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희 제공


2025년 12월은 친족성폭력 피해자들에겐 특별한 달이다. 이 문제를 다룬 윤가은 감독의 영화 ‘세계의 주인’이 16만 관객을 돌파하며 독립예술영화로서 이례적인 흥행 기록을 세웠다. 12월2일엔 국회 본회의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됐다. 기존엔 13살 미만 아동 대상 친족성폭력에 대해서만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 범위가 19살 미만 청소년까지 확대됐다.
현행법상 친족성폭력 공소시효는 10년이다. 반면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상담한 친족성폭력 피해자의 55.2%( 바다이야기5만 2019년 기준)는 피해 이후 상담 용기를 내기까지 10년 이상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법률안 가결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12월8일 신진희 성범죄 피해자 전담 국선변호사(사진)에게 물었다.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어떻게 보셨나.
“13살 이상 19살 미만 미성년자에게 의미 있는 일이다. 예를 들어 내가 바다이야기프로그램 18살 때 친족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봤다면, 이제 공소시효 적용이 안 되니 30살 넘어서 신고할 용기를 내도 되는 거다.”
?친족성폭력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밝히기까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직장 상사한테 성추행당한 것과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성추행당한 것 사이엔 신고 가능성에서 엄청난 야마토통기계 차이가 있다. 직장 상사가 가해자일 경우 ‘이 회사 그만두면 어떻게 먹고살지’ 싶으니 신고를 잘 못한다.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이면 바로 신고하지 않겠나. 가족은 오죽할까. 아이들은 경제적으로 부모 도움을 받아야 살 수 있으니 (부모가 가해자거나 부모가 친인척 신고에 반대할 경우) 신고하기 어렵다. 또 피해자가 성인이 됐더라도, 요즘은 대학생 때도 경제적 황금성릴게임 도움을 받거나 같이 사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들은 “공소시효 폐지가 성인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가족은 관계망에서 벗어나기 어려우니 공소시효가 아예 없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범위를 확대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그럼 해결돼야 할 더 본질적인 문제는 야마토게임연타 뭔가.
“친족성폭력 피해자들이 언제 피해 사실을 밝히느냐 하면, 그 가족으로부터 완전한 (물리적, 정서적) 분리가 이뤄진 이후다. 즉 아이들에게 ‘신고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모부·고모부·삼촌·할아버지 이런 사람들한테 피해를 본 경우를 생각해보자. 과연 아이 부모가 신고하는 걸 찬성할까? 이 상황에서 아이가 신고했을 때 남은 인생을 혼자 온전히 일어설 수 있게 뒷받침하는 제도가 현재 있는가. 그게 더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 처벌의 문제만 바라본다. 그런데 피해자 처지에선 신고 이후 어떤 가족의 도움도 못 받고, 인생을 혼자 감당하며 살아야 하는 상태에 놓인다.”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정서적 지원도 다 끊긴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그게 ‘고립’이다. 아무리 친구가 있어도 타인의 인생을 책임질 순 없다. 그런데 가족은 안 그렇다. 치고받고 싸워도 도움의 끈이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없어지면 좋지만 그게 능사는 아니다. 피해자를 도울 단단한 지원책을 지금 논의해야 한다.”
?한겨레21에 전하고 싶은 말은.
“언론이 ‘힘들어도 빨리 신고하라’고 피해자들에게 많이 알려달라. 고민할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는 사라진다. 신고가 힘들면 상담이라도 꼭 받아야 한다. 도와줄 사람은 반드시 있다. 피해자가 외롭게 고립된 게 아님을 알리는, 용기를 주는 보도가 많이 이뤄지면 좋겠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