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리 비명록김영식·한철수·조운찬·김금호 지음 / 파이돈 펴냄

지금은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불리는 옛 망우리 공동묘지는 1933년 개장해 1973년 문을 닫았다. 반세기 동안 이곳에 묻힌 인물들의 비석에는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 산업화로 이어지는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격동적인 시간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책은 바로 그 ‘돌에 새긴 기록’을 종이 위로 옮겨 한국 사회의 정신과 풍경을 재구성했다. 저자들은 망우리의 비석들이 단순한 묘표가 아니라 역사·철학·문학·예술을 품은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사라지는 비문들을 기록으로 되살린 ‘종이 비석(紙碑)’을 새로 세 손오공릴게임 웠다.

1부 ‘그와 나 사이를 걷다’는 강학린, 안창호, 문일평, 한용운, 오세창 등 애국지사와 독립운동가들의 비문을 따라 걷는다. 3·1운동 33인 중 세 명이 묻힌 망우리공원에는 독립운동사의 무게가 짙게 배어 있다. 수많은 애국지사의 묘는 망우리가 곧 ‘독립의 기억 공간’임을 보여준다. 2부 ‘자네 소리하게, 내 북 바다이야기게임방법 을 치지’에서는 강소천, 김말봉, 김영랑, 박인환, 이중섭 등 문학·예술계 인물의 비문을 통해 한국 예술사의 성좌와 마주한다. 작품 속 정서가 묘비 앞에서 다시 되살아나고, 비문 속 구절들이 창작자의 삶과 시대의 흔적을 드러낸다. 3부 ‘모든 삶은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한국 근대화를 이끈 개척자들의 비문을 소개한다. 기상학·의학·문법학·여권 신장 등 각 오징어릴게임 분야의 ‘최초’ ‘초대’ ‘효시’라는 수식어를 지닌 선구자들의 삶이 펼쳐진다. 국채표, 김분옥, 지석영, 오긍선, 장덕수, 조봉암 등이다. 4부 ‘그대 넋 우리와 함께 있으니’는 서민들의 짧은 비문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슬픔을 비춘다. . 유명 인사와 달리 기록이 거의 없는 이들의 묘비는 짧은 문장 속에 가족을 위해 헌신한 삶, 전쟁과 가난의 시대를 릴게임종류 견뎌낸 고단한 흔적을 담고 있다.짧지만 강렬한 비명들은 시대의 아픔과 인간의 근원적 비통함을 고스란히 전한다.
지금도 망우리공원에는 6500여 기의 묘가 남아 있다. 비문을 읽는 일은 과거의 삶을 현재로 불러내는 작업이자, 사라지는 기록을 다시 세우는 문화적 복원이다. 책은 돌에 새겨졌던 글을 종이 위에서 다시 숨 쉬게 함으로써, 한국 바다이야기2 근현대사를 새롭게 읽어내는 또 하나의 통로를 마련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