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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열린 ‘레드마침표 당신과 함께’ 행사의 참석자들이 HIV 감염인에 대한 연대와 지지의 의미로 ‘무지개색 카드’를 들어 보였다. KNP+·함께서봄 제공


지난달 24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 60여 명과 이들을 지지하는 100여 명이 한곳에 모여 식사 모임을 했다. 식사는 뷔페 메뉴로 진행됐다. 1985년 국내에서 첫 HIV 감염인이 발생한 지 40년 만에 처음으로 규모 있는 식사모임이 조직됐다. 이날 자리는 그 자체로 현대 의학에서 치료받는 HIV 감염인의 전파 가능성이 없다는 과학적 사실을 방증하는 자리기도 했다.
이는 HIV 차별을 종식하기 위해 조직된 캠페인 협의체인 ‘레드릴게임
마침표’가 준비했다. 협의체는 HIV 감염인 단체인 러브포원과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케이엔피플러스(KNP+) 및 산하의 당사자 돌봄단체 함께서봄 등을 중심으로 의료진과 학계, 산업계 등으로 구성됐다. 협의체의 구심점인 3곳의 감염인 단체 관계자들은 “1999년 이들 단체의 시작이 바로 ‘함께 모여 밥을 먹는 모임’(밥상모임)이었고 ‘다 같이 밥 먹매장판황금성
는 자리’를 항상 만들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9월4일치 건강한겨레 ‘한국 HIV 감염인 발생 40년 특집 대담’ 내용).
이렇게 ‘다 같이 밥 먹는 자리’가 25년여 만에 성사될 수 있던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HIV 감염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 차별 때문이었다. 이날 식사 후 이어진 행사에서도 HIV 차별이 이들 감염인의 정신·신엘오티베큠 주식
체 건강에 실제로 큰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차별 종식을 촉구했다. 이에 건강한겨레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HIV 감염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팩트체크해봤다.



레드마침표 캠페인이 진행 중인 해피빈 굿액션 페이지(https://happybean.naver.c주식SMS
om/template/campaign/redperiod). KNP+·함께서봄 제공


-HIV 감염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은 같은 것 아닌가.
아니다. HIV는 바이러스지만, 에이즈는 HIV 감염 후 면역 체계가 손상되며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에 의한 감염증, 암 등의 질병이POSCO 주식
나타나는데 이때의 증상을 가리킨다. HIV에 감염됐다고 해서 항상 에이즈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HIV 감염 초기나 잠복기, 혹은 적절한 치료를 받을 땐 신체의 면역 수준이 일정하게 유지되기에 에이즈로 발전하지 않는다.
-HIV 감염인은 건강할까.
그렇다. 현재 HIV 치료제는 체내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기에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사실상 비감염인과 동일한 건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료받는 HIV 감염인의 기대 수명은 20살을 기준으로 약 78살에 이른다. 이는 2023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인 83.5살과 크게 차이가 없다. 따라서 이제 HIV 감염은 ‘만성질환으로 여겨지며 최근엔 오히려 HIV 감염인의 고령화에 따른 돌봄·요양 문제의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열린 ‘레드마침표 당신과 함께’ 행사의 참석자들이 HIV 차별 종식을 촉구하며 ‘레드카드’를 들어 보였다. KNP+·함께서봄 제공


-HIV 감염인과 함께 식사해도 괜찮을까.
그렇다. HIV는 감염인의 체액에만 존재하며 공기에 노출되면 죽고 71도에서 완전히 사멸될 정도로 열에도 약해 함께 식사하기, 화장실·목욕탕 사용 같은 일상생활 속 신체 접촉으로 감염되지 않는다. 모기 역시 HIV 감염을 매개하지 않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모기가 빨아 먹은 피는 모기의 소화기관으로 들어가 HIV가 증식하지 못하고 흡수되기에 모기나 벌레를 통해선 HIV에 감염되지 않는다.
특히 HIV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감염인의 몸 안에선 HIV 농도가 ‘미검출’ 상태로 나타난다. 이는 감염인이라도 HIV 전파가 불가능한 ‘제로 리스크’ 상태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검출되지 않으면 전파되지 않는다’는 의미의 ‘U=U’(유 이퀄 유)다. 이날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HIV는 죽음의 병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기에 이젠 치료와 존엄의 보편성을 의미하는 세 번째 U(Universal)를 더해야 한다”며 “누구도 바이러스로 평가받아서는 안 되며, 감염 여부가 인간의 가치나 관계의 자격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편견과 차별이 HIV 감염인의 건강을 해롭게 할까.
그렇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은 감염인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치료 회피나 치료 포기를 유발할 수 있어 신체 건강도 악화시킨다. 러브포원의 감염인 대상 조사에서 10명 중 4명이 우울 증상을 겪고 있거나 항우울제를 복용 중이었다. 이는 비감염인 대비 4~10배 높은 수준이다. 2017년 국내 HIV 감염인의 5년간의 사망률을 분석했을 때도 HIV 감염인은 비감염인에 비해 자살 사망 위험이 1.84배나 높았다. 이에 최재필 교수는 “의료인과 상담사, 시민들이 HIV 감염인을 구별하거나 다르게 대하지 않아야 한다”며 “감염에 대한 편견으로 이들을 두려운 존재로 바라보지 말고, 개인적인 도덕적 판단에 따라 대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시민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들을 지지하거나 응원하는 목소리를 가시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해당 캠페인은 해피빈 굿액션 페이지에서 연대의 메시지를 남기는 행사도 진행 중이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