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싶었지만'뚜…뚜…'
설 연휴였던 올해 1월 28일 최미희(56·가명) 씨의 휴대전화에서 수신음이 울렸다. 발신자는 환자 미희 씨의 장기이식을 담당하는 병원 코디네이터였다.
"어머니, 기증자가 나타났습니다…지금 바로 병원으로 오실 수 있으세요?"
끝내 이식으로 이어지지 않은 과거 두 차례 전화와 이번엔 달랐다. '지금 수술실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몇 년간 앓았던 호흡곤란이 사라질 수 있을까. 혹시 잘못돼서 가족을 다시는 못 보는 건 아닐지.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몰려왔다. 꼭 쥔 남편 손을 끝으로 미희 씨는 10시간 동안 수술대에 올랐다.
◆ 산책하다 찾아온 심장병
심장에 문제가 생겼던 건 2020년 키움영웅문
9월. 대구 수성구 만촌동 화랑공원에서 산책하던 중 숨이 찼다. 뛰거나 오르막길을 걸었던 것도 아니었다. 열 걸음도 못 가서 보이는 벤치에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코로나 시기라서 마스크를 쓴 게 문젠가 싶었어요. 그런데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숨이 턱턱 막혔어요"
과식을 한 것도 아닌데 몸은 점점 부어만 갔다. 몸속 장알라딘다운로드
기들이 부어오른 듯한 낯선 느낌도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동네 한 내과를 찾았다. 초음파와 심전도 검사를 끝낸 의사는 미희 씨에게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당장 큰 대학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큰일이 났다 싶었어요. 2년마다 혈액검사부터 내시경까지 건강검진을 꾸준히 받았는데 심장은 한 번도 검사해다인인베스트먼트
본 적이 없었거든요…"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확장성 심근병증'과 '심부전'이었다. 미희 씨는 장기에 염증을 일으키는 류마티스 다발성 근염을 앓고 있었는데, 심장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평균 생존 기간이 5년개미증권
정도라는 말에 덜컥 겁이 난 미희 씨는 곧장 약물치료에 들어갔다. 병원 안팎을 수시로 오가면서 본격적인 투병 생활이 시작됐다.
매일 시간을 맞춰놓고 약을 먹어도 쉽사리 호전되지 않았다. 호흡곤란의 정도는 더욱 심해졌고 일상생활 모든 것이 불편해졌다. 20m 길이의 횡단보도를 제때 건너본 적이 없다. 남들에게 똑같은 30초의 시간이지만 미진흥기업 주식
희 씨에게는 더욱 빠르게 느껴졌다.
"처음부터 파란불이 켜지지 않으면 횡단보도에 발을 내딛지 못했어요. 빨간불이 켜져도 저는 뛸 수가 없으니까요. 도로를 건널 때 항상 무서웠어요."
2년 차 무렵에는 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심장 상태가 악화하면서 부정맥과 심장마비 위험까지 생긴 것. 결국 왼쪽 가슴 부분을 절개하고 심정지 시 전기 충격을 가하는 ICD(삽입형 심장 제세동기)를 집어넣었다.
심장마비 경고등이 켜졌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오늘 잠이 들면 이대로 눈 감고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남편과 결혼도 못 한 자식들이 눈에 밟힌다. 자신이 없으면 요리도 못하는 가족들이 배달 음식이나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울 모습을 떠올리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 인공 심장까지 단 미희 씨…생명줄이 끊길까 조마조마
한 번 나빠진 심장은 더욱 망가져 갔다. 지난해 1월에는 심장에서 혈액을 내뿜는 기능마저 사라졌다. 동시에 '이제는 이식을 서둘러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인공 심장인 엘바드(L-VAD)에 의존하며 삶을 이어나가야 했다.
흉곽을 여는 대수술로 인공 심장을 단 뒤, 삶의 질은 바닥을 향해갔다. 심장 펌프질을 유지하려면 왼쪽 복부에 부착된 기계를 유선으로 충전해야 했다. 이 선은 어떤 상황에서도 끊겨선 안 되는 생명줄이다.

선의 길이는 5m 남짓. 거실 콘센트로 충전하기 때문에 집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주방과 안방, 화장실 정도로 제한됐다. 잠들 때조차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뒤척이다 선이 빠질까 두려워 선잠을 청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항상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붙여야 했다.




집 밖은 더욱 제약이 컸다. 외출을 위해선 가방을 등에 메고 배터리를 넣어야 했는데 그 무게만 6㎏에 달했다.
한 번 외출에 허락된 자유는 배터리가 버텨주는 12시간 남짓. 마음은 늘 불안했다. 모처럼 외식하거나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순간에도 미화 씨의 시선은 배터리가 얼마 남았는지에 향했다.
"배터리는 쓸수록 빨리 닳잖아요. 6시간 정도 남았더라도 집에 들어와서 충전을 해야만 마음이 놓였어요. 지인을 만나더라도 그 시간을 온전히 즐겨본 적이 없었죠."
기계에 연결된 선이 빠지는 순간 곧바로 응급상황이다. 미희 씨의 심장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5~6분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가족여행도 서울이나 부산처럼 대형 병원이 있는 곳만 선택했다.
"하루는 카페 의자에서 일어나다가 선이 걸린 거예요. 다행히 빠지지 않았지만 집에 와서 보니 피가 흥건해서 바로 병원으로 갔었어요."
생명줄에 의지하며 지내기를 8달이 됐을 지난해 9월,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이식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간절한 소식이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반년에 한 번씩 피를 뽑으며 건강을 확인했던 시간들. 그 모든 과정이 이식을 위한 준비였음을 그제야 실감했다.
하지만 그 심장은 미희 씨의 것이 아니었다. 우선순위에서 밀려 자신처럼 심장을 기다리는 다른 환자에게 간 것. 석 달이 흘러 또 한 번 희망이 보이나 했지만 이마저도 돌연 취소됐다.

◆ "매일 느끼는 당신의 심장 박동, 나도 언젠간 나눠주고 갈게요"




병원에서 걸려 온 세 번째 전화 끝에 미희 씨는 마침내 기다리던 심장을 이식받았다. 그의 일상은 투병을 시작했던 2020년 9월 이전으로 다시 돌아갔다.
지난 3월 21일에 만난 미희 씨는 "이젠 걷거나 뛰어도 숨이 차지 않는다"고 말했다. 횡단보도 앞에서도 힘찬 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인공 심장을 더 이상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를 집에 가둬놓고 불안하게 만들었던 '생명줄'이 드디어 사라졌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사람 몸에 하나밖에 없는 심장을 이식받았다는 것은 누군가 영면에 들었다는 의미였다. 미희 씨는 자신에게 심장을 기증한 사람이 비슷한 연령대의 부모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인도 자녀분들이 있을 텐데 심장병 6년 차로 죽음을 앞뒀던 저한테 새 생명을 선물해주셨어요. 제가 감사하다는 말조차 감히 꺼낼 수 있을까요…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 더욱 커요."
수술이 끝나고 나서는 기증자 가족에게 전해달라며 편지 한 통을 의료진에게 건넸다. '부모님의 몫까지 열심히 살고, 귀한 심장이 힘차게 뛸 수 있도록 건강을 잘 챙기겠다'는 다짐이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면 가장 먼저 왼쪽 가슴에 손을 얹는다. 심장이 잘 뛰고 있는지 확인하며 매일 속으로 되새긴다. '전생에 나와 인연이지 않았을까요. 당신의 못다 한 심장 박동을 위해 최선을 다할게요. 당신은 사라진 것이 아니며 앞으로 나와 함께 살아가는 겁니다'라고.
미희 씨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심장을 이식받아 다시 태어난 만큼, 언젠가 자신도 건강한 장기를 누군가에게 나눠주고 떠나겠다는 것이다. 그날을 위해 매일 자전거 운동을 하고, 하루 세 끼 식사를 거르지 않으며 몸을 관리하고 있다.
"수술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몸 상태가 회복되면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할 거예요. 화장하면 어차피 한 줌의 재가 되잖아요. 내 몸의 일부가 다른 사람한테 가서 삶이 연장될 수 있다면 저한테도 큰 행복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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