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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출신의 청년이 외국에서 맛본 멕시코 할머니의 타코를 잊지 못해 제주 흑돼지를 활용해 멕시코 스타일 타코 상품(타코코, 얼바운드)을 만들고, 또 다른 청년은 소나무와 커피가 유명한 강릉의 특징을 살려 송화 가루를 활용한 디저트(파인파인)를 선보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저마다 특별한 이야기를 지니거나, 지역의 특색 있는 아이템을 사업화해 세상 밖으로 내놓은 이들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지역 청년 창작자와 아이디어를 발굴해온 교육 프로그램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이 올해로 3년 차를 맞이했다.



사이다쿨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 2025 성과공유회 현장(사진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 제공)



청년 창작자들이 지역 기반의 취·창업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이하 로파스)’은 고용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ESG 지원형 사이다릴게임 )’의 핵심프로그램이다. 이곳에선 청년 창작자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로컬 콘텐츠를 발굴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비즈니스화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로컬 콘텐츠 사업을 선보이는 ㈜어반플레이와 CJ 올리브네트웍스, 오픈놀이 운영을 맡아, 로컬, 디지털, IR 등 각 사의 전문성을 살린 실무형 일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 과정으로 명성이 높다. 지난 2023년 릴게임온라인 첫 시작 이후 매년 참가자 수를 늘려왔고, 3년 차를 맞이한 올해는 300명의 참가자가 해당 교육을 마쳤다.



취·창업 실전 역량을 쌓는 교육 과정





‘ 우주전함야마토게임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 2025’ 커리어캠프 참가자들이 그룹 멘토링에 참여하고 있다.(사진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 제공)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 2025’에 참여한 300명의 청년들은 지난 6월부터 단계별 교육 과정 및 성과공유회에 참여했다. 크게 1단계 ‘로컬 비즈니스 클래스’, 우주전함야마토게임 2단계 ‘커리어캠프’, 3단계 ‘액션트랙’으로 구성된 교육 프로그램은 참여자들로 하여금 지역 기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기획하고 사업 아이디어로서 구체화하게 만든다.

3단계 액션트랙까지 마무리한 후에는 ‘최종 성과공유회’가 개최된다. 해당 프로그램은 올해 참가자 중에서 단계별 교육 과정을 거친 우수 참가자들이 기획한 ‘지역 기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구체화한 아이디어, 결과물 등을 선보이는 자리다. 올해는 11월 27~28일 양일간 로컬 크리에이터 라운지 ‘연남장’, 동네 컨시어지 ‘웰컴센터연희’ 등 서울 연희동에서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 2025’ 최종 성과공유회 ‘일경험마켓’이 개최됐다.
일경험마켓에선 로파스 우수 참가자들이 구체화한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파이오니어 피칭’이 열린다. 참가자들은 창업과 취업으로 각각 나뉘어 시제품 시연과 IR 피칭(‘창업 부스팅’), 또는 프로젝트 과제 결과물(‘현장 일경험’)을 선보이게 된다. 투자 브랜딩, 로컬 브랜드 창업자로 구성된 분야별 심사위원들이 그들의 사업 아이디어와 독창성, 실현 가능성 등을 살펴 선정된 최종 우수자에게는 로컬 인사이트 트립과 테스트베드 팝업스토어 오픈 등의 기회가 주어진다.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 2025’의 세 번째 교육과정 ‘액션 트랙’ 중 ‘현장 일경험’ 참여 기업(사진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 제공)




전문가들과 연도별 수료자들의 네트워킹 강점
지난 11월 28일, 로파스 일경험마켓 현장을 찾은 기자는 지역 창작자를 꿈꾸는 청년들의 이색 아이디어와 이를 현실화한 결과물, 앞으로의 목표까지 함께 들여다볼 수 있었다.

로파스 참가자들은 해당 프로그램의 장점으로 ‘로컬 현장에서 밀도 높은 실무 노하우를 쌓는 것’, 그리고 ‘네트워킹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기업 관계자와 네트워크를 쌓거나, 국내외 로컬 브랜드를 체험하고, 창업 선배들의 현장감 있는 노하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 등을 한번에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로파스는 그를 모두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일례로 지난 28일, 일경험마켓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파이오니어 인사이드’에선 연희동의 로컬 브랜드들이 참가해 로컬 창업을 꿈꾸는 후배 창작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시간도 열렸다. 차 전문점 ‘무릉’의 박시현 대표, 요가 영상 스튜디오 ‘시이작’의 박준형 대표, 도자기 공방 ‘바바리안’의 문재영 대표 등의 실무자들과 함께 마주하며 작업하고, 소통함으로써 창업·취업을 꿈꾸는 참가자들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 2025’ 일경험마켓 워크숍에 참여한 도자기 공방 ‘바바리안’



과거 로파스 수료자 중 실제 창업에 성공한 사례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파이오니어 인 키친’에 ‘멕시칸 타코 판매’로 참가한 ‘로파스 2023’ 수료자 타코코(얼바운드)의 이승연 대표는 “2023년 로파스 제주 지역권에 참여했다. 그곳에서 제주 소시지를 만드는 대표님을 만났고, 지금까지도 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창업 전문가들의 실질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는 네트워킹이 좋았다. 특히 창업할 때 제 고객이 누군지, ‘페르소나’(제품 혹은 서비스를 사용할 만한 목표 인구 집단을 대표하는 가상의 인물)를 어떻게 인터뷰하고 적용하는지가 중요하더라. 그런 교육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며, “참가자분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같은 수료생들, 멘토님, 코치진과 네트워킹을 유지할 수 있으면 빠르게 확산,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참여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로파스 2025 우수 참가자 아이디어 전시 중 지역 팥을 활용한 두마방의 스프레드 제품(사진 이승연 기자)



올해 ‘파이오니어 스쿨 2025’에서는 폐유리를 활용한 수공예 액세서리(마이도이), 오리와 네잎클로버를 활용한 키링(러클링), 지역 팥을 활용한 스프레드 제품(두마방) 등의 예비 창작자들이 세상에 나올 준비를 마쳤다. 이들 창작자들이 선보이는 제품이 앞으로 세상에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기대감을 품는 순간이다.



Interview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 인터뷰 “도시 콘텐츠가 곧 경쟁력…크리에이터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 만들어야”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사진 어반플레이 제공)



Q 2023년부터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이 진행되고 있다. 청년 창작자들이 가진 실질적 어려움과 로컬 브랜드 창업을 목표하고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홍주석 대표) 빅테크 기업과 AI, 기술에 의해서 세상이 바뀌고 있다. 지금은 모든 걸 기술이 대체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시대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기술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본인이 가진 자아나 정체성을 기반으로 나만의 퍼스널 브랜드를 만들거나 운영하고 싶어하기도 한다. 청년들일수록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교육 체계, 사회 시스템이 별로 없다 보니, 저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만족도가 높은 듯하다. 기능적인 부분이 아니라 나만의 브랜드 철학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가치지향적인 부분은 학교에서 배우기 어렵다.
‘로파스’에선 선배 창업가들이나 멘토, 인사이트 특강 등을 통해 미리 경험해보고, 같이 고민해보고, 성장시킨다. 그 과정에서 본인이 생각한 것과 세상과의 현실적 접점을 찾는 것에 시행착오를 겪는 것 같다. 꿈과 사업을 하는 것은 또 다르다. 꿈을 현실성 있는 사업계획서로 바꾸는 과정을, 이곳에서 실수하기도 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Q 올해 ‘로파스’에선 폐유리를 활용한 수공예 액세서리, 지역 팥을 활용한 디저트 제품 등의 아이디어가 특히 주목받았다. 어떤 점에서 로컬 브랜드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본 것인지 궁금하다.
(홍주석 대표) 로컬 비즈니스를 창업하는 분들도 사업 아이템 쪽에서 점점 발전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로컬 창업을 많이 한다. 지역의 문제 의식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이 성장하고 성공했을 때 지역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관계성을 가지는 것. 그것이 하나의 오리지널리티가 된다면 본인의 비즈니스 확장에도 좋은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자 차별화 전략이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비즈니스 모델로서 계획을 잘 세운 ‘지속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이 최근 들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이번에 좋은 평가를 받은 친구들도 그런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본질적으로 본인의 비즈니스 모델로 구축하는 데 교육을 많이 하고 있다.
Q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IT, 통신 등의 전문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비기술 창업가 육성을 통해 미래를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홍주석 대표) 디지털 시대에 IT 창업이 레버리지 포인트로서 확장하기에 좋은 도구다. AI, 디지털 등이 있어야 새로운 혁신이 일어난다는 게 사실이지만, 일상생활 전면에는 그런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는 수많은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가 있다. 기술엔 과학기술만 있는 게 아니라 노하우도 있다. 그런 형태의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비기술 창업 영역에서도 성장 트랙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들이 창업하거나 소상공인들이 창업을 하는 데에 제공되는 지원금은 대부분 보호나 지원 부분이다. 이 역시 당연히 필요하지만, 기업가형으로 성장하기 위한 로드맵이 없다. 그 때문에 한국에서는 성심당, 삼진어묵 등이 더 나오기 힘든 것이다. 좋은 브랜드로서 시작하는 친구들은 많은데 성장하는 단계를 거쳐 가기엔 금융제도, 지원사업 등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좋은 콘텐츠를 가진 오프라인 브랜드들이 점점 더 다양하게 많아야 도시 경쟁력이 되고, 국가 경쟁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사진 어반플레이 제공)



Q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지역 생태계, 그리고 소상공인의 자생력을 성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홍주석 대표) 소상공인도 경제적인 관념, 경영적 철학, 브랜딩 등 전문적인 역량이 필요한 시대로 가고 있다. 과거엔 (자생력의 기본 모델이) 자신의 노동력이나, 가게 위치 등을 기반으로 했다. 그 경우엔 보통 프랜차이즈 브랜드 창업이 본인의 목적성과 맞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프라인에서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 온라인으로도, 글로벌로도 확장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훨씬 더 전문가적인 역량을 갖춰서 창업하는 게 맞다.
스몰 브랜드로 시작하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강력한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까지 성장할 수 있는 창업가로서의 역량을 처음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다. ‘로파스’의 경우 이를 미리 경험해보고 실패하는 과정도 겪어본다. 또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창업을 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파이오니어스쿨 내 창업 프로그램이 유명하지만 취업 지원도 하고 있다.
(홍주석 대표)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 경험을 시킨다는 것이 메인 미션이었기 때문이다. 교육의 특성상, 독립성이 강한 친구들이 많이 지원을 하고 창업 의지도 강하다. 올해는 창업뿐만 아니라, 실제 회사에 가서 경험을 해보고 자신에게 창업이 맞는지 취업이 맞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매년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브랜드를 초청하는 게 어려운 일이다.
Q 2030세대들의 경우 SNS를 통해 동네 탐방, 개척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동네의 인기 산책 코스가 빠르게 공유되기도 하고, 대전은 성심당뿐만 아니라 ‘빵지순례’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 관심이 확산하면서 지역 축제(빵축제)로 발전하기도 했다. 그만큼 요즘 로컬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
(홍주석 대표)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다 보니 도시 자체가 편리성, 유통 기반에서 콘텐츠 경험의 수요가 커지는 도시로 가는 듯하다. 서울 안에서도 골목을 발견하고, 경험할 거리가 있는 로컬을 찾는다. 또한 콘텐츠를 즐기는 여행의 성격으로 지방이나 소도시로 가서 서울에 없는 유니크한 경험을 즐기고자 한다. 성심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브랜드를 중심으로 ‘빵’이 대전의 콘텐츠가 됐고, 주변 빈티지 가게, 독립서점 등을 함께 찾음으로써 콘텐츠 경험을 짙게 만들어준다. ‘노잼도시’로 불린 대전이 ‘유잼도시’로 반전이 된 것이다.
OTT도 오리지널 콘텐츠 하나가 대박이 나면 플랫폼 구독자가 늘어나는 것처럼, 결국은 콘텐츠 싸움이다. 이런 지역만의 차별화된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생태계가 이루어지고, 콘텐츠 경험을 좋게 만드는 도시, 매니징이 되는 도시들이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거라 생각한다. 인구가 소멸하고 있다 보니 앞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도시만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럴수록 도시의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한, 콘텐츠적인 요소가 핵심일 듯하다.
Q 로컬 중에서도 지방과 같은 특정 지역 사회의 경우 기존 고령층의 주민들이 오래 지켜온 곳이라는 인식도 있다. 그곳에 관심 있는 청년 또는 신규 유입층과 기존 주민들, 각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홍주석 대표) ‘로컬’의 의미가 지방이나 시골은 아니다. 지역적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지방 도시일수록 고령층 비율이 높고, 청년층은 일자리를 찾아 사람이 많은 곳으로 오는 구조는 반전시키기 어렵다. 하지만 새로운 로컬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한다고 하면 지방 도시에서도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능성의 불씨를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된다. 단순 1~2년 안에 만들어질 순 없다. 자생적으로 지속가능성이 있는 형태로 가는 건 5~10년은 걸린다고 보는데, 그러려면 지금 씨앗을 뿌려야 하는 시기다. 그 씨앗이 ‘사람’이다. 그 사람이 가서 ‘이 지역에서 제대로 된 창업을 해서, 이 지역에서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는 브랜드의 자체 경쟁력보단, 지역과 처음부터 연결이 되고 연계가 된 브랜드가 많을수록 지역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고령층 같은 경우 그들이 가진 노하우, 장인정신, 생활 기술이 청년세대와 만나 새로운 브랜드로 창출될 수도 있다. 한 곳에서 40~50년간 노포를 운영해 온 집이 있다면, 이것만으로 엄청난 가치가 있다. 이곳이 콘텐츠화되지 못하고, 새로운 경험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뿐이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엄청난 단골집이지 않은가. 그 브랜드가 스토리텔링 되고, 알려지는 데는 청년세대들의 도움이 일부 필요하다. 대를 이어가거나, 브랜드를 인수해서 새롭게 하는 등 그런 사례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제주의 한림수직 브랜드가 있다. 2005년 한림수직*이 사라졌지만 콘텐츠그룹 재주상회와 이시돌목장이 IP를 살려 일본에서 팝업을 연 사례도 있다. 앞으로도 이런 사례가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가치를 볼 줄 아는 사람들이 이를 키울 수 있는 콘텐츠 기획력, 유통을 늘리거나 투자를 하는 등 새로운 운영 생태계가 필요한 듯하다.

*재주상회X한림수직: 1959년 척박하고 가난했던 제주, 여성과 청년이 섬을 떠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니트 브랜드 ‘한림수직’이 파란 눈의 신부 이시돌목장의 맥그린치 신부에 의해 문을 열었다. 2005년 쓰임이 다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한림수직’은 이시돌목장과 콘텐츠그룹 재주상회에 의해 성공적으로 소환되며, ‘로컬 브랜드 재생’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냈다. (출처: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

Q 최근 로컬 브랜드가 선호되며 전국 유통, 나아가 해외시장 진출까지 목표로 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한편으론 지역 업체들이 전국구 브랜드에 비해 유통망이 적다 보니 경쟁구조에서 밀리는 추세라는 뉴스도 전해진다. 시장의 빠른 변화 속에서 로컬 브랜드들이 가져야 할 전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홍주석 대표) 로컬 브랜드 태생 자체가 매장 수를 늘리거나 유통을 늘리는 경쟁력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렵다. 이는 대기업의 비즈니스 방식이다. IP(지적재산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케이스를 봐야 한다. 브랜드를 소비하는 팬덤이 뭘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내 브랜드의 IP 비즈니스로서의 가능성을 잘 봐야 한다. 매장을 늘려 똑같이 복사, 붙여 넣기를 하는 것이 아닌 희소가치를 올리는 게 중요하다.
이는 내 브랜드의 굿즈를 만드는 방식일 수도 있고, 팬덤이 좋아하는 서브 브랜드를 만들거나, 밀키트를 만들 수 있고, 곧바로 글로벌 유통망 진출을 할 수도 있다. 만약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하는 브랜드라면 유니크한 콘텐츠와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는지, 그리고 리스크를 적게 갈 수 있는 지역으로 진출해야 한다. 이 경우 온라인 이커머스를 통해 테스트를 완료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이처럼 기존 방식이 꼭 맞는 유통방식은 아닐 수 있다.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 2025’ 일경험마켓 포스터



Q 어반플레이의 경우 동네와 브랜드, 사람 간의 커뮤니티를 확장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도 ‘로파스’ 등과 같은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것이 있는지.

(홍주석 대표) 어반플레이는 기본적으로 도시 공간 경험을 새롭게 할 수 있는,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해왔다. ‘로파스’는 도시 안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본인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팀들을 위한 교육적인 프로세스가 사회적인 시스템이 많이 없다 보니, 그를 새롭게 제안하는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도시 공간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다양해질 것이고, 그런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회사의 메인으로 하고 있다. 결국은 이러한 콘텐츠들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저희가 하는 프로젝트들도 선순환을 이룰 거라 생각한다. 이런 곳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한다.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 lee.seungyeon@mk.co.kr] [사진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 (주)어반플레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1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