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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9-14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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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2일 폭우가 지나간 뒤 찾은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공원. 사람들의 쉼터인 오두막이 있다. 그런데 오두막 기둥의 작은 구멍들이 휴지와 쓰레기, 진흙으로 막혀 있었다. 오두막 내 작은 틈도 막혀 있긴 마찬가지였다. 이는 야생벌들이 사는 공간을 사람이 막아놓은 흔적이다.
밀원식물 감소, 살충제 사용, 기후변화 등 삼중고로 개체 수가 급여압류연말정산 급격히 줄고 있는 야생벌 가운데서도 도심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종들이 있다. 왕가위벌, 장수가위벌, 애가위벌 등 가위벌과에 속하는 벌들이다. 이들은 턱으로 잎이나 꽃잎 등을 잘라 집을 짓는 습성 때문에 '가위벌'이라 불린다.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드문 벌이지만, 사람들은 이 벌들에게 작은 구멍 하나 내어주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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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동작대교 부근 한강공원 오두막 구멍에 애가위벌이 들어가고 있다. 조수정 벌볼일있는사람들 대표 제공
이들은 원래 나무 구멍이나 흙벽 등을 이용하지만 도심에서는 오두막의 구멍뿐 아니라 갈라진 벽 틈, 창문 틈, 콘크리트 균열까지도 서식지로 이용한다. 사회성 벌과 달리 혼자 생활하는 습성이 있어 작은 틈만 있어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공원에서도 오두막과 꽃들 사이에서 다양한 가위벌을 만날 수 있었다. 오두막에는 나무 구멍을 집으로 이용하는 왕가위벌이 모습을 드러냈다. 왕가위벌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도심에서도 잘 적응해서 살아가는 대표적인 야생벌 중 하나다. 조수정 벌볼일있는사람들 공동 대표는 "왕가위벌은 여름벌의 대표주자"라며 "집을 찾거나 옮기기 위해 탐색 중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털부처꽃밭에서는 수컷 장수가위벌이 등장했다. 장수가위벌 역시 나무 구멍뿐 아니라 벽면 틈을 서식지로 이용할 정도로 적응력이 좋지만 칡, 쪽동백나무 등 넓고 부드러운 잎을 잘라 육아방(산란방)을 만들기 때문에, 송진을 이용하는 왕가위벌보다는 까다로운 편이다. 신동훈 서울교대 과학교육과 교수에 따르면 올여름에는 서울 강남 한복판의 주차장 벽면 배수관에서 장수가위벌 수십 마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두눈박이쌍살벌이 인간이 없앤 집을 다시 짓고 있는 모습. 조수정 벌볼일있는사람들 대표 제공
공원 화장실 입구 천장에는 진흙으로 지은 집이 눈에 띄었다. 구멍벌과에 속하는 애검은나나니가 이용하고 있는 집이다. 조수정 벌볼일있는사람들 대표 제공
장소를 옮겨 동작대교 부근 한강공원 오두막에서는 애가위벌을 만날 수 있었다. 역시 나무 구멍을 선호하는데, 아직 막히지 않은 구멍을 집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공원 화장실 입구 천장에는 진흙으로 지은 집이 눈에 띄었는데 구멍벌과에 속하는 애검은나나니가 이용하고 있었다.
이날은 열점박이알락가위벌, 동글알락가위벌, 구리꼬마꽃벌, 어리호박벌뿐 아니라 가위벌의 육아방에 알을 낳는 야노뾰족벌, 왕가위벌과 애가위벌을 숙주로 삼는 밑드리좀벌 등 야생벌에 기생하는 벌들도 등장했다. 나무를 긁어 집을 짓는 두눈박이쌍살벌 모습도 보였는데 사람에 의해 한번 제거된 집을 다시 짓는 중이었다.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공원에 나타난 어리호박벌. 고은경 기자
하지만 예전보다 야생벌의 개체 수와 종류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다. 조 대표는 "사람들이 벌을 무서워하거나 불편해하면서 이들의 서식지를 빼앗고 있다"며 "가위벌과는 특히 공격성이 낮아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드물며,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벌들에게 작은 공간이라도 내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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