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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지혜는 어리석음과 같다(大智若愚, 도덕경 45장).”
노자만큼 ‘바보’를 예찬한 이가 있을까. 그는 “나는 바보마음이다. 사람들은 빛나는데 나는 홀로 어둡고 사람들은 똑똑한데 나는 홀로 둔하다”(〃 20장)고 했다. 노자의 혜안은 버릴수록 채워지고 베풀수록 더 많은 것이 돌아오는 세상의 이치를 훤히 꿰뚫는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바보’ 성자라 불렸다. 김 추기경은 2007년 모교인 동성중·고 개교 100주년 기념전에서 동그란 얼굴에 눈, 코, 입을 그리고 밑에 ‘바보야’라고 적은 자화상을 선보였다. 그는 “안다고 나대고 … 대접받기 바라고 …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거 같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고 했다. 평생 겸손한 모습으로 낮은 곳을 살피면서도 부족함을 느낀 그의 큰 사랑이 묻어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바보’였다. 그는 떨어질 줄 알면서도 부산에서 여러 번 선거에 나가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한국정치의 망국병이던 지역감정을 치유하겠다는 진정성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그를 대통령의 길로 나아가게 했다. 그의 비극적인 운명에도 ‘바보’ 정치는 척박한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그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알리바바의 기적’을 일군 중국의 최고부자 마윈이 어제 불과 55세 나이에 은퇴를 선언했다. 마윈은 “나는 똑똑한 사람을 이끄는 바보”라는 말을 남겼다. “과학자들로만 이뤄진 무리가 있다면 농민이 길을 이끄는 게 최선”이라고도 했다. 영어교사 출신인 마윈은 젊은 시절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어 수수료 없는 전자상거래라는 기발한 발상과 놀라운 통찰력으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그는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를 창업한 지 20년 만에 시가총액 4600억달러(약 549조원) 규모의 거대 글로벌기술기업으로 키웠다.
‘바보’ 지도자들은 종교와 정치를 넘어 경제분야에서도 감동적인 성공신화를 남기고 있다. 작금 대한민국에서는 끊임없는 권력싸움에 국론이 갈라지고, 탐욕에 눈멀어 온갖 비리와 불법 의혹이 쏟아진다. 그래서일까. 난세의 혼돈에서 ‘바보’의 지혜는 큰 울림을 자아낸다.
주춘렬 논설위원ⓒ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