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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8-1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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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철 충정로 지구대장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상무관에서 지역경찰 대상 흉기 대응 실전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2025.7.2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제가 e-모기지 진짜 인간으로 태어나서, 경찰로 태어나서 인류를 위해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을 지금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년이 4년도 채 남지 않은 손병철 서울 충정로지구대 지구대장(56)은 26년 경찰 생활 중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고 말했다. 교육생들에게는 단순히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들릴 수도 있지만, 손 대장에겐 그 의미가 남 중고차쇼핑몰 달랐다.
총을 들 때마다 드러나는 전완근과 다부진 체격의 손 대장은 과거 홍콩 영화배우 청룽(성룡)을 떠올리게 했다. 두피 종양을 제거한 뒤 염색을 하지 못해 연보랏빛으로 변한 머리가 아니었다면, 그가 정년을 앞둔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쉽게 떠올리기 어려웠다.
경찰 내부에서 최고의 총기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최근 경찰청이 감정가이하 도입한 '흉기피습 실전대응 훈련'의 총괄 교관을 맡았다. 이번 훈련은 흉기를 든 피의자에 대응해 테이저건과 권총을 실제로 어떻게 사용할지를 익히는 실전형 교육이다.
사람 살리기 위해선 경찰이 총을 쏠 준비가 돼야 한다
지난달 22일 서울경찰청 지하 1층 상무관. 서울 관내 지구대·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40여 명이 한 거치하다 자리에 모였다. 교육생들은 손 대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고, 중간중간 동작을 놓치지 않기 위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손 대장이 이 훈련을 경찰 인생 중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 꼽은 이유는 동료와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일이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경찰의 총기 훈련은 정해진 장소에서 단순 사격을 평가하는 수준에 그쳤다 해외신용불량자 . 이런 가운데 경찰이 흉기를 든 피의자에게 습격당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건이 반복됐다.
이같은 사건이 계속되자 손 대장과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한 지구대원이 "대장님이 알고 있는 것을 나눠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래서 손 대장은 지구대 직원들과 함께 피습 상황에서의 대응법을 영상으로 찍어 경찰 내부망에 올렸다. 촬영 장비와 장소는 모두 자비로 마련했고, 촬영은 지구대 뒷마당에서 이뤄졌다. 이를 접한 경찰청도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고, 결국 새 훈련 체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실전처럼 구성된 훈련은 녹록지 않았다. 총기 방아쇠울에 끼운 고무패킹을 제거하다 손가락을 다치고, 총을 제대로 뽑지 못해 피의자 역을 맡은 보조교관의 모형 흉기에 찔리는 교육생도 줄을 이었다. 실전이라면 경찰관은 물론 시민들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다.
교관용 마이크를 찬 손 대장은 이날 훈련의 목표가 무작정 총을 쏘자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관의 총기 사용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사용이 아니라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사용이어야 한다"며 능숙하게 총기를 다루고 팀워크를 발휘하는 것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반복해 설명했다.
손병철 충정로 지구대장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상무관에서 지역경찰 대상 흉기 대응 실전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실전 경험과 '덕질'로 키워진 전문가
손 대장은 스스로를 총기 '오타쿠'(마니아)라고 말한다. 어릴 적 장난감 총을 허리띠에 4~5개씩 차고 다닐 만큼 애정이 깊었고, 이후에도 관련 지식을 닥치는 대로 읽고 기록하며 흡수했다.
1999년 간부후보생 출신으로 경찰에 입직했지만 처음부터 총기 관련 업무를 맡은 것은 아니었다. 일선 파출소와 경찰을 거쳐 경찰청 외사국에서 외사정보관으로 근무하던 중, 우연히 경찰특공대 제대장 모집 공고를 접했다. 그는 7개월간 체중을 12㎏ 감량하며 준비해 합격했다. 본청 직원이 특공대 팀장으로 이동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손 대장은 이 경력을 두고 "전무후무"라고 표현했다.
서울경찰청 특공대 전술제대장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실전 작전에 투입됐다. 대표 사례는 2007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인질극이다. 손 대장은 피의자가 점거한 강사연구실의 동태를 문틈 사이로 살피다가 피의자가 흉기를 계속 들고 있을 수 없어 주기적으로 책상에 내려놓는 것을 노렸다.
그는 "흉기 다시 집으려면 2초 정도 시간이 있는데 2초면 우리가 접근할 수 있으니까. 40분 정도 그걸 관찰하다가 책상에 흉기를 놓을 때 진입해서 잡았어요"라고 말했다.
실전 경험, 해외 교육훈련 등에 더해 총기에 대한 '덕질'(취미활동)이 그를 누구나 인정하는 전문가로 만들었다. 손 대장은 "전 세계 경찰이 물리력을 사용하는 그런 영상은 다 봤다고 하면 돼요"라며 "국내에서도 경찰들이 다치고 죽고 그런 큰 사건이 발생하면 다 모니터링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특히 경찰관이 사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하면 직접 부상자를 수소문하거나 수사 담당자를 찾아가 경위를 분석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 순수한 관심에서였다.
손병철 충정로 지구대장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상무관에서 지역경찰 대상 흉기 대응 실전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실전적 교육 훈련 계속 이어져야
손 대장이 근무하는 충정로 지구대 1층 지구대장 자리 뒤편에는 재봉틀이 놓여 있다. 경찰특공대 시절 대원들이 장비조끼 주머니가 부족해 불편해하던 모습을 보고 직접 재봉틀을 구입해 '리폼'을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독학으로 재봉질을 배운 손 대장은 지금도 직원들의 장구류를 수시로 손보고 개선해 주고 있다.
지구대에서도 손 대장은 쉬지 않고 직원들에게 장비 사용법을 지도한다. "총기 피탈방지끈을 그렇게 밖으로 나오게 하면 안 된다니까. 지나가다가 걸릴 수 있다고!"라며 직접 장비를 하나하나 점검해 준다. 그는 "혼자만 잘하면 뭐 해요"라며 알고 있는 걸 하나라도 더 동료들에게 전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손 대장 자신이 현장을 떠난 뒤 자신이 참여한 실전 물리력 훈련을 누가 이어갈지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손 대장은 이번 훈련의 교본을 자세히 집필 중이다. 경찰 내에 관련 교육자료가 거의 없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에 가까워요"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낮에는 지구대 업무를 보고 밤에는 규정, 판례, 실제 대응 사례를 정리하는 것이 요즘 그의 일과다.
손 대장은 이번 훈련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되기 위해서는 지구대·파출소 차원의 자체 교육을 넘어 경찰교육기관의 교육과정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부터 교육기관에서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다.
☞손병철 지구대장 △1969년 △간부후보생(1999년) △평택경찰서 정보계장 △평택경찰서 형사반장 △평택 성내파출소장 △평택 안중파출소장 △경찰청 외사국 외사정보관 △서울경찰특공대 전술제대장 △중앙경찰학교 교수요원 △충주경찰서 생활안전과장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장 △서울 용산경찰서 경무과장 △서울 마포경찰서 경무과장 △서울 서대문경찰서 충정로지구대장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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