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류동익 FPF 공동대표 인터뷰 기사는 내용이 많아 3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이 첫 번째 기사로 개인의 성장 스토리와 입양인-부모 상봉 등을 다뤘습니다. 2주 후에 나가는 두 번째 기사는 부모를 찾는 과정에서 입양인들이 겪는 설움과 고통, 세 번째 기사는 입양과정에서 발생했던 불법행위 등 구조적 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유동익 대표 인터뷰에는 배진시 몽테뉴해외입양연대 대표도 참석해 보충 설명을 했습니다. [삶]은 자서전적 인터뷰여서 개인의 스토리와 사진이 많이 들어갑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류동익 공동대표 [윤근영 기자 활영]


(서울=연합 신혼부부전세자금대출신청 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60대 아버지가 유럽으로 입양 갔던 아들을 30년 만에 만났습니다. 갓난아기가 30살이 돼서 한국에 온 것입니다. 아버지가 만나자마자 처음으로 한 일은 아들의 입 안을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아들에게 입을 열어보라고 하더니 구강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했습니다. 아들을 입양 보낸 것은 아들의 구강 수술비가 없었 주택담보대출 서류 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코와 입 사이에 구멍이 뚫려있어 음식을 삼킬 수 없었습니다."
이는 입양 가족을 찾는 단체 FPF(Find Parents Family)의 공동대표인 류동익 박사(사회복지학)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한 실제 사례다.
인터뷰는 지난 9일과 17일 두차례 진행됐다.
중소기업확인 류 박사는 "나는 15년간 입양인에게 부모를 찾아주는 일을 했다"면서 "입양인은 결국 부모를 찾을 수 있으니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친부모들은 용기를 갖고 자녀들을 꼭 만나서 안아주기를 바란다"면서 "입양인은 부모를 원망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류 박사는 전북 고창 출신으로, 한국외 요구하는 국어대 네덜란드어 학과를 졸업했다. 네덜란드 레이던 대학교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같은 대학에서 범죄 언어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개인 사정으로 한국에 돌아온 그는 캘빈 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2009년부터 네덜란드 방송사의 가족 찾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에 중단됐지만 류 박사는 입양인 국민은행 직장인 가족 찾기 일을 계속하고 있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네덜란드어 강의도 하고, 번역가로서의 활동도 하고 있다.



4살 때 고창 집에서 엄마 품에 안긴 류동익. 오른쪽은 누나 [본인 제공]


다음은 류동익 박사 인터뷰 1차 기사 질문-답변
-- 고향은 어디인가.
▲ (류 박사) 1969년 전북 고창군 신림면 무림리에서 1남 2녀의 둘째로 태어났다. 무림리는 고흥 류씨 집성촌이다. 지금도 버스가 하루에 4번밖에 안 다니는 산골 마을이다. 나는 어린 시절에 순천으로 이사 왔고, 초등학교 2학년 때 전주로 이사 갔다. 아버지의 직업 때문이었다.
-- 아버지는 어떤 분인가.
▲ (류 박사) 아버지는 토목건축 일을 하셨다. 도로를 포장하고, 다리를 만드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일하는 곳이 자주 바뀌었다. 우리 집이 이사를 많이 다닌 이유다. 아버지는 엄격하신 분이었는데, 여린 성격도 있어서 사기를 많이 당하셨다. 경찰이 사기범을 잡아도 그냥 풀어주라고 하시는 분이었다. 이런 아버지를 닮아서 나도 사기를 잘 당한다.
-- 어머니는 어떤 분인가.
▲ (류 박사) 엄격하시면서도 사랑으로 자식을 키웠던 분이다. 어머니의 고향은 고창군 신림면 벽송리다. 그때는 중학교에 가는 여성들이 별로 없었던 시절인데, 어머니는 신학문을 공부하겠다고 우겨서 중학교에 다니셨다고 한다. 왕복 4시간을 걸어서 오갔다고 한다. 내가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난 것도 어머니 때문에 가능했다. 어머니는 무조건 유학을 가라고 권했고, 여러 가지 지원도 해주셨다. 어머니는 똑똑하신 분이었다. 2년 전 돌아가시기 전까지 소학, 명심보감을 외울 정도였다.



누나 중학교 졸업 때, 중학교 1년생 유동익과 부모님 [본인 제공]


-- 본인의 초중고 시설은 어떠했나.
▲ (류 박사) 별로 눈에 띄지 않는 학생이었다. 초등학교부터 얼떨결에 들어갔다. 동네 형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등록하러 갈 때 따라갔는데, 선생님이 나한테 나이를 물었다. 내 키가 컸기 때문이다. 7살이라고 했더니 그럼 너도 등록하라고 했다. 그렇게 초등학교 생활을 시작했는데 존재감이 없었다. 중학교 때도 비슷했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존재감 없기는 마찬가지였지만 팔씨름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체격이 큰 데다 바벨 운동으로 팔 근육이 좋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아직도 나를 팔씨름 잘하는 아이로 기억한다. 내 모교는 전주 영생고로, 가수 고(故) 송대관 씨가 학교 선배다.
-- 그 학교 아이들은 왜 학기 초부터 팔씨름 경쟁을 했나.
▲ (류 박사) 남학생들이어서 누가 센지 세력다툼을 벌인 것이다. 당시 우리들은 입학하자마자 3월 내내 팔씨름을 해서 '등급'을 결정했다.
-- 대학은 어디로 진학했나.
▲ (류 박사) 전북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이때 서클 활동을 했고, 시위에도 적극 참여했다. 그런데 1년 만에 휴학하고 군대에 갔다. 수업 거부가 잦아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안 됐기 때문이다. 나는 색맹이어서 18개월간 방위복무를 했다.
-- 군대 다녀온 후 대학 생활은 달라졌나.
▲ (류 박사) 나는 전북대를 중퇴하고 다시 학력고사를 봐서 한국외국어대 네덜란드어 학과에 들어갔다. 부전공으로 법학과를 공부했다. 이는 내가 네덜란드로 유학을 가게 된 토대가 됐다.



인천에서 진행했던 네덜란드 방송사 'Spoor loos' 촬영 중인 류동익 박사 [본인 제공]


-- 본인은 입양인 부모 찾기 일을 많이 했다고 했는데.
▲ (류 박사) 네덜란드 국영방송 KRO-NCRV의 'Spoorloos'(실종)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Spoorloos는 흔적이 사라졌다는 뜻으로, 입양인의 가족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입양인은 콜롬비아, 스리랑카, 한국 등의 출신이었다. 나는 2009년부터 이 프로그램의 한국 담당이었다. 본사에서 PD와 카메라맨, 쇼호스트가 한국에 오면 내가 합류해 함께 일했다. 이 프로그램은 인기를 끌었고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다른 나라도 모방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나는 이런 나라들의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 본인은 몇가족을 찾았나.
▲ (류 박사) 300가족 정도다. 이중 절반은 친부모가 입양인을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나머지 150가족 가운데 방송사가 촬영한 것은 절반가량이었다. 나머지 절반의 가족은 입양인을 만났지만, 촬영은 거부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과거가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 입양인들은 어떻게 입양 가게 되나.
▲ (류 박사) 케이스가 다양하다. 보육원에 맡겨졌는데 입양 간 경우가 있고, 친부모가 입양을 원한 경우도 있었다. 1970년대까지는 가난, 그 이후에는 불륜이나 혼전 동거로 아이를 낳아서 입양 보낸 경우가 많았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참여한 배진시 몽테뉴해외입양연대 대표 [윤근영 기자 촬영]


-- 불륜에 의한 입양이 많았나.
▲ (배 대표) 생각보다 많다. 어떤 성직자는 젊은 여신도와 바람이 났다. 그 성직자는 유부남이었고, 여신도는 미혼이었다. 두사람 사이에서 1남 2녀가 태어났는데, 그 성직자는 딸 2명을 입양 보냈다.
-- 딸들은 어느 지역으로 갔나.
▲ (배 대표) 유럽이었는데, 삶이 쉽지 않았다. 초등학교 첫날에 아이들이 몰려와서는 아시아인은 처음 본다면서 머리카락과 몸을 함부로 만졌다고 한다. 마치 동물 만지듯이 했다는 것이다.
-- 입양인들은 집에서도 부모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고 하던데.
▲ (배 대표) 순종적인 모습을 보인다. 양부모가 자라고 하면 자고, 오라고 오면 오는 식이다. 공부도 열심히 한다. 계속 웃으면서 엄마를 기쁘게 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음식을 해주면 "고마워요", "맛있어요"라는 말을 연발한다.



한국의 가족 찾는 벨기에 입양인 김기웅 씨 1968년 대전 출생, 1971년 벨기에 입양 [몽테뉴해이입양연대 제공]


-- 부모와 자녀가 한국에서 상봉할 때 30∼40년만인데도 본능적으로 알아본다고 하던데.
▲ (류 박사) 상봉할 때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보고 뛰어오기도 한다. 부모들은 젊었을 때 자기 모습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가 봐도 얼굴이 닮은 경우가 매우 많다.
-- 대부분의 입양인과 친부모는 처음 만났을 때 어떤 모습을 보이나.
▲ (류 박사)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5분간은 계속 운다. 그동안 맺힌 것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만히 기다린다.
-- 첫 상봉 때 첫마디는 무엇인가.
▲ (류 박사) 친부모들은 울면서 "미안해!, 미안해!"라고 말한다. 입양인들은 "괜찮아요! 괜찮아요!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저는 잘 자랐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한다.
-- 첫마디 후에는 어떤 대화를 나누나.
▲ (류 박사) 부모들은 자녀에게 건강한지, 결혼은 했는지, 공부는 어디까지 했는지, 직업은 무엇인지, 자녀가 있는지 묻는다. 입양인들은 부모님의 건강을 묻는다. 그리고 갖고 온 앨범을 펴놓고 사진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자기 성장 과정을 설명해준다. 앨범을 안 갖고 온 입양인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양부모 사진 등을 보여준다.
--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 (류 박사) 부모들이 거의 빼놓지 않고 묻는 것이 있다. 학교는 어디까지 갔는지다. 자신이 가난해서 아이를 가르치지 못한 죄책감 때문인 듯하다. 자신이 많이 배우지 못했기에 자식은 고학력자가 돼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을 것이다.



첫 상봉에서 부둥켜안고 우는 입양인과 어머니 [류동익 박사 제공]


-- 유난히 기억나는 상봉 장면이 있다면.
▲ (류 박사) 부산 출신 입양인이 있었다. 그 입양인의 아버지는 덩치가 큰 분이었다. 알고 보니 부산에서 유명한 건달이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결혼해서 아기를 낳았는데 장애가 발견됐다. 코와 입 사이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음식을 삼킬 수 없었다. 물을 마셔도 식도가 아닌 기도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수술비를 마련할 형편이 안 됐다. 그래서 입양기관에 찾아갔고, 수술받게 해준다는 조건으로 입양 서류에 사인했다.
-- 입양 후 그 아버지의 삶은 어떠했나.
▲ (류 박사) 그날 이후로 건달 생활을 청산했다. 나쁜 생활을 해서 아이가 아프게 태어났다는 자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포장마차, 군밤 장수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갔다. 입양 가기 전의 다른 집 아이들을 잠시 맡아주는 위탁모 일도 했다. 자신이 지은 죄를 참회한다는 뜻에서다. 그렇게 30년이 흘렀고, 어느 날 아들이 한국에 왔다. 갓난아기가 30세의 건장한 청년이 돼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보자마자 가장 먼저 입을 열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수술받았는지, 지금은 괜찮은지 확인했다. 그 아버지는 30년 동안 내내 아들의 구강 걱정을 했던 것이다.
-- 그 아들은 수술을 잘 받았나
▲ (류 박사) 유럽에 오자마자 곧바로 수술받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들의 입안이 건강한 것을 확인하고는 너무 기뻐했다. 그는 30년 만에 건강한 몸으로 돌아온 아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었다. 생활형편이 어려웠지만 곧바로 아들을 백화점에 데리고 가서 양복 2벌을 사줬다. 그 아들은 유럽에서 이미 결혼했고, 소득수준도 높은 편이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배진시 몽테뉴해외입양연대 대표 [윤근영 기자 촬영]


-- 슬픈 상봉이 있다면 어떤 상봉인가.
▲ (배 대표) 탄광 일을 하던 아버지가 있었다. 그는 홀로 아들 넷을 키우고 있었는데, 막내에게 심장병이 있었다. 그는 수술해줄 경제력이 안 됐다. 고민 끝에 입양 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4살짜리 막내를 홀로 보내는 것이 걱정됐다. 그래서 6살짜리 셋째를 같이 입양 보냈다. 막내를 잘 돌보라는 뜻에서다. 그 막내는 유럽에 가서 수술을 잘 받았다.
-- 아버지는 막내아들의 수술 소식을 들었나.
▲ (배 대표) 아버지는 막내가 어느 나라로 갔는지, 수술은 받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여러 차례 입양기관에 찾아가서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아버지는 자기 전화번호가 바뀔 때마다 입양기관에 알려주고는 소식이 오면 연락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렇지만 연락은 없었고, 30년이 흘렀다. 어느 날 셋째가 아버지를 찾아왔다. 그런데 막내가 보이지 않았다. 연유를 물어보니 10년 전에 교통사고로 숨졌다고 했다. 아버지는 슬픔이 가득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아버지는 침묵을 깨고 한마디 했다. "내가 너희 둘을 입양 보낸 것은 막내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 셋째는 해외 입양 생활에 대해 뭐라고 했나.
▲ (배 대표) 생활은 풍족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양 엄마의 사랑으로는 '엄마의 사랑'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 친부모를 찾는 벨기에 입양인 전혜선 씨 1974년 출생, 1975년 벨기에 입양 [몽테뉴해외입양연대 제공]


-- 입양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 (류 박사) 입양을 가게 된 것은 입양인 여러분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 어떤 힘든 일이 있더라도 꼭 이겨내시길 바란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반드시 가족 찾을 길이 열릴 것이다.
-- 친생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류 박사) 용기 내어 자녀들을 만나시길 바란다. 모든 사람은 실수할 수가 있다. 슬픈 과거를 가질 수 있는데, 이를 치유할 방법이 있다. 자녀들은 결코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친부모의 건강과 경제 여건을 걱정한다. 그들을 꼭 만나주시고 그들을 꼭 안아주셨으면 한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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