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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장기화로 화석연료 수급 불안…폭염·가뭄까지 겹쳐
日·英·佛, 전기료 24∼54% 급등…한국도 인상 압박 점점 커져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서방의 러시아 제재, 이상기후 등이 겹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여름철 전력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천연가스와 석유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냉방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에너지 빈곤층에 큰 부담을 주는 '전기료 폭탄'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라니냐(동태평양의 적도 지역에서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일어나 생기는 이상 현상)로 인한 이상 폭염과 전력 수급 불안 현상이 겹칠 경우 전례 없는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주요 도시를 덮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크라 전쟁이 부추긴 전력 위기…블랙아웃 공포 커진다
북반구의 여름은 냉방 수요 탓에 전력 소비가 많은 시기로 꼽힌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화석연료 수급 불안과 에너지 가격 폭등에다 유례없는 폭염, 가뭄이 겹쳤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반적으로 북반구에서 여름은 전기 사용량이 정점에 달하는 시기"라며 "올해는 전쟁과 가뭄, 생산부족이 겹치면서 잦은 블랙아웃과 함께하는 뜨겁고, 치명적인 여름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향후 수개월 간 숨 막히는 더위가 전기 수요를 끌어올리겠지만 에너지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생명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여름이 특히 더울 것이라는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도와 미국, 남부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지난달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이례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지난달 20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기온이 평년보다 16도나 높은 섭씨 40.3도를 기록했고, 스페인 기상 당국은 17개 지역에 고온주의보를 발령했다.
미국에서는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기온이 같은 달 21일 38.33도로 1939년에 기록한 5월 최고 기온인 36.67도를 넘겼다.
같은 날 미시시피주 빅스버그도 36.67도까지 오르며 1962년의 최고 기온(34.44도)을 갈아치웠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기후예측센터는 올여름 미국 대부분 지역의 평균 기온이 평년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까지 이어지면서 수력발전소 가동률이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 중서부 지역 전력망 업체 MISO는 관할 지역 15개 주 중에서 11곳이 정전 위험에 처했다고 밝혔다.
인도의 경우 이미 올 3월이 122년 만에 가장 더운 3월로 기록된 데 이어 5월에도 폭염이 이어지면서 한때 뉴델리 지역의 기온이 49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비영리 단체인 북미전력계통신뢰도협회(NERC)는 미국의 3분의 2 지역에서 올여름 블랙아웃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SJ은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미국의 전력망을 갈수록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며 구할 수만 있다면 비상용 발전기를 구비해 놓으라고 미국민에게 권고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전력망이 불안정해진 배경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이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치솟은 에너지 가격도 민주당의 반(反) 화석연료 캠페인을 저지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럽에서는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큰 그리스, 헝가리, 라트비아 등의 동유럽 국가에서 올여름 블랙아웃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노르웨이 리서치회사 리스타드 에너지가 전했다.
남아시아는 이미 대규모 정전 사태…韓日도 전기료 상승·전력수급 우려
블룸버그는 극심한 폭염으로 냉방기기 사용량이 정점에 달한 남아시아에서 이미 전기가 끊기기 시작했다며 파키스탄과 스리랑카, 미얀마에 거주하는 3억 명이 정전 사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의 경우 28개주 중 16개 주에서 하루 최장 10시간 동안 전기가 끊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전력부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인도의 전력 수요는 181GW(기가와트)로 2012∼2021년 중 최고치(169GW)를 뛰어넘었다.
인도 정부는 "7억명 이상이 거주하는 16개 주가 하루 2∼10시간가량 정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