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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짜유기는 구리 78%, 주석 22%를 합금해 수천 번 망치로 두드려 만드는 전통 금속공예다. 기계로는 흉내 낼 수 없는 고도의 수공 기술로, 현재 이 기법을 보유한 나라는 전 세계에 여섯 곳뿐이다. 그중에서도 그릇을 만드는 기술은 오직 한국에만 전해진다. 대부분 국가는 주로 악기 제작에 이 기술을 활용한다. 이 기술을 지닌 장인을 ‘유기장’이라 한다. 이봉주 장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기장으로 국가무형문화재 명예보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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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00세를 맞은 그는 아직도 현장에서 직접 유기를 만든다. 국민일보는 지난달 14일 경기도 고양 김영진문학관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죽음을 무릅쓰고 월남해 대한민국 최고의 유기장이 되었고 이 방짜기법을 후손에게 전수하기까지 하나님께서 인도하셨습니다. 하나님이 기적을 베푸신 삶이었습니다.” 그리태마주식
고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도 대한민국을 위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 일 가운데 역사하실 하나님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앙으로 넘은 38선, 유기의 길을 걷다
이 장로는 평안북도 정주군 방짜유기의 명산지 납청 인근에서 태홈트레이딩시스템
어났다.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단 3일 만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학교에 갔더니 김일성 노래를 가르치는 겁니다. 그걸 배울 이유가 없었지요. 그래서 안 갔습니다. 부모님도 당연히 안 보내셨고요.”
북한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것은 점점 어려워졌다. 곧 군대에 징집될 처지오락실황금성
였기에 그는 1948년, 죽음을 무릅쓰고 남쪽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님의 기적을 경험했다고 한다.
“함께 월남하던 사람들이 도중에 탈북하는 사람들의 귀중품을 빼앗는 야적단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북한 경비대인 줄 알고 모두 도망쳤습니다. 저도 도망치다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로 떨어졌는데 칡넝쿨에 걸려 살았습니다. 그때 ‘하나님,지역난방공사 주식
저를 살려주시면 평생 충성하겠습니다’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랬더니 이후 갑작스러운 소낙비가 내리면서 북한군 경계가 느슨해졌고 그 틈을 타서 무사히 38선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방짜를 만난 것도 하나님의 인도
이봉주 장로가 김영진 장로와 함께했다. 두 사람은 과거 은준관 박사 등 10여명이 활동했던 한 봉사단체의 멤버로 오랜 지인이다. 김 장로가 든 유기가 ‘좌종’이다.
어렵게 남한에 도착했지만 그는 가진 것도, 갈 곳도 없었다. 문득 고향에서 아내가 말하던 이모부 이야기가 떠올랐다. 남한에서 유기공장을 크게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장로는 그 공장에 가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큰 공장이라면 내 한 입 해결할 일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어머니가 유기 행상을 한 적도 있어 유기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이 장로는 서울 염천교에 있는 유기점을 찾아가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자 유기점 주인은 후암동에 가보라고 했다. 후암동에 도착해 쇠 두드리는 요란한 소리에 이끌려 들어간 곳이 바로 방짜 공장이었다. 평안도에서 왔다고 하자 공장 주인이 고향 사람이었다. 그에게 먹을 것을 주며 고향 소식을 물었고 이 장로가 김태옥 장로의 둘째 사위라고 하자 크게 반가워하며 말했다. “다른 데 가지 마시오. 오늘부터 같이 먹고 자고 일합시다.”
그렇게 방짜기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환으로 일했다. 심부름과 배달을 하고 수금도 했다. 그렇게 3개월을 지내다 방짜 기술자들의 인건비를 보고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공방의 최고 기술자 ‘대장’은 하루 품삯이 쌀 두 가마니였다. 그러나 대장이 되기는 쉽지 않았다. 대부분은 평생 노력해도 대장이 되지 못했다.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었다. 방짜 일은 메질 풀무질 등 다섯 명 정도가 협력해야 했다.
놀랍게도 이 장로는 일을 배우기 시작한 지 18개월 만에 대장이 됐다. 그리고 군 복무를 포함해 10여년이 지나 독립해 ‘평북양대공장’을 세웠다.
위기 속의 기회, 징과 꽹과리의 부활
그러나 1961년 5·16군사정변 이후 경기 침체와 스테인리스 대야의 등장으로 유기 산업은 급속히 몰락했다. 수백 곳의 방짜 공장이 1년 새 문을 닫았고 그의 공장도 결국 부도가 나며 위기를 맞았다. 아내는 자녀 학비를 벌기 위해 길거리에서 호떡을 팔았다.
기도하며 버티던 중 그는 우연히 징 공장을 둘러보게 되었다. “구경을 갔더니 징 만드는 방식이 방짜기법과 비슷하더군요. 여섯 명이 밤새 여섯 개를 만들었는데 분업해서 기계를 활용하면 훨씬 더 많이 만들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는 하루 150개를 생산했고 경쟁 업체들이 문을 닫는 동안 그의 공장은 주문이 밀려들었다. 특히 데모가 많던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꽹과리가 한 달에 1000개 넘게 팔렸다. 이후 반상기 제작을 통해 대중화에도 성공했으며 1983년 국가로부터 중요무형문화재 유기장으로 지정받았다. 88서울올림픽 때는 정부의 요청으로 외국에 선물할 고가의 좌종 10개를 수작업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방송 출연도 많아져 100회가 넘었다. 인기 드라마 ‘상도’ ‘대장금’ 등에도 유기와 연장 등을 빌려줬다. 과학자들은 방짜유기 그릇에서 대장균, O157균이 죽는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내용이 KBS 방송을 통해 방영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 반상기는 예물과 예단용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그의 공장은 전성기를 누렸다.
신앙의 유산을 후손에게
김 장로가 이 장로의 백수를 기념해 쓴 시로 현재 경북 문경 납청유기촌에 시비로 세워져 있다.
2004년 그는 경북 문경에 납청유기촌을 설립했다. 갑자기 지방으로 내려가자 전국의 많은 이들이 그를 찾았다. 당시 문경 지역 관공서 직원들은 그를 찾는 외부 전화를 응대하느라 퇴근을 못 할 정도였다고 한다. 2013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유기장 명예보유자가 됐다.
이 장로는 현재 문경 완장감리교회에 출석 중이며 과거 염창감리교회에서 장로로 장립됐다. 강서지방 장로연합회장, 강서지방 평신도 총무 등 전국 남선교연합회 임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2019년 문경 공장 부지 13만여㎡(4만평)와 건물 2900여㎡(900평) 등 약 400억원 규모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자식들에게는 돈보다 신앙을 남겼습니다. 우리 자식들이 저 보다 잘삽니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예수 잘 믿고 정직하게 살기 때문이지요.”
그의 장남 이형근씨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 자격을 취득했으며 손자 이지호씨도 방짜 기술을 계승 중이다. 이들은 경기도 곤지암에 공장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이 장로는 말했다.
100세 장인의 새로운 꿈
이 장로는 지금도 새로운 꿈을 꾼다. 한국 악기 산업의 부흥을 위해 오동나무 재배에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독일에서 개량종 묘목 3000주를 들여왔다. 7년이면 충분히 자란다는 확신을 얻었다. 수입에 의존하던 오동나무를 자급자족하려는 것이다. 이 사업의 계기는 아들이었다. 규모가 제일 큰 북 공장을 운영하던 아들이 나무가 없어 지난해 공장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100세인 그는 여전히 정정했다. “북한에서 온 100세 넘은 사람들이 300명은 된다지만 100년 이야기를 할 사람은 나밖에 없대요.” 그는 무엇보다 건강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고양=글·사진 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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