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리미엄 라면 가격이 2000원을 넘어 3000원에 다가서고 있다./그래픽=비즈워치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인가요?"

K라면의 글로벌 시장 선전 덕에?승승장구하던 라면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비싼 라면 가격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1500원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프리미엄 라면 가격이 코로나19에 따른?원가 상승 등의 이유로 자연스럽게 2000원대로 올라선 점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가격 인하를 대놓고 요구했던 지난 정권에 이어 이번에도 임기 초부터 가격 단속에 나서자 라면업계는 몸을 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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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만 해도 라면 가격의 심리적 저항선은 1500원이었다. 2011년 4월 출시된 농심의 '신라면 블랙'은 1600원이란 가격표를 붙이고 출시됐지만 5개월여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이듬해 신라면 블랙 컵이 출시되며 봉지면도 재출시됐지만 가격은 1500원으로 조정됐다.
2015년 라면 시장에 불어닥친 프리미엄 짜상장기업
장·짬뽕 트렌드 때도 라면 가격의 최상단 지점은 1500원이었다. 농심 '짜왕', 오뚜기 '진짬뽕' 등 주요 제품들이 모두 1300~1500원대에 신제품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들어 라면 가격의 상한선이 무너졌다. 웬만한 신제품도 1500원대에 출시되고 '프리미엄' 딱지가 붙으면 2000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다. 봉지라면 신제품의 인프라웨어
경우 1500원이, 봉지라면보다 단가가 높은 컵라면의 경우 2000원이 '뉴 노멀'이 됐다.?



주요 라면 제조사 2000원 이상 라면 수/그래픽=비즈워치


실제로 편의점 A사에서 판매 중인 라면 카테고리 제품 340여릴온라인
개 중 단품 가격이 2000원 이상인 제품은 총 60여 개에 달했다. 이 중 주요 라면 제조사들의 제품만 추려도 58종이나 됐다. 오뚜기가 26개 제품을 내놓으며 가장 많았고 하림산업과 하림 제품이 19개였다.
B편의점에서도 오뚜기 라면 11개가 2000원을 넘어 가장 많은 제품이 2000원대였다. 하림산업의 장인라면 컵라면, 더미식 오2011년주도주
징어라면 컵라면, 하림 삼계탕면 등은 가격이 2800원이었다.
반면 이 대통령의 '2000원 라면' 발언에 주가가 급락한 농심의 경우 2000원이 넘는 라면이 비교적 적은 8개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5종은 생생우동과 둥지냉면 등 라면이 아닌 프리미엄 면 제품류였다. 팔도의 경우 이벤트성으로 출시된 '점보도시락'류를 제외한 일반 라면류 중 2000원이 넘는 제품이 하나도 없었다.?
왜 이렇게 비싸죠
기준으로 삼은 '2000원'을 없애고 보면 '비싼 라면' 논란이 착시현상이 아님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오뚜기 '참깨라면'이나 농심 '너구리큰사발' 등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라면으로 분류되지 않는 제품들도 1800원으로 거의 2000원에 가까웠다. 여기에 각종 콜라보 라면류나 PB제품들을 더하면 체감상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라면 대부분이 2000원대로 보일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선 '신라면'이나 '진라면', '불닭볶음면' 등 업계를 대표하는 메이저 제품들의 가격은 여전히 낮다고 주장한다. 편의점을 기준으로 신라면·진라면 봉지면은 1000원, 불닭볶음면은 1200원으로 여전히 1000원 초반대다.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대형마트 등에서는 개당 1000원 미만으로 구매하는 게 어렵지 않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컵라면의 경우 용기 비용이 있어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52개의 2000원 이상 라면 중 컵라면이 아닌 봉지면 제품은 농심의 생생우동과 둥지냉면 2종, 삼양식품의 프리미엄 짜장인 '쿠티크 짜장'과 하림산업의 장인라면 등 10여 개에 불과했다. ?
코로나19 이후 밀가루, 팜유 등 라면의 주 원재료 가격이 폭등한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1~2년 사이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기는 했지만 3년 이상 원재료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며 원가 부담을 떠안았던 만큼 전반적인 가격이 오른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고가 라면'이 대부분 수요가 적은 프리미엄 라면이나 이색 라면에 집중돼 있는 것에도 업계의 고민이 묻어 있다. 신라면과 진라면 등 점유율이 높은 라면들은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다. 2023년엔 가격을 인상했다가 정부와 소비자의 반발에 '도로 인하'하는 일까지 있었다. 대신 가격 민감도가 낮은 신제품에 높은 가격을 매겨 이를 상쇄한다는 전략이다.?
다음 차례는?
업계에선 이 대통령의 발언이 비단 라면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고 보고 있다. 라면으로 대표되는 서민 물가를 잡아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라면뿐만 아니라 다른 생활물가에 대한 압박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대표적인 것이?'2만원 치킨' 논란에 휩싸였던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다.
한 때 '2만원' 돌파로 이슈가 됐던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치킨 1마리 가격은 이제 2만3000원대가 일반적인 가격대로 자리잡았다. 제너시스BBQ의 황금올리브치킨은 1마리 2만3000원이고 신제품인 마라핫은 2만8000원에 달한다. "치킨 1마리에 3만원 시대가 현실로 다가올 날이 머지 않은 셈이다.



그래픽=비즈워치


bhc의 경우 뿌링클과 맛초킹 등 인기 메뉴가 2만1000원, 콤보나 순살 등의 부분육 메뉴는 2만3000원대다. 교촌치킨은 허니 한마리가 1만9000원, 레드 한마리가 2만원으로 3사 중 가장 저렴하지만 인기 메뉴인 콤보 시리즈는 2만3000원대로 가격이 크게 오른다.?
업계에선 대체재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의 가격을 문제삼는 건 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라면이나 치킨의 가격이 높다면 가격이 저렴한 다른 라면이나 치킨 브랜드를 선택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전반적인 시장의 인플레이션을 논하는 지적이라면 모르겠지만 특정 몇 제품의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시장 전체를 압박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0원이 넘는 라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라면은 대형마트 등에서 다양한 할인을 진행해 봉지당 1000원 미만에 구할 수 있다"며 "시장 가격을 언급하며 압박하기보다는 원재료 수급 등을 원활하게 해 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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