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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애널리스트에서 배우로 전향한 손원대. 한주형 기자


셰익스피어의 39개 희곡을 모두 무대에 올리겠다는 남육현 연출의 대장정이 23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가 '33번째 작품'으로 선택한 희극 '윈저의 유쾌한 아낙들'에는 이목을 끄는 배우 한 명이 서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10년을 보낸 뒤 40대 중반에 뒤늦게 배우로 전향한 손원대가 이번 작품의 주연 폴스타프를 맡았다.
'윈저의 유쾌한 아낙들'은 셰익스피어 희곡 중에서도 가장 일상적이고 코믹한 작품으로 꼽힌다. 술과 허영에 빠 바다이야기고래출현 진 기사 폴스타프가 부유한 유부녀 페이지 부인과 포드 부인에게 동시에 연애 편지를 보내며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다. 사랑과 속임수, 질투와 부부 관계 등 현대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재가 빠르게 전개되며 '셰익스피어판 시트콤'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남육현 연출이 주연 폴스타프 역할에 연극 경력이 전무하다시피 릴게임예시 한 손원대를 과감히 기용했다는 점이다. 손원대는 지난봄 남육현 연출의 '실수연발'에서 이지언 역으로 데뷔했다. 그는 "당시 무뚝뚝하고 호된 연출로 유명했던 그에게 처음으로 잘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벅찼다"고 회상했다. 그 평가를 발판 삼아 이번엔 주연으로 발탁됐다.
손원대의 전직은 의외다. 10년간 교보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그는 바다이야기디시 "마흔 여섯에 센터장 경쟁에서 후배에게 밀렸다"며 "다른 회사로 옮기느니 관두고 배우를 하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은퇴 후 액션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지냈던 그는 승진 실패를 '꿈을 조금 앞당기는' 기회로 활용하기로 마음먹고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
퇴사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몸을 만드는 것이었다. 복싱과 마라톤으로 3년간 15㎏ 야마토게임방법 을 감량했고, 쿵후와 태권도 유단자 과정을 밟으며 액션 연기의 기본기를 다졌다. 단역 출연을 위해 새벽 첫차를 타고 지방으로 떠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필름메이커스 공고를 찾아 단편·독립영화에 꾸준히 지원했다. "작은 배역이라도 연기의 결을 넓히는 과정이라 생각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애널리스트 시절 습관이 연기에 도움이 될 줄은 미처 릴박스 몰랐다. 그는 "보고서를 쓰면서 몸에 밴 버릇대로 대본 구조를 분석하고 사건 흐름을 도식화했다"며 "캐릭터의 감정선이 어디서 꺾이고 어떤 장면이 서사를 밀어가는지 정리하는 과정이 연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큰 조직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임감 있게 역할을 준비하는 태도도 갖추게 됐다.
이번 작품에서 손원대가 맡은 폴스타프는 허세 많고 탐욕스러운 기사지만, 결국 스스로의 허영을 깨닫게 되는 인물이다. 손원대는 "삶의 궤적이 닮아 있어 더욱 진심을 담아 연기하고 있다"며 웃었다. 남육현 연출은 소극장 무대에서 셰익스피어 희극 특유의 말맛과 리듬을 살리는 데 집중했으며, 손원대는 "희극의 템포와 호흡을 무대 위에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고 말했다.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가족이다. 배역을 위해 기른 수염을 탐탁지 않아 하면서도 뒤늦은 도전을 응원해준 아내와 딸들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손원대는 "최근 공연을 본 딸들이 '멋있다'고 말해준 순간이 그 어떤 상보다 값졌다"고 말했다.
손원대의 궁극적인 목표는 여전히 액션영화다. 어릴 적부터 몸에 익힌 쿵후·태권도·복싱을 스크린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배우, 필요하다면 악역으로도 존재감을 남기는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애널리스트 출신이라는 이력을 살려 금융·주식 시장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도 '전문가의 언어'를 구사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속 김부장처럼 위기를 기회로 바꿔 제2의 인생에 들어선 손원대는 오늘도 무대와 체육관을 오가며 언젠가 스크린 속 액션 주인공을 꿈꾸는 시간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철칙은 '조급해지지 않기'.
[구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