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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임원 정모(54)씨는 결혼 성수기인 지난달 축의금으로만 60만원을 썼다. 회사에서 가까운 직원뿐 아니라 평소 잘 모르던 직원에게까지 청첩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씨는 “사회생활 체면상 잘 모르는 관계여도 10만원씩은 낸다”며 “한 해 500만원 정도를 축의금으로 쓰고 있지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대는 안 한다”고 했다.
세 살 아이를 둔 직장인 최모(38)씨는 올 들어 벌써 축의금으로 200만원 넘게 썼다. 최씨는 “내 아이가 자라서 결혼을 할지, 그때 축의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신혼부부의 앞날을 축복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축의금 문화가 최근 과도한 예식 비용KODEX에너지화학 주식
구조와 맞물리면서 ‘축의금 청구서’처럼 변질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축의금을 받은 신혼부부 입장에서도 예식장 빌리고 식대 내면 남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부모 세대로부터 이어진 ‘축의금 대물림’의 고리를 끊을 계기가 마땅치 않아 미래 세대가 ‘작은 결혼식’으로 이행하기가 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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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젊은 세대는 “최근 물가가 많이 올라 축의금이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대기업 신입 사원 이모(26)씨는 “직장 선배가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줬는데, 서울의 한 고급 호텔로 식대만 20만원에 가까운 곳이어서 축의금을 얼마로 할지 계속 고민오로라 주식
된다”며 “내 집 마련을 위해 돈을 모아야 할 시기에 이렇게 쓰는 것이 맞냐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사회생활이 쌓이고 직급이 높아질수록 청첩장을 더 많이 받고, 축의금 지출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마련이다. 대기업 팀장 이모(47)씨는 “요새는 오다 가다 얼굴만 마주친 신입들도 ‘팀장님’이라며 청첩장을 주는데 난감하다”며 “초등학생인 아이릴온라인
가 결혼할 때까지 회사에 다닐 것도 아니지만 5만원은 쪼잔해 보일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10만원씩 주고 있다”고 했다. 실제 취업 정보 사이트 인크루트가 지난달 직장인 회원 844명을 대상으로 ‘직장 동료 결혼식의 적정 축의금’을 조사한 결과, 61.8%가 10만원이라고 답했다. 32.8%는 5만원이라고 했고, 5만원 미만은 3.2%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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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인 한 중견기업 간부는 “회사 문화가 끈끈한 편이어서 웬만한 직원에게는 축의금으로 10만원, 한 번이라도 데리고 일했던 직원이면 20만원을 낸다”며 “회사 안팎으로 청첩이 몰리는 달에는 200만원 넘게 써봤다”고 했다. 이런 부담을 줄이고자 일부 대기업에서는 일괄적으로 1인당 5만원씩 모아 개인이 아닌 팀 이름으로 봉투를 내는 경우도 있다.



그래픽=백형선


축의금은 ‘내가 낸 돈을 훗날 돌려받는다’는 암묵적 계약을 통해 유지된다. 하지만 개인주의 등 시대 변화로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비혼주의 직장인 이모(41)씨는 “나는 결혼 생각이 없는데, 돌려받지도 못할 축의금을 내면서 가끔 억울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며 “축의금을 안 내면 그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질 테니 ‘관계 유지 비용’이라고 생각하며 축의금을 낸다”고 했다.
만혼 등으로 결혼 시기가 다양해진 것도 변수다. 서울에 사는 미혼의 김모(26)씨는 “요즘 ‘결혼 축하 비용’은 낭비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그다지 가깝지 않은 친구가 청첩장을 줬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는 언제 결혼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축의금을 내야 하나요”라는 고민이 종종 올라온다. 요즘엔 ‘본전’을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축의금을 얼마 내고 돌려받았는지 컴퓨터 엑셀 파일로 기록해 놓는 경우도 많다. 경기도에 사는 박모(43)씨는 “내가 결혼할 때 한 친구가 내가 예전에 냈던 축의금보다 적은 축의금을 보내와 감정이 상했었다”며 “축의금 문화가 진정한 ‘축하’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갑(甲)과 을(乙)로 촘촘하게 엮인 사회에서 축의금 문화가 악용된다는 지적도 있다. 거래처를 돌며 영업을 하는 대기업 차장 김모(40)씨는 “얼굴 한 번 본 거래처 실무자가 ‘이번에 우리 전무님 딸이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주더라”며 “이런 비슷한 경우가 매달 3~4번은 돼서 회사 접대비나 개인 돈을 들여 매번 10만~20만원씩 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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