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 코헨 이스라엘 에너지부 장관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도 이집트로 향하는 350억 달러(약 51조원) 규모의 천연가스 수출을 보류하면서 지중해 가스전을 둘러싸고 외교적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엘리 코헨 이스라엘 에너지부 장관은 국내 시장에 더 나은 조건을 확보할 때까지 이집트와의 천연가스 협정 승인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그는 승인 거부로 인해 앞서 예정됐던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 장관의 방문이 취소됐다고도 말했다.
이는 이스라엘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간 공개적 마찰의 새로운 신호로, 코헨 장관의 결정이 양국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그동안 이스라엘 레비아탄 가스전의 공동 소유주인 미 에너지 기업 셰브런을 대변해 이스라엘에 수출 승인을 압박을 가해왔다. 레비아탄 가스전은 이집트 수출의 주요 공급원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라이트 장관의 이스라엘 방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셰브런의 레비아탄 플랫폼 확장'을 지지한다고 FT에 밝혔다.
레비아탄 가스전은 매장량 약 600bcm(1bcm=10억㎥)에 이르는 지중해 최대 규모의 가스전으로, 2064년까지 생 산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이를 기반으로 요르단, 이집트 등 인근 국가와 에너지 연계를 강화, 역내 주요 에너지 거점으로 부상을 꾀하고 있다.
수출 협정은 지난 8월 체결된 것으로, 2029년까지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통해 7.5bcm의 천연가스를 추가로 이집트로 공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추가 공급이 이뤄질 경우 이집트로 가는 천연가스 양은 약 세 배로 늘게 된다.
코헨 장관 측은 표면적으로는 "이스라엘의 이익이 확보되고 국내 시장을 위한 공정한 가격이 합의될 때까지 협정을 승인하지 않겠다"며 상업적인 이유를 들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집트와 정치적 긴장과 국내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코헨 장관은 팔레스타 인 가자지구의 주요 도시인 라파와 가자시티의 완전 파괴를 주장한 바 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세를 '집단학살'이라 부르며 분노를 표했다. 가자지구 접경에 이스라엘군이 병력을 배치한 것도 이집트를 자극했다.
이집트는 동시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휴전을 중재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집트 정보국장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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