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작가가 지난 9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할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두세 편쯤 소설을 더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며 "소설을 쓰기 힘들면 일기 형식으로라도 죽을 때까지 쓰려고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한국 문학의 거목' 황석영(82) 작가가 "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로 시작하는 장편소설 '할매'로 돌아왔다. 시베리아의 눈보라를 뚫고 날아온 개똥지빠귀가 뱃속에 품었던 팽나무 씨앗 하나에서 생명이 움터 60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수호신 '할매'가 됐다는 데서 비롯한 이야기.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소설은 지난해 세계적 권위의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철도원 삼대'(2020) 이후 황 작가가 5년 만에 펴낸 신작이다. '철도원 삼대'가 일제강점기 노동운동을 조명한다면, '할매'는 조선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이어지는 민초들의 삶을 다룬다. 앞서 작가는 "이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받고 싶다"고 한 적 있다.
바다신2릴게임 50쪽까지 '사람' 안 나와… "이런 소설 처음 써"
'할매'는 작가가 거주하는 전북 군산에 실재하는 하제 마을의 600년 묵은 팽나무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팽나무가 뿌리내리기 이전, 겨울철새 개똥지빠귀 무리의 여정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총 224쪽 소설의 4분의 1가량인 49쪽까지 인간은 등장하지 않
골드몽릴게임 는다. 그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로서 사람이 빠진 소설을 쓰는 게 처음이라 어색하고 힘들었다"며 "그런데 써나가는 중에 '아, 이런 글을 내가 처음 쓰는구나' 하는 어떤 기쁨, 놀라움도 경험했다"고 전했다.
팽나무는 움직이지 않고 600여 년을 관통하는 역사의 순간을 지켜본다. 조선 건국 초기, 굶주림에 가족과 떠돌다가 절에
바다이야기무료머니 맡겨진 승려 '몽각'은 환속해서 팽나무 아래 움막을 짓고 갯벌을 일군다. 그러다 생의 마지막에 수도자로 돌아가 칠게 떼에 몸을 내어 준다. "나보다 먼저 있고 나중에 없어질 할매여, 이제 내가 먼저 없어지네."(83쪽)
할매·황석영 지음·창비 발행·224쪽·1만6,800원
카카오야마토 소설은 하제 마을의 길흉화복을 감당했던 무당 '고창댁'과 그의 아들 '배춘삼', 춘삼의 아들 '배경순'으로 이어진다. 황석영 특유의 '민담 리얼리즘'이 빛나는 대목. 춘삼을 거뒀던 배를 모는 '유분도'는 당시 국법이 금한 천주교를 믿다 박해 끝에 순교하고, 경순은 '사람이 곧 하늘'이라 외쳤던 동학농민군에 합류했다 우금치 전투에서 숨진다. 당시 조선 관군은 일본군까지 끌어들여 자기 백성을 상대로 골육상쟁을 벌였다. "이러니 나라가 망하지 않고 배겨날 수가 있겠는가."(165쪽)
"600년 '할매' 서사는 관계 순환 관한 것"
근현대로 넘어오면서 이야기는 한층 격렬한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간다. 일제강점기 수탈을 위해 닦은 군산 비행장 활주로 옆에서 '할매'는 '작은 팽나무'의 소멸을 목격한다. 가미카제로 불리는 자살 공격에 동원될 나이 어린 일본군 조종사들이 작은 팽나무를 사격 표적으로 삼으면서다. 작은 팽나무는 몇 년간 끊임없이 일본군 총알을 받아 패이고 짓무르고 썩어가다 결국 죽어버렸다. 혼자 남게 된 '할매'의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미군기지 확장과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갯벌에서 조개 수만 마리가 말라가는 것도 지켜봐야 했다.
이렇게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 한 땅에서 서로 다른 시대를 산 이름 없는 이들이 '할매'를 중심으로 연결된다. 작가는 "이 세계는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이라는 순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며 "'할매'의 서사는 관계의 순환과 카르마의 이전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할매'를 쓰기 위해 작가는 불교, 노장철학, 동학, 천주교, 생물학, 인류학, 생태학, 자연과학 등에 관한 신간 400여 권을 사들였다고 한다. 삼국유사부터 양광희의 '600년 팽나무를 통해 본 하제 마을 이야기', 김준의 '새만금은 갯벌이다',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 등에서 영감을 얻었다.
1962년 단편소설 '입석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입선하며 등단한 지 어느덧 63년. 만년(晩年) 작가의 소망은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일생에서 가장 새로운 작품을 쓰고 싶다"며 두세 편쯤 더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자연 세계, 사람이 아닌 세계에 대한 얘기를 쓰면서 대단히 깊은 감흥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여기서 더 확장된 소설을 쓰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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