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국인의 민속놀이 반열에 올라선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화면 모습. 해외에서도 한국인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좋은 공동체 놀이다. /사진=스타크래프트 캡처



“11시 앞마당 럴커 왔다! 스캔좀 뿌려줘!“

지난 주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위치한 한 PC방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필자를 포함한 몇몇 한국 교민들이 모여 ‘한국인의 민속놀이’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즐기는 연말 이벤트를 가졌다. 이제는 침침해진 눈과 굳어버린 손이었지만 열정만큼은 임요환 못지 않았다.
야마토릴게임게임 뒤에는 맛있는 밥과 맥주로 마무리하는 완벽한 송년회 모임이었다. 참석자 중에는 무역업 대표도 있었고, 공공기관 직원도 있었고, 항공사 직원도 있었다. 게임 얘기, 자녀 얘기, 정치 얘기가 오갔지만, 정작 비즈니스 얘기는 거의 없었다.
12월 두바이는 이런 크고 작은 모임들로 채워진다. 한국을 떠나 멀리 중동에서까지 자리를 잡았 카카오야마토 지만 연말을 축하하는건 어디나 마찬가지다. 어느덧 한해를 마무리하는 달이 되어가자 사람들도 분주해진다. 쾌적한 날씨에 전 세계 비즈니스맨들이 몰려들고, 교민 사회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12월은 두바이가 가장 바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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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말 주UAE한국대사관 주최로 개최된 ‘코리아 내셔널 데이’ 행사. 세계 각국 귀빈들과 한국 교민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였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12월은 특별하다. 낮 기온이 25도 안팎 오징어릴게임 으로 떨어지면서 야외 활동이 가능해지고, 여름 내내 유럽으로 피서 갔던 현지인들과 부유층이 돌아온다. 관광 성수기가 시작되면서 도시 전체에 활력이 넘친다.

교민 사회도 마찬가지다. 한인회 송년회를 비롯해 업종별 모임, 동문회, 종교 단체 모임까지 매주 일정이 빼곡하다.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이집트나 조지아 등 인근 게임릴사이트 국가로 단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비행기 티켓 가격도 성수기 수준이다. 그런데도 필자가 얼마전에 태국까지 비행기를 몰고 갔는데 올때 갈때 전부 만석이었다.
지난 11월 말에는 주UAE한국대사관 주최로 ‘코리아 내셔널 데이’ 행사가 아부다비의 한 호텔에서 열렸다. 박종경 대사대리가 직접 하객들을 맞이했고 세계 각국 귀빈들과 한국 교민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였다. 이런 공식 행사는 평소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인사하면서 친선을 쌓을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12월에는 UAE 최대 명절중 하나인 건국기념일(12월2일)이 찾아오고, 여기에 연말 분위기를 타고 현재까지 각종 파티와 모임이 계속되고 있다. 에미라티(UAE 현지인) 파트너가 있는 한국 기업이라면 이 시기 축하 인사와 선물은 필수다. UAE 국기 색상인 빨강, 초록, 흰색, 검정을 활용한 한정판 제품이나 케이크가 인기를 끈다.


비즈니스 얘기, 직접 꺼내지 마라





두바이 연말 디너쇼의 모습/ 사진=두바이관광청



연말 네트워킹에서 초보 한국 사업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바로 비즈니스 얘기를 꺼내는 것이다.

”작년 송년회에서 만난 한국 분이 인사하자마자 ‘혹시 바이어 소개해주실 수 있느냐’고 묻더라고요. 솔직히 좀 당황했어요.“
두바이에서 10년째 무역업을 하는 한 교민의 말이다. 한국에서는 직접적인 요구가 효율적인 네트워킹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다르다. 특히 아랍 문화권에서는 한국보다 더 관계가 먼저고 비즈니스는 그 다음이다. 첫 만남에서 거래 얘기를 꺼내면 오히려 경계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연말 모임의 본질은 말 그대로 ‘한 해 동안 있었던 일을 정리하고, 내년에도 잘해보자’는 것이다. 올해 뭘 했는지, 가족은 잘 있는지, 다음 휴가는 어디로 가는지 같은 일상적인 대화가 오간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로가 뭘 하는 사람인지 알게 된다.
”어차피 친해지면 다 알아서 도와줍니다. 굳이 부탁하지 않아도요. 제가 뭘 하는지 알면 관련 건이 생겼을 때 먼저 연락을 주더라고요.“
현지에서 건설 자재를 수출하는 한 대표의 조언이다. 두바이에서는 비즈니스 얘기를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하는 게 좋다. “요즘 어떠세요?”라는 질문에 “올해는 좀 힘들었는데, 내년에 새 프로젝트 준비 중이에요” 정도면 충분하다. 관심 있는 사람은 알아서 “어떤 프로젝트예요?”라고 물어올 것이다.


연말 모임에서 비즈니스로 연결하려면





두바이 카페에서 현지인이 커피 마시며 대화하는 모습/ 사진=제미나이



연말에 만난 인연을 실제 비즈니스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려면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중동에서 오래 체류한 사업가들은 모임에서 만난 후 48시간 안에 짧은 인사를 보내는 것을 추천한다. “어제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새해에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정도의 가벼운 메시지면 된다. 너무 늦으면 상대방이 누군지 기억을 못 하고 너무 빠르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에서는 왓츠앱을 주로 사용한다. 명함을 받았다면 바로 왓츠앱으로 연락처를 저장하고, 간단한 인사와 함께 본인이 누구인지 상기시켜주자. “송년회에서 만난 한국인 김OO입니다. 화장품 유통 쪽에서 일하고 있어요. 연락처 저장해둘게요!”
새해 인사도 좋은 기회다. 1월 1일에 “Happy New Year” 메시지를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다. 이때도 비즈니스 얘기는 삼가고, 순수하게 덕담만 전하는 게 좋다.
진짜 비즈니스 얘기는 1월 중순 이후에 꺼내도 늦지 않다. “새해 인사드리면서 커피 한잔 어떠세요?”라고 가볍게 제안하고, 만나서 서로의 근황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협업 얘기가 나온다. 두바이에서는 ‘커피 챗’ 문화가 발달해 있어서, 비즈니스 미팅도 대부분 카페에서 이뤄진다.


새해 전시회 일정을 노려라





세계 3대 식품 전시회 중 하나로 손꼽히는 ‘걸푸드(Gulfood)’ 전시회. 보통 매해 2월에 두바이에서 개최된다. /사진=aT



연말 네트워킹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2026년부터 새로 시작되는 전시회 일정 때문이다. 1월에는 중동 최대 의료 전시회인 ‘아랍헬스(Arab Health)’가 열리고, 2월에는 세계 3대 식품 전시회 중 하나인 ‘걸푸드(Gulfood)’가, 3월부터는 역시 중동 최대 규모인 ‘아트 두바이(ART Dubai)’와 ‘중동 에너지 박람회(MEE)’ 등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이 시기에 바이어를 만나려면 지금부터 사전 미팅을 잡아야 한다. 연말 모임에서 만난 사람 중 관련 업종이 있다면, 1월 전시회에서 다시 만나자고 제안해볼 수 있다. “아랍헬스 가시나요? 거기서 다시 뵈면 좋겠네요”라는 한마디가 자연스러운 후속 미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2026년에는 이슬람교의 금식달인 라마단(Ramadan)이 2월 중순에 시작된다. 라마단이 시작되면 비즈니스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기 때문에, 중요한 계약이나 협의는 그 전에 마무리하는 게 좋다. 연말에 뿌린 씨앗을 1월에 거두고, 2월 중순 전에 계약서까지 마무리하면 이상적인 그림이다.


관계의 축적이 경쟁력이다





코리아 내셔널 데이 행사에서 현지인으로 구성된 어린이들이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있다. 귀엽고도 멋있는 모습에 참가자들의 입가에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두바이에서 10년 가까이 살면서 여러 상황을 목격했다. 한 미팅에서 스쳐 지나간 인연이 몇 년 후 최대 파트너가 되기도 하고, 한류 행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에게 그렇게 소리를 질렀던 현지 여성 팬이 알고 보니 UAE 정부부처에서 일하는 정직원이라서 정부 핵심관계자를 연결해주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중동 비즈니스는 결국 관계의 축적이다.

”처음에는 그냥 얼굴 도장 찍는다고 생각하세요. 누가 뭘 하는 사람인지 파악하고, 나도 여기 있다는 걸 알리는 거죠. 꾸준히 하고 본인이 실력있다는 것을 보여주다 보면 어느 순간 연결고리가 생겨요.“
현지에서 5년째 IT 사업을 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의 말이다. 한국식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신뢰가 쌓이면 그 관계는 10년, 20년을 갈 수 있는 것이 중동 비즈니스의 매력이다.
※ 도움말 및 참고자료 = 주UAE한국대사관, 두바이 관광청, 현지 한국 기업인 인터뷰 3곳 종합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