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유럽,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TIR 전용 트럭. /정저우(중국)=이은영 특파원


지난 10일 오후 중국 남부 내륙 지역 정저우(?州). 국경 지역에서 볼법한 거대한 화물 열차가 끝없이 길게 늘어섰다. 열차 머리에선 도요타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줄지어 내렸다. 도요타의 중국 합작법인 파트너사인 광저우자동차가 광저우 공장에서 제조한 신차가 중국 내수용으로 판매되기 위해 ‘집결센터’에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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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정저우 국제육로항 서작업구역으로, ‘정저우 항공항(航空港) 경제특구’ 남동쪽에 위치했다. 정저우 국제육로항은 중국 중부·동부 지역의 유일한 중유럽 화물열차 집결센터다. 철도, 세관, 보세(保稅) 기능을 한 곳에 통합했다. 화물을 실은 열차가 이곳에 도착하면 세관 신고, 검사, 통관을 ‘원 바다이야기예시 스톱’으로 마친 뒤 보세 보관·환적까지 한번에 할 수 있다.
특히 이날 방문한 서작업구역은 전기차 등 신에너지 자동차 전용 구역으로 조성됐다. 타지역에서 생산된 내수용 차량의 기지 역할과 동시에 수출 기지 역할도 하고 있다. 인근 공장에서 제조된 비야디(BYD) 차량이 이곳을 통해 각국으로 수출되는데, 지난해 6월 30일 개통된 중국~유럽 골드몽 철도를 타고 15일 만에 유럽까지 운송할 수 있다.



10일 오후 중국 정저우 국제육로항 서작업구역에서 유럽 수출을 앞둔 BYD 신차들이 전용 구역에 주차돼 있다. 정저우엔 BYD 최대 케파 공장이 있다. /정저우(중국)=이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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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육로·항공 다중운송체계 본격 가동
허난성의 성도 정저우가 중국 물류의 핵심 거점으로 떠올랐다. 바닷가와 접하지 않은 중원의 내륙 지역이지만 정저우 항공항 경제특구(이하 특구)의 공항·철로·도로가 통합된 다중운송체계가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하면서다. 특구는 이를 기반으로 정저우~룩셈부르크 실크로드의 시범구 역할 릴짱 을 수행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유럽까지 육로 운송이 가능한 국제도로운송(TIR·Transport International Routier)시스템도 다중운송체계의 주요한 축이다. 특구에 위치한 TIR 허난집결센터는 지난해 9월 출범했다. 이는 중국에서 세 번째이자 내륙 지역 최초로 국제도로운송연맹(IRU) 인증을 받은 TIR 집결센터다. 10월 기준으로 집결센터에는 국내외 43개 TIR 기업이 집결했다. 총 1118회차 차량 중 718회차가 TIR이다.
7월 기준 러시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등 11개국을 포괄하는 운송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서류 하나로 끝까지, 차량 한 대로 도착 가능하다. 북쪽으로는 러시아·몽골, 서쪽으로는 중앙아시아·유럽, 남쪽으로는 미얀마·태국·라오스 등까지 뻗어있다. 다만, 운송 실적 가운데 80%가 러시아 한 곳에 집중돼 있으며, 기타 국가는 20%에 그친다.
러시아 노선을 운행하는 홍이운수 소속의 운전기사 A씨는 “가장 큰 어려움은 러시아의 빙설도로”라면서 “다만 회사는 사전직무 교육을 실시하며 이를 이수하고 시험에 합격해야 운행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 지급하는 네비게이션이 러시아에서도 서비스되기 때문에 국경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유럽까지 최단 15일 이내에 도착 할 수 있다. 가장 잦은 노선인 러시아는 왕복 20~21이 소요되는데 여름에는 짧으면 14일, 겨울에는 최장 30일가량 걸린다. 해운보다 빠르고 항공보다는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정저우 신정국제공항 인근의 보세구. 이곳엔 인근 폭스콘에서 위탁생산된 아이폰을 전용으로 처리하는 창고가 있다. 전자제품은 안전 검사를 거쳐 평균 이틀 안에 출고된다. /정저우(중국)=이은영 특파원


특구의 또다른 축은 신정국제공항이다. 신정국제공항은 특구 발전의 기초로, 전용 화물기 노선 64개를 개설해 글로벌 항공화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대한항공과 국내 유일 국제 화물 전용 항공사 에어제타도 이곳을 이용한다. 신정국제공항엔 총 57개의 화물 터미널·창고도 있다. 이 중엔 애플 전용 창고가 있다. 세계 최대의 아이폰 위탁생산 기지인 폭스콘 정저우공장이 특구에 입주해 있기 때문이다. 현장 관계자는 “(아이폰 새 시리즈가 출시되는) 매년 9~10월이 되면 집중적으로 아이폰을 처리한다”고 말했다.
신정국제공항 연간 처리 능력은 화물 110만톤으로 중국 6위 화물·우편 처리량을 자랑한다. 24시간 이내 통관·출항이 가능한 빠른 속도가 장점이다. 다만 휴대폰·컴퓨터·중앙처리장치(CPU) 등 고부가 전자제품은 안전 검사 때문에 하루 더 소요된다.
◇ 中 통관 효율 1위 보세구, 전자상거래 핵심지 부상
공항 인근 신정종합보세구에선 비행기를 타고 실어온 물품의 통관과 보세 기능이 연계해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중국 중부 지역 최초의 종합보세구로 2010년 10월에 승인·설립됐다. 올해 1~3분기 누적 수출입액은 2997억6000만위안(약 63조원)으로 전국 종합보세구 가운데 2위다. 중국 본토 지역 중 가장 통관 효율이 높은 곳으로도 꼽힌다. 지난 11월엔 국무원으로부터 확장 승인을 받았다.



지난 9일 오후 VIP숍 보세창고에 들어서자 약 3m 높이에서 컨베이어벨트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상품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분류됐고 직원들은 제자리에 선 채 상품 바코드를 찍고 포장하는 등 업무를 수행했다. 곳곳엔 한국으로부터 수입된 화장품 박스들이 눈에 띄었다. /정저우(중국)=이은영 특파원


이런 특징 때문에 특구는 중국 크로스보더(국경을 넘는) 전자상거래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했다. 특구의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는 작년 기준 수출입 물량 1억6600만건, 거래액 258억5000만위안(약 5조원)을 기록했다. 특구 내엔 VIP숍, 알리바바, 징둥(京?), 더우인(?音), 쑤닝(??) 등의 물류창고가 줄줄이 입주해 있다.
특히 브랜드 특가 상품과 정품 보장, 익일 배송 서비스로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VIP숍은 이곳을 수입 허브 겸 포장·배송센터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내 최대·최고의 보세창고로 꼽힌다. 총 6000㎡(약 1815평)가 넘는 면적에 로봇팔 등 자동 분류 장비가 갖춰져 있어 하루에 최대 22만건의 수입 물품을 처리할 수 있다. VIP숍 보세창고 관계자는 “이곳은 전국에서 가장 자동화 수준이 높은 물류창고 중 하나”라며 “수입된 물품이 창고에 들어온 뒤 배송을 나가는 데 까지는 단 2~3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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