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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이 옹벽에 처진 울타리 안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서성대고 있었어요. 며칠 지나고 폭설이 내렸는데 가보니까 산양이 죽어 있더라고.”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주민 남광수(66살)은 지난해 소광리 일대에서 갈 길이 막혀 곤란에 처한 산양을 맞닥뜨린 적이 있다고 했다. 겨우살이 채취를 위해 이 지역을 일상적으로 찾는 그는 “서너 마리씩 이동하는 산양들을 두 번에 한 번은 만난다”고 했다. 충남 보령부터 경북 울진까지 국토를 가로지르는 36번 국도의 동쪽 끝 울진과 삼척은 ‘긴꼬리산양’의 최남단 서식지다.
파산신청자격요건 지난 21일 오전 금강송면 일대에서는 산양의 이동을 가로막았던 울타리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울타리’(ASF울타리)가 설치된 36번 신·구 국도 주변에서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진행한 산양 생태 모니터링 결과를 설명했다. 36번 국도는 북쪽으로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소광리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3705㏊ 마이크레딧 신용등급무료조회 )과 남쪽으로 산양·삵·담비·노랑무늬붓꽃·신작약 등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왕피천 유역 생태경관보전지역’(1만284㏊)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산양의 최남단 서식지인 울진군에 설치된 무인센서 카메라에 촬영된 산양의 모습. 물을 마실 수 있는 불영계곡이 인근이지만 춘천의자 ASF울타리로 통로가 막혀있다. 녹색연합 제공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기존 36번 국도 일대에 무인센서 카메라를 설치해 ASF울타리 인근의 산양 서식을 관찰했다”며 “설치한 6대의 카메라에서는 2~30차례 산양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한 “카메라에는 눈앞의 불영계곡을 앞에 두고도 국내산한우 물을 먹으러 가지 못해 울타리 앞에서 서성이는 산양의 모습과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다른 개체들과 소통하는 모습들이 담겼다”고 전했다. 산양 이외에도 고라니, 너구리, 오소리 등 다양한 야생동물의 서식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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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울타리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옮길 수 있는 멧돼지의 이동을 막기 위해 설치됐지만 다른 야생동물에게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서해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활동가는 “지난해는 11월부터 폭설이 내렸고, 이로 인해 금강소나무 수백 그루가 뿌리째 뽑히는 피해가 있었다”며 “산양 또한 2010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은 폐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이 지난해 3월 한 달간 벌인 조사에서만 14개체가 발견됐는데, 한 해를 통틀어서는 74개체가 발견됐다. 이는 앞선 8년간의 폐사 현황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였다. 국가유산청의 자료를 보면, 2016~2023년 삼척·울진에서 발견된 산양 폐사는 2~14건 수준이다. 지난해에 이전과 비교해 최소 5배 이상의 산양이 사망한 것이다.



울진·삼척 지역 산양 서식지도. 녹색연합 제공





2016~2024년 울진·삼척 산양 폐사 현황. 녹색연합 제공


녹색연합은 산양 폐사의 요인을 네 가지로 꼽고 있다. 도로 개발, 산불, 폭설, ASF울타리의 영향이 누적돼 발생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지난 2020년 36번 신국도가 완공·개통되며 산양은 한 차례 서식지 단절을 겪었다. 이듬해인 2021년 환경부가 ‘5단계 광역울타리’ 사업을 통해 제천~울진을 잇는 ASF울타리를 설치하면서 이동에 제한이 생긴 데다 2022년에는 역대 최장 시간, 최대 피해를 일으킨 울진·삼척 산불이 발생해 산양 서식지가 파괴·교란됐다. 지난해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이 폭설로 이어지며 산양의 먹이 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폭설과 ASF울타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산양이 폐사했다는 지적은 지난해 강원도 양구·화천 등 설악산국립공원 인근에서 산양 10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하며 제기된 바 있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해 10월부터 미시령·한계령의 ASF울타리를 부분 개방하고 급이대를 추가로 설치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지난해 3월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발견된 어린 산양의 폐사체. 녹색연합 제공





지난 25일 경북 울진 금강송면에 설치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울타리 앞에서 서해 녹색연합 활동가가 산양의 모니터링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ASF울타리가 허술하게 설치·운영되고 있는 곳도 확인할 수 있었다. ASF울타리는 36번 국도를 따라 총 25㎞가량 설치되어 있는데, 총 18개 지점에서 훼손되거나 끊기고, 울타리 출입문이 개방된 것이 발견됐다. 서해 활동가는 “멧돼지의 이동을 막기 위해 설치한 울타리지만 마을 입구에서 그냥 끊기거나 수로가 있는 곳은 건너뛰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미 ASF가 울진보다 남쪽인 경북 영양까지 확산한 상황에서 ASF울타리는 야생동물의 이동만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울타리가 끊긴 곳으로 산양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다면 야생동물 유도 울타리나 생태통로를 설치해야 동물 찻길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다솜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팀장은 “울진·삼척 긴꼬리산양의 세계적 최남단 서식지로 생태적 가치가 뛰어나지만, 설악산 일대처럼 서식 개체 수가 많지 않아 지난해 폭설 피해 때도 주목을 받지 못했고, 관리·보전 측면에서도 미흡한 실정”이라며 “산양의 보전·증진을 위해 ASF울타리를 철거하고 서식지를 복원을 시작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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