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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에서 세라믹 기판 생산 공정 관련 업무를 맡았던 대리 A씨가 경쟁업체인 B사로 이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B사는 A씨 이직 이후 세라믹 기판 제조 설비 갖췄을 뿐 아니라 대규모 공급계약도 따냈다.?
KCC는 A씨가 자사 영업기밀을 활용한 것으로 의심했다. 당시 국내에서 세라믹 기판을 생산했던 유일한 업체가 KCC였는데 A씨의 이직 이후 B사가 제조 설비를 갖추고 대규모 공급계약을 따내는 데 약 1년밖에 걸리지 않아서다.?
A씨는 2012년 KCC에 입사해 줄곧 세라믹 기판 생산 관련 업무를 맡았다. 그는 입사 10년이 지난 2022년 1월 B신천지게임
사 채용절차에 지원했다. 같은 해 3월 초 합격 통보를 받고 이직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사흘 뒤 "입사동기들과 비교해 낮은 직급과 낮은 연봉을 받아 패배감이 들고 보수적 설비 투자로 업무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퇴직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KCC는 A씨에게서 '영업비밀보호 퇴직서약서'를 제출받았고 같은 달 말 퇴직 처리했다. A씨는 바다이야기다운로드
그 해 4월부터 B사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KCC 대리 이직 이후 경쟁업체?사업 '승승장구'
B사는 A씨가 입사한 이후 세라믹 기판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A씨 입사 전인 2021년엔 '반도체·반도체 제조장비·응용부품 설계 제조'를 사업 목적에 추가했고 일본 세라믹 기판 관련 기업 지분을 취득했다. A씨가 입사한무료게임
해엔 세라믹 기판 생산공장을 건설했다.?
B사는 A씨 입사 약 1년 만에 업계 최강자였던 KCC를 밀어내고 240억원 규모의 세라믹 기판 공급계약을 따냈다. 2억3009만개 세라믹 기판을 납품하기로 한 것. KCC는 2019년 기준 국내 유일의 세라믹 기판 제조사였는데 수년 만에 등장한 경쟁사에 밀려 계약을 따내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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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는 참지 않았다. A씨를 상대로 전직금지 청구 소송을 내고 손해배상도 요구하고 나섰다. A씨가 퇴사 전 각종 회사 자료를 열람했고 자사 영업비밀을 활용해 B싸의 세라믹 기판 개발 과정을 단축시켰다는 주장이다. B사가 따낸 240억원 규모 계약도 손해로 인식했다. 또 입사 당시 작성한 서약서에 따라 퇴직 후 3년간 경쟁사로 전직할 수 없는데순자산액
도 B사로 이직했다고 비판했다.?
?영업비밀 유출 주장에 "KCC와 제조 방식 달라"
A씨는 KCC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영업비밀을 반출한 사실이 없고 B사의 경우 KCC와 다른 방식의 공정으로 세라믹 기판을 제조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경쟁사 취업제한 기간도 지나치게 길고 범위도 넓은 데다 전직금지에 다른 아무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 무효라고도 주장했다. 또 퇴사 전 자료를 열람한 것은 인수인계를 위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B사가 일본 세라믹 기판 관련 업체 지분을 인수하면서 연구개발 관련 결과물과 인력들을 함께 넘겨받아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1심에선 KCC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A씨가 전직금지 기간인데도 영업비밀을 활용해 이직한 만큼 KCC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은 퇴직 후 3년 이내에 경쟁사로 전직할 수 없도록 한 서약서 효력을 먼저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서약서로 전직이 금지되는 KCC와의 경쟁업체는 세라믹 기판 제조업체로 한정되고 국내에서 세라믹 기판 제조업체는 KCC를 제외하고 B사 외 1개 업체에 불과해 전직이 금지되는 경쟁업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상여금과 어학연수 기회를 제공받은 사실 등을 종합하면 전직금지에 따른 대가가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도 내놨다. 금전 보상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전직금지 약정을 무효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1심 '경쟁사 취업제한 3년 약정'에 "합리적" 판단
3년간 경쟁사 취업을 제한한 조항도 합리적이라고 못 박았다. A씨가 10년간 세라믹 기판 제조 정보를 취급해 경쟁사로 단기간에 취업할 경우 영업비밀 침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A씨 입사 후 1년 만에 대규모 세라믹 기판 공급업체로 낙찰되는 등 영업을 개시할 수 있었던 것은 KCC의 정보를 사용했다는 것을 전제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라며 "A씨는 B사에서 KCC 정보를 참조해 개발 소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개발과정에 수반되는 시행착오를 상당 부분 줄이거나 필요한 실험 일부를 생략해 판매활동에 이용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가 KCC에 8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영업비밀 활용 여지 있지만…2심 "전직금지 위반 아냐"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영업비밀을 활용했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B사가 KCC 정보를 활용해 세라믹 기판을 제조했다는 객관적·공학적 증거가 없다는 점이 2심 판단에 힘을 실었다. KCC 정보가 B사의 세라믹 기판 제조 과정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됐는지 특정하지 못한 것을 문제 삼았다.
서약서 문구도 KCC 패소 요인으로 지목됐다. 서약서를 보면 '회사 기밀을 이용해 3년 이내에 경쟁사에 전직'하는 경우를 금지하고 있는데 '회사 기밀을 이용해'라는 대목이 문제가 됐다. 영업비밀 등을 활용하지 않았다면 경쟁사 이직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2심 재판부의 설명이다.?
KCC 정보 활용 여부에 관해선 "KCC와 B사가 생산한 세라믹 기판이 동일·유사 공정을 통한 동종 제품이란 사실은 인정되지만 KCC가 독점적·배타적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세라믹 기판의 유일한 생산업체가 아닌 이상 KCC 측 정보가 사용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일본 기업들이 제조공법 중 일부를 특허 등록하면서 해당 내용이 공개된 상태다.?
?관건은 '약정 효력'…"손해?입증 자료 확보해야"?
2심 재판부는 "A씨는 KCC 기술부서에서 근무했지만 직급은 '대리'에 불과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기술정보에 대한 접근권한이 상당 부분 제한됐을 여지가 있다"며 "A씨가 B사에 입사하면서 지급받기로 한 기본연봉은 6800만원으로 보이는데 A씨는 'KCC에서 퇴직하기 전 대리 직급 기본연봉은 5500만원 수준이었다'고 주장해 이례적으로 급여가 증가됐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전직금지 청구의 경우 변론종결 시점에 이미 퇴직한 지 3년이 지나 각하했다.?
KCC와 A씨 사이의 법적 분쟁은 약 2년 2개월이 지나서야 종결됐다. 양측 모두 2심 판단에 불복하지 않으면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말 최종 확정됐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법원에선 전직금지 약정 효력을 굉장히 엄격하게 인정하고 있어서 조항 하나하나를 면밀하게 살펴야 할 뿐 아니라 약정을 체결할 땐 전직금지에 따른 대가를 제공하는 조항을 넣어 약정 효력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만약 영업비밀이 유출됐다면 손해액을 추산할 수 있는 자료들을 확보해 입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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