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물원의 ‘피즐리 곰’ 두 마리. 피즐리 곰들은 북극곰 아빠와 회색곰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위키미디어코먼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2006년 4월 캐나다 북부 노스웨스트 준주 뱅크스섬에서 한 사냥꾼이 곰을 사살했다. 북극곰이라고 생각하고 사냥했지만, 잡고 보니 겉모습이 특이했다. 북극곰처럼 흰색 털을 지니고 있었지만, 등에는 회색곰처럼 혹이 있었고 눈과 코, 발 주위에 갈색 반점이 나 있는 등 북극곰과 회색곰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릴게임바다이야기사이트 유전자 검사 결과, 죽은 곰은 북극곰 엄마와 회색곰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그롤라 곰’(grolar bear)으로 밝혀졌다. 동물원에서 두 종의 곰이 번식한 사례는 있었지만, 야생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었다. 두 곰은 어떻게 만나 새끼를 낳게 된 걸까.



지난 2010년 바다이야기pc버전다운 4월 캐나다 북서부 준주 이누비크 지역에서 사살된 그롤라 곰의 박제가 울루카톡 공항에 전시되어 있다. 위키미디어코먼스


8일(현지시각)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는 ‘북극곰과 회색곰의 이종교배로 드러난 가족 드라마’라는 칼럼에서 ‘그롤라 곰 일가’의 탄생이 어떻게 북극의 급속한 기후변화와 맞물리는지 골드몽 설명했다. 독일 출신 과학작가 헬레나 사렘바는 이 글에서 “그롤라 곰 가족의 복잡한 관계가 드러났을 때, 학계는 이것이 새로운 북극 최상위 포식자의 출현인지, 기후변화의 혼란이 가져온 적응 사례인지, 미래에 닥칠 생태 위기를 경고한 신호인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글을 보면, 그롤라 곰 가족의 시작은 1989년생으로 추정되는 한 암컷 북극 알라딘릴게임 곰에서 시작됐다. 이 곰은 북극 해빙이 줄어들면서 삶의 터전을 잃게 되자 캐나다 쪽으로 남하할 수 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흰 털의 주인공은 두 마리의 매력적인 회색곰”을 만났고, 두 마리와 모두 짝짓기를 해 새끼를 낳았다. 그 결과, 4마리의 그롤라 곰 새끼가 태어났다. ‘가족 드라마’의 기묘한 전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암컷 북극곰이 낳은 ‘딸’인 바다이야기슬롯 암컷 그롤라 곰이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 ‘계부’와 모두 짝짓기를 하면서 또 4마리의 곰이 태어났다. 유전적으로는 형제이면서 자식이고, 동시에 사촌인 새끼들이 태어난 것이다.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서사지만, 연구자들은 다른 측면에서 이 사례에 주목했다. 보통 이종 간 교배의 경우, 후대는 불임인 경우가 많은데 암컷 그롤라 곰이 4마리의 새끼를 낳으면서 번식이 가능함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그롤라 곰의 탄생은 멸종위기에 처한 북극곰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최근 연구를 종합하면,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조슈아 밀러 캐나다 맥유언대 조교수와 연구진이 북극곰 371마리, 회색곰 440마리, 그리고 그롤라 곰 8마리 등 819마리 곰 유전자를 비교한 결과, 어미가 북극곰이고 아비가 회색곰인 그롤라 곰은 뱅크스 섬에서 발견된 8개체 이외에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롤라 곰의 희소성이 확인되면서 연구자들은 이들이 북극곰과 회색곰이 사는 양쪽 환경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번성하지 못했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실제로 최근 다른 연구에서는 그롤라 곰의 신체 조건이 북극 생활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그롤라 곰은 북극곰이 가진 독특한 ‘미끄럼 방지’ 발바닥 구조가 없었고, 사냥에 유리한 회색곰의 강한 어깨 힘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북극곰으로서도 회색곰으로서도 유전적 특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굶주린 북극곰이 빙산 위를 걷고 있다. 위키미디어코먼스


이 때문에 사렘바 작가는 “그롤라 곰은 특이한 존재지만, 동시에 지구 생태계의 붕괴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북극의 기온 상승은 전 지구 평균의 2~4배 수준으로, 지구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는 지역이다. 해빙 위에서 살아가는 북극곰들은 물개 사냥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새 먹이를 찾아 남하하고, 그러면서 회색곰들과 서식지가 겹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후로 인한 이종교배 현상은 다른 곳에서도 관찰되고 있는데, 스라소니와 짧은꼬리살쾡이의 교잡종인 ‘블링크스’(Blynx)와 코요테와 동부늑대의 교잡종인 ‘코이울프’(Coywolf)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교잡종이 늘어날수록 생태계 붕괴 위험성도 커진다고 경고한다. 존 화이트만 폴라베어스 인터내셔널 수석 연구원은 “회색곰은 사냥에 성공한 뒤 다른 동물들이 먹을 수 있도록 사체를 남기지만 북극곰은 그렇지 않다”면서 “사체의 감소는 청소동물의 먹이사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야생동물 질병 역학에도 다양한 파급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사렘바 작가는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은 북극곰의 적응적 진화가 아니라, 환경 파괴와 지구위기가 만들어낸 멸종위기 종의 희미한 메아리”라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