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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9-17 03:44
9월17일 ‘송구하지만 장관은 할게요’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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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검찰이 ‘조국 가족펀드’ 의혹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조국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를 조사 중인 지난 15일 오후 조 장관이 서울 서초구 조 장관의 집 앞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2009년 9월17일 ‘송구하지만 장관은 할게요’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둘러싸고 한국 사회가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임명에 찬성하는 여당조차 ‘조국 블랙홀’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데요.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만큼 조 장관 임명과 관련된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입니다.

그런데 사실, 한국 정치환경에서 이런 논란은 그리 낯선 광경이 아닙니다. 고위 공직자 임명 때마다 ‘논란’이 생긴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는데요. 일각에서는 “그렇게 인물이 없나”라는 평가를, 또 다른 일각에서는 “지나친 신상털기가 본질을 벗어난 논란을 만든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또, 정권이 교체될때마다 정치권의 공·수가 바뀌면서 ‘내로남불의 극치’라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마침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당시는 이명박 정권 시절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수비, 민주당이 공격을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기사의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데요. ‘사회지도층 그들이 사는 법’이라는 제목입니다.


기사는 “이명박 정부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사회 지도층 삶의 어두운 단면이 공개되고 있다”로 시작합니다. 또 “위장전입 정권이라는 별칭을 등장케 한 후보자들은 자녀 교육, 주택 매입, 가족 선거 등을 이유로 위장전입을 해왔다. 가족 간 증여 의혹, 다운계약서 작성 등 보통 시민이라면 처벌받을 일도 이력처럼 갖고 있다”고 전합니다.

이어 기사는 ‘위장전입’과 ‘가족 간 증여’, ‘다운계약서’라는 기준으로 고위 공직자 후보들을 검증했습니다. 우선, ‘위장전입’ 문제인데요.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것은 당시 총리 후보자였던 ‘정운찬’ 현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입니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 부인은 1988년 2월 주소지를 경기 포천시 한 기와집으로 옮겼다가 4월 1일 원 주소인 서울 방배동으로 이전했다. 이곳 땅을 사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데 대해 정 후보자 측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사안’이라고만 밝혔다”고 전합니다.

유사한 사례는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있었습니다. “후보자는 군 복무 시절인 84년 12월8일부터 3개월, 재무부 사무관으로 근무하던 87년 10월30일부터 4개월여 각각 경남 산청읍에 위장전입했다. 임 후보자는 ‘가족 일(장인 선거운동)로 그런 사실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법을 지키고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의혹을 피해가진 못했습니다. 당시 이귀남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위장전입 문제가 지적됐는데요. “이귀남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 이촌동에 살면서 97년 9월 장남의 고등학교 배정을 위해 청파동으로 전입했다가 6개월 뒤 복귀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기사는 전합니다. 우리 사회 고위층들의 ‘자식 사랑’은 법을 어기거나 법을 교묘히 이용하는 방식으로 ‘아슬아슬’하게 행해지는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가족 간 증여’ 논란도 있었습니다. “주호영 특임장관 후보자 부인은 재산이 2004년 2억5500여만원에서 올해 11억8400여만원으로 늘어 편법 증여 논란이 일고 있다”고 기사는 전하는데요. 학생 신분인 두 아들은 각각 5800여만원과 2500여만원의 예금을 보유한 것을 두고 당시 주 후보자는 “용돈과 아르바이트 돈을 모은 게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당시 임 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이 의혹에도 걸렸습니다. 장·차녀가 15, 14살 때인 2000년 각각 1800만여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했다고 기사는 전하는데요. 2009년 당시 이 금액은 각각 1억원대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임 후보자는 “증여세를 다 냈다”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다운계약서’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98년 10월 서울 이촌동 삼익아파트를 사면서 실제 매수가격이 3억8250만원이었으나 계약서상 매입금액은 2억9500만원을 작성했다”고 기사는 전하는데요. 이 후보자 측은 “당시 관행대로 중계업소 안내에 따라 후보자 부인이 작성했다”고 시인했습니다.

장관 인사 청문회 무산은 10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같은 날 경향신문에는 ‘노동장관 후보자 청문회 결국 무산’이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 있었던 모든 일들이 한국 정치사의 반복되는 장면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관행’, ‘배우자’ 등을 방패로 “나는 몰랐다”는 식의 해명은 역시 효과적입니다. 당시 논란이 됐던 이들은 모두 총리·장관 자리에 무리 없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논란과 관계없이 나의 능력을 조국을 위해 쓰겠다’는 일방적 포부는 고위 공직자들이 갖춰야 할 기본소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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