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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조차 마다하고 사표를 쓰는 이들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그런가하면 거친 가사를 읊조리던 래퍼가 '과거'를 정리하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 그에게 아쉬움은 전혀 남지 않았을까? <뉴스1>은 다양한 '이력'을 갖고 '제2의 인생'을 도모하는 이들을 만나 시대의 풍경을 그려봤다.이현주 안녕소년 대표(본인 제공)(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온라인 남자아동복쇼핑몰 '안녕소년' 이현주 대표는 업계에서 보기 드문 이력의 소유자다.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한 그녀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예능 프로그램을 담당하며 인정받는 방송작가였다. 그가 맡은 프로마다 소위 '대박'이 나면서 몸값은 점차 치솟았다.방송작가 생활을 그만두고는 3년 정도 마케팅 회사에서 회사원 신분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녀는 왜 인정받고 있던 자리를 박차고 나와 험한 창업의 길로 들어섰을까. "10여년 간 방송국에서 유명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나름 성과를 내면서 인정도 받았고, 젊음을 불태웠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이후 전공을 살려 회사로 이직해 온라인 마케팅 업무를 하기도 했고요. 이 과정에서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면서 내 사업을 스스로 마케팅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평소 관심이 많았던 의류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했습니다" 그녀가 창업을 결심한 것은 사업에 대한 의지도 있었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늘 역동적이고 즐거웠던 방송계 생활이었지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회사 생활은 방송계보다는 나았지만 그래도 어린 아들과 직접 돌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이 대표가 창업 결심을 전달하자 우선 남편이 말렸다. 성공을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 결심한 그녀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창업을 시작한지 벌써 6년째, 이제는 10여명의 직원을 둘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자영업자의 특성상 수입에 대한 고민은 늘 존재하지만 이 대표는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삶에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한 때 주급 600만원 받을 만큼 잘 나가…마케팅 회사 생활서 '내 일' 결심지난 24일 오후 3시, 안녕소년 사무실 근처의 경기 파주시의 한 카페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인터뷰 직전까지도 주문 관리, 쇼핑몰 사이트 관리 등 분주하게 업무를 하다 나왔다고 말했다. 그녀로부터 과거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문예창작과를 나와서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연예계나 방송에 대한 관심도 많았고요.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방송작가를 준비하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모 방송국에서 자료를 수집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우연히 다른 프로그램에서 급히 작가가 필요한 상황에 제가 추천이 되면서 작가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 대표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방송계에 몸을 담았다. 기본적으로 흥미를 느끼는 분야이긴 했지만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매주 아이디어를 짜는 것부터 콧대 높은 연예인과 매니저들을 상대하는 것도 힘들었다. 특히 모 프로그램을 맡았을 때는 매 주 새로운 사연을 발굴하는 것이 고역이었다. 매일매일 인터넷 사이트를 뒤졌다.아련한 얼굴로 예전을 회상하던 그녀는 방송 일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즐겁고 보람이 넘치는 시기였다고 말했다. 열심히 일을 하면서 인정도 받았고 유명한 PD에게 같이 일을 하자는 제안을 받아 프로그램을 옮기기도 했다. 방송작가는 프로그램 1개 기준으로 주별로 수당을 받는데 최대 600만원까지 받을 정도로 주가가 올랐다.시간이 흘러도 일에 대한 즐거움은 변함이 없었지만 맡은 프로그램이 바뀔 때마다 적응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 결혼에 이어 육아를 하기에는 방송일이 맞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고 2013년 마케팅 회사에 입사했다.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데다가 활발한 성격의 그녀는 회사 생활과도 잘 맞았다. 밤 9시까지 야근하기 일쑤였지만 방송 일에 비하면 이 정도 야근은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 수입은 방송작가 시절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지만 새로운 일을 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3년을 다녔다.회사를 나온 것은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회사에서 온라인 마케팅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업의 계획이 세워졌다. 그녀는 "마케팅 회사에서 사업에 대한 것을 배웠다고 해도 무방하다. 엄마로서 가정에도 시간을 쏟을 수 있는 나만의 일을 찾다가 아들에게 옷을 예쁘게 입혀 보자는 생각에 남자아동복 쇼핑몰 창업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5년 그렇게 '안녕소년'이 탄생했다. 당시 이 대표의 아들은 3살, 아들이 소년이 되는 감성을 담고 싶었던 그녀는 '반갑다 아들'이라는 의미로 안녕소년이라는 이름을 지었다.(안녕소년 쇼핑몰 홈페이지 화면 캡처)◇'촬영·웹사이트관리·택배' 등 벅찼지만 '바지 맛집'으로 성장이 대표는 집(일산)에서 쇼핑몰 운영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업이 그렇듯 그 역시 시작이 쉽지만은 아니었다. 제일 힘든 것은 내 것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점이었다. 온라인몰 관리, 상품 촬영, 옷 사입, 택배 발송 등 모든 일을 혼자 하다 보니 버거웠다.이 대표는 "밤 9시에 아이를 재우고 버스를 타고 일산에서 남대문으로 가 옷을 한뭉치 사 들고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생활을 1년 넘게 했다"며 "버스를 내릴 때 옷 뭉치를 담은 봉지가 문에 끼어 버스 기사 아저씨가 발로 차준 적도 있다"고 웃었다.이 시기 역시 육체적으로는 고됐지만 남대문 도매업자들과 자연스레 친분을 쌓을 수 있었고, 좋은 옷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 대표는 "남자 아이는 막 입혀도 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여자 아이처럼 신경써서 입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5세부터 10세까지를 목표로 해 '러블리'를 콘셉트로 잡고 깔끔한 룩을 판매했다"고 설명했다.다행히 사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당시 남자아동복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쇼핑몰이 없었기에 1년 만에 주문량이 폭주했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100% 국내산 바지류가 많아 '바지맛집'이라는 별명도 생겼다.안녕소년의 대표 상품이자 베스트셀러는 '헬로 팬츠'다. 신축성이 좋아 활동성이 뛰어나고 입었을 때 몸에 감기는 실루엣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찹쌀떡 팬츠'라고도 불린다. 면바지, 데님, 배기팬츠 등 다양한 종류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 첫 선을 보인 이후 누적 판매량은 1만 장을 넘어섰다. 이외에도 티셔츠 등 베이직 라인의 아이템들이 꾸준하게 판매되고 있다. 규모가 커지며 이 대표 혼자서 감당할 수준이 안 되자 건설회사를 다니던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이 대표 아래 직원으로 들어갔다. 어린 아들은 의류모델로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하며 이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쇼핑몰이 성장하면서 집에서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 경기도 파주시 출판단지 내에 약 20평 규모의 사무실도 마련했다. 집도 근처로 이사했다.이 대표는 2016년이 가장 성황했을 때라고 회상했다. 연매출과 영업이익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가족끼리 일을 하다 보니 필수 지출 외에 추가 지출이 없어 순이익이 가장 높았던 시기였다고. 다만 현재는 추가 인력의 필요성을 느껴 Δ외부 광고팀 ΔCS(고객만족)팀 Δ디자인팀 Δ택배팀 등 업무를 나눠 외주업체에 일을 맡기고 있다. 또 동종업을 하는 쇼핑몰이 많이 생기면서 광고비 지출에도 비중을 두고 있다.◇"카페24의 폰트·에디봇 서비스, 온라인 몰 운영에 도움"안녕소년의 성장은 폰트 등 카페24 서비스의 덕을 본 것도 있었다. 카페24는 자사몰 구축 시 다양한 폰트(디자인된 컴퓨터 글씨체)를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저작권에 제한없이 쇼핑몰 로고(Logo), 상세설명 작성, 이벤트 안내 등 운영 전반에 걸쳐 총 20종의 글씨체를 무제한으로 활용할 수 있다.또한 클릭 몇 번으로 전문가 수준의 썸네일을 제작해주는 '에디봇' 서비스도 유용했다. 썸네일(Thumbnail)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선보일 때 사용하는 대표 사진을 말한다. 상품을 간략하게 요약해 보여주는 일종의 미리보기 사진이다.카페24, 에디봇 서비스카페24는 Δ디자인 템플릿 8종 무료 제공(지속 지원 확대) Δ드래그 앤 드롭(Drag and Drop, 마우스로 끌어다 놓기) 기능 ΔGIF(Graphics Interchange Format, 움직이는 사진 형태) 파일 제작 기능 ΔAI 기반 색상 분류표 자동 삽입 기능 등 썸네일 제작에 필요한 필수 기능을 모두 제공한다. 전문 지식 없이도 클릭 몇 번만으로 즉시 전문가 수준의 썸네일 제작이 가능해 사용자들은 하나하나 사진을 구분해야 하는 수작업을 줄일 수 있다.이 대표는 "온라인몰을 예쁘게 꾸미기 위해 외부 인력을 써가며 포토샵 작업을 하고는 했었는데 카페24에서 다양한 폰트를 제공해줘 포토샵 제작을 굳이 할 필요가 없게 되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이 대표는 사업의 확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유행 변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창업 초기 롤모델로 삼던 쇼핑몰이 사라지거나 규모가 작은 업체가 어느새 성장한 모습을 보며 유행과 시대 흐름에 늘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이 대표는 최근 남성 패션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방탄소년단(BTS)의 의상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실제로 BTS 팬이기도 한 이 대표는 "BTS 의상을 보면 빅뱅처럼 엄청 화려하지는 않지만 꾸민듯 안 꾸민듯 하면서도 색감이나 디자인이 깔끔하다"며 "포근하고 멋진 대학생 선배가 입는 느낌의 옷을 추구하는 안녕소년의 방향과 맞아 계속해서 BTS 의상을 주시하고 있고, 또 동종업체보다 반대로 잘 나가는 여성의류 쇼핑몰을 참고하며 색감 등 트렌드를 벤치마킹 중"이라고 설명했다.이 대표는 예비 쇼핑몰 창업자들에게 힘들어도 혼자 모든 일을 경험해볼 것을 권유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이곳저곳에 맡기고 편하게만 운영하려 한다면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요즘 온라인 쇼핑몰을 열게 되면 사입삼촌, 신상마켓(사입 플랫폼), 택배 서비스 등 대부분의 업무를 외주 업체에 맡길 수 있지만 이런 편리함에 빠지면 안 된다"며 "경쟁력을 갖추려면 대표가 모든 업무를 알고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eggod6112@news1.kr▶ 네이버 메인에서 [뉴스1] 구독하기!▶뉴스1&BBC 한글 뉴스 ▶터닝포인트 2021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