우택·이종구 자유한국당 의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홍문종 우리공화당 의원, 노웅래·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더팩트 DB
현역 의원 9명 지역구 세습…보수 '7명', 진보 '2명'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일부 지역구 국회의원이 정당 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과 입지, 지역 지지기반이 탄탄하다는 점 등을 악용해 자녀에게 지역구를 세습시키려 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정당이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 현 지역구 국회의원의 직계비속을 배제하도록 해 '지역구 세습'을 금지하고자 한다."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6일 대표발의 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의 제안이유에 담긴 내용이다. 이 개정안은 정당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 현 지역구 국회의원의 직계비속을 같은 지역구에 추천할 수 없으며, 지역구의 행정구역이 변경된 경우 일부라도 중복될 시 같은 지역구로 본다는 게 골자다.
◆문희상식 '국회 운영'에 뿔난 한국당
이는 최근 불거진 문희상 국회의장과 아들 문석균 씨의 지역구 세습 논란을 정면으로 겨냥한 법안이다. 한국당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이 통과된 직후부터 이 문제를 지속해서 비판해왔다.
문 의장이 본회의 안건 상정 순서를 바꿔 예산안 처리를 강행하고,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에 본회의 자체를 열지 않은 판단 등을 한 게 "아들 공천을 위해 민주당의 입법 청부업자 노릇을 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의정부에서 대형서점을 운영하는 문석균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아버지 지역구인 의정부갑의 더불어민주당 상임부위원장을 맡았다. 같은 해 6월 지방선거에선 안병용 의정부시장 후보 선거캠프에서 본부장급 직을 맡아 선거를 도왔고, 그전에는 문 의장이 과거 회장을 역임했던 한국청년회의소(JC) 중앙회장도 지냈다. 차근차근 정치인의 길을 걸어온 셈이다.
우리나라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보장돼 있어 아버지가 정치했다고, 아들은 정치할 수 없게 할 근거는 없다. 실제 현역 의원으로 한정해도 아버지의 지역구 혹은 인접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례는 9건이나 된다. 다만 문 부위원장처럼 곧바로 아버지의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경우는 1건이고, 나머지 8건은 기간을 두고 당선됐다.
문 의장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을 가결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진석 한국당 의원(4선, 충남 공주·부여·청양)은 정석모 전 의원의 아들이다. 박정희 정부 시절 강원도·충남 도지사, 내무부 차관 등을 역임한 정 전 의원은 10~15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6선을 했다. 중간에 비례대표로 배지를 두 번 달았고, 4선은 공주에서 했다. 정 의원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공주·연기 지역에 출마해 16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한국당 의원(18~20대 국회, 부산 금정)은 같은 지역에서 5선 의원을 역임한 김진재 전 의원(11·13·14·15·16대)의 아들이다. 김 전 의원은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부총재를 역임하기도 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18·20대, 부산 사상)은 장성만 전 의원의 아들이다. 장 전 의원은 11~12대 총선에서 부산 북구에 출마해 당선됐으며, 국회부의장까지 역임했다.
정우택 한국당 의원(15·16·19·20대, 충북 청주·상당)은 아버지 정운갑 전 의원(5선, 4·7·8·9·10대)이 처음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던 충북 진천에서 첫 배지를 달았다. 이후 같은 지역에서 재선을 했고, 충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뒤 19~20대 국회는 현 지역구로 옮겨 당선됐다.
이종구 한국당 의원(17·18·20대, 서울 강남갑)은 6선을 한 이중재 전 의원(6·7·8·9·12·15대)의 아들이다. 이 전 의원은 6대 총선에서 민정당 비례대표로 처음 당선됐고, 이후 7~9대 총선은 전남 보성에서, 12대 총선에선 서울 강남구에서, 15대 총선은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했다.
한나라당에서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돼(17대) 20대 국회까지 내리 4선을 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대구 동구을)은 인근 지역(대구 중구)에서 재선을 한 유수호 전 의원의 아들이다. 유 전 의원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가까운 사이로, 유 의원을 정계에 입문시킨 인사가 이 전 총재로 알려졌다.
한국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서 15대 국회에 당선돼 의원 생활을 시작해 16·19·20대 총선에서도 국회의원 배지를 단 홍문종 우리공화당 의원(경기 의정부을)은 같은 지역에서 재선을 한 홍우준 전 의원의 아들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 참석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다른 정당에도 대를 이어 의원이 된 사례가 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17·19·20대, 서울 마포갑)은 마포에서 5선을 한 노승환 전 의원(8·9·10·12·13대)의 아들이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초선, 서울 서대문을)도 같은 지역에서 5선, 그리고 광주 북구갑에서도 한 차례 당선된 김상현 전 의원(6·7·8·14·15·16대)의 아들이다.
◆지역구 대물림한 9명의 현역 의원들
적지 않은 현역 의원들이 대를 이어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이 된 것이다. 보수와 진보로 나눠보면 보수 쪽이 7명, 진보 쪽은 2명이 같은 지역 혹은 인접 지역에서 대를 이어 국회의원이 됐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정치인 자녀가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는 것은 피했으면 한다"며 "같은 지역에 나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정당은 공당인데, 아버지의 지역에 나가 총선에서 후보자가 된다면 공당으로서의 의미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정치인의 자녀가 공천을 달라는 게 아니라 지역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에 나서겠다고 하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다"며 "유권자인 국민들이 판단할 몫이다. 다만 정당에서 재벌에 이어 정치 권력까지 대대손손 물려주지 않게 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정치평론가는 이어 "정치 권력도 재벌 못지않은 엄청난 기득권인데, 지역구를 물려주고픈 욕망은 다 있을 것"이라며 "과거에는 주로 보수 기득권층에서 어렵지 않게 그런 일을 해왔는데, 최근 민주당 쪽에서도 그런 사례가 나온 것은 민주당도 기득권이 된 것이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기득권을 가진 자의 문제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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