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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주동자들이 어떻게든 남북 간 충돌, 심지어 전쟁을 일으켜보려고 얼마나 치 떨리게 노력했습니까.” 백낙청(87·사진) 서울대 명예교수의 호소는 절박했다. 먹고사는 일이 전쟁이라, 전쟁을 쉬고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음을 종종 잊고 마는 동료 시민들에게 다시, 분단체제를 생각하자고 했다. 아흔을 바라보는 백 교수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백여일 만에 숨 가쁘게 ‘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를 펴낸 이유다. 백 교수가 단독 저술한 사회 담론서는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 만들기’(2021) 최신릴게임
이후 4년 만이다. “이 책은 특이한 책입니다. 옛날에 이미 실렸던 것을 다시 책에 담는 일은 별로 없는데, 이번에는 다른 책에 나왔던 글, 이미 발표했지만 책에 수록되지 않은 글, 새로 쓴 글을 골고루 담았습니다. 그렇게라도 책을 꼭 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시민들이 역량과 기운을 발휘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줬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책을 낼 수 있었파칭코게임다운로드
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사옥에서 열린 신간 기자간담회) 12·3 내란 사태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내란 주동 세력 구속 수사로 비교적 순리대로 진행되고 있지만, 백 교수는 여전히 갈급한 듯했다. 1987년 체제, 분단체제, 자본주의 체제가 수명을 다해가면서 사회 진보를 막고 불안정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개벽(세황금성검증
상을 근본부터 바꾸고 새로 출발하는 역사)”을 이뤄낼 새로운 사상과 이념이 절실하고, 2025년이 그 적기라는 것이다. 1987년 체제가 진작에 말기에 진입했음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추종 세력의 등장이 보여준다고 했다. “애당초 윤석열의 집권은 촛불혁명 이전 87년 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가운데 이뤄진 정권교체와는 질적으로 다른 사건이었다. 87년 체jw투자클럽
제가 수명을 다하긴 했지만, 촛불(2016∼2017)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할 새로운 체제가 난산을 겪는 와중에 벌어진 일시적 일탈이었던 것이다.” 백 교수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1987년 체제를 퇴행시켰다면, 이번 사태는 1987년 체제보다 “더 나쁜 체제로 가기로 작심한 대통령과 지지 세력이 내란까지 일으키다 실패한 것”(기자간담회)이라고 했다. 분현대위아주가
단체제 역시 수명을 다했다고 단언했다. 백 교수는 “(남북) 양쪽의 기득권층이 상대방을 적대시하면서도 그 적대관계로 인한 긴장과 전쟁 위협으로부터 자신들의 반민주적 특권 유지의 명분을 끊임없이 공급받는 체제”를 ‘분단체제’로 정의한다. 그러면서 “윤석열의 기괴함은 분단체제의 괴물성을 너무나 역력하게 집약하고 있다”고 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 전 대통령이 12·3 내란사태 전후로 드론작전사령부를 통해 북한에 무인기를 여러 차례 보내 공격을 유도했다는 의혹(외환 혐의)을 수사하는 등 수구 기득권 세력이 분단체제를 자신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음이 점점 더 또렷해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분단체제의 기득권 세력들은 윤석열 개인과는 차원이 다른 노련함과 유능함을 갖췄”다는 점이다. 백 교수는 각계 요직에 포진한 수구 기득권 세력이 내란사태에서 보여준 기습적이고도 퇴행적인 판단, 판결을 열거하면서 이렇게 썼다. “내란 수괴의 엽기적 행각이 추종 세력 응원 속에 지속되는 것을 보며 내란의 성격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변칙적 사태가 본질상 내란의 필연성을 상당 부분 내장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점이다.”
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 백낙청 지음, 창비, 2만3000원
구체제가 심폐 소생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백 교수는 ‘변혁적 중도’ 개념을 재차 제안한다. 2006년 창비 디지털신년사에서 처음 제안한 이래 20년 가까이 가다듬은 개념이자 실천이다. 이 개념에선 “변혁적”이라는 수식이 핵심이다. 혁명과 개혁 사이 어디쯤 위치한 단어 ‘변혁’. 이 단어 안에는 분단체제의 해소라는 과제가 내재돼 있다. 가장 쉽게 표현하면 이렇다. “분단체제극복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떠맡은 시민들을 당장 먹고살 걱정으로부터 최대한 풀어줘야 한다.”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분단체제는 “우리(한반도)의 사지를 묶어 놓고, 눈에 잘 띄지 않게 장기의 어떤 부분을 약화시킨다”(기자간담회)고 백 교수는 진단한다. “태생적으로 반민주적이며 비자주적인 분단체제가 지속되는 한 남북 어느 한쪽에서도 온전한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 복지국가로의 전환도 분단체제가 가로막는다. “복지 담론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평화 담론과 결합할 필요성은 많은 이들이 인정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이 재정조달을 위해 상당한 수준의 국방비 감축이 필요하리라는 계산에 멈추어서는 불충분하다. 전쟁 위험이 상존하고 이를 빌미로 수구 세력이 득세하는 상황에서는 복지 확대를 위한 정치적 동력이 생기기 어렵다”. 언뜻 분단체제와 동떨어져 보이는 의제도 이와 연결 지어 생각할 때, 보다 근본적인 원인 파악은 물론, 분단체제 해소와 연계되는 해법 모색이 가능하다고 백 교수는 설명한다. ‘변혁적’이라는 개념의 수식을 받는 ‘중도’는 선거철 “중도 마케팅”이나, 단순한 중간(온건) 노선과는 다르다. 백 교수의 ‘중도’는 “부패한 극우세력과 진보를 자칭하며 각종 단순 논리를 펼치는 이들을 배제한다는 의미”로, “그러한 중도주의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하나의 정당이나 조직으로 일심동체를 이루기보다, 다체동심에 해당하는 느슨한 연대”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백 교수가 주장하는 ‘2025년 체제’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변혁적 중도’의 마인드셋을 탑재한 동료 시민들과 함께 채워나가야 할 부분으로 여기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2025 체제의 제도화 차원에서는 개헌 문제가 중요하다”고 했다. 변화를 담지 못하는 낡고 고정된 헌법은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민주주의로 이끌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헌을 유연하게 하는 방식으로의 개헌이 필요한 때라고 그는 주장했다. ‘빛의 혁명’ 이후 갈피를 못 잡는 담론 지형에 ‘변혁적 중도’라는 개념으로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다만, 백 교수가 ‘새 시대 과제’ 중 하나로 꼽은 ‘젠더 갈등’을 다룬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백 교수는 대안으로 “여성운동”이 “젊은 남성들의 곤경을 직시”하면서 “원만히 대응”해야 함을 제언한다. 그러면서 청년 남성이 겪는 박탈감·억울함과 ‘성적 곤경’을 소상하게 설명한다. 허나, 남성들의 놀이가 된 디지털 성범죄, 빈발하는 교제폭력(살인), 개선되지 않는 성 불평등 문제는 여성운동이 미숙하거나 미진해서 발생하는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이 문제의 대안으로, 국가나 공동체 차원의 대응이 아닌 여성운동의 변화를 주문하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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