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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힌디영화 속 살인이 어떻게 그려지지? 가난한 자가 부자를 죽이곤 악몽에 시달려. 귀신이 꿈에 나타나 소릴 지르지 ‘살인자,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말이야.”
우리가 ‘발리우드’라고 알고 있는 인도의 영화시장은 연간 2500편 이상의 영화를 제작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규모를 자랑한다. 사실 ‘발리우드’는 엄밀히 말해 인도에서 제작되는 수많은 영화 중 하나의 하위개념이다. 어쨌든 그만큼 다양한 영화가 제작되기에 고유한 양식 또한 명확하게 존재한다. 온몸을 흔드는 단체 군무, 비현실적인 와이어 액션 같은 스타일적 요소와 함께, 권선징악, 가족애, 사랑 같은 통속적 소재를 기 신안저축은행 반으로 액션, 코미디, 로맨스, 뮤지컬 등 여러 장르를 융합한 ‘마살라 영화’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주류적 흐름에서 벗어난 돌연변이도 있다. 영화 <화이트 타이거>는 그런 예외적 작품이다. ‘백호’가 호랑이의 돌연변이인 것처럼 이 영화도 인도 영화계의 전통과는 다르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아라빈드 아디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21 디딤돌대출 금리인하 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 영화에서 감독은 발리우드적 환상이 아니라 인도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스틸 컷. / 사진출처. IMDb"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5/ked/20250725131104 웰컴론 단박대출 무직자 088sifo.jpg" data-org-width="1200" dmcf-mid="4gWHkpMUS8"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5/ked/20250725131104 법률사무소부민 088sifo.jpg" width="658">
넷플릭스 영화 <화이트 타이거> 스틸 컷. / 사진출처. IMDb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난 주인공 발람은 불행하게도 뛰어난 재능과 지성을 타고났다. 그래서 그의 선생은 발람을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특별한 유주택자 전세자금대출 존재인 ‘백호’라고 부른다. 현실에 안주하기 어려웠던 그는 마을을 떠나 부유한 지주인 락스만가르 가문의 운전사가 되어 상류층으로의 계급 상승을 꿈꾼다. 그러나 발람은 자신이 이들 가문에서 그저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결국 폭력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해 주인인 아쇽을 살해하고 그의 이름까지 훔친다.
공개 당시 ‘인도판 기생충’이라 소개되기도 했던 이 영화는 인도 사회의 뿌리 깊은 카스트 구조와 불평등, 계급 이동의 불가능에 대해 고발한다. 영화 <기생충>이 하층민이 상류층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사기극이었다면, <화이트 타이거>는 신분 질서를 직접 파괴하고 올라서는 더욱 강력한 전복성을 보여준다. 아마 여전히 카스트라는 신분 질서가 실존하는 인도 사회를 배경으로 했기에 가능한 서사일 것이다.
한국 사회에도 분명 계급은 존재하지만, 영화 속 인도 사회는 더욱 노골적이고 명백한 계급적 경계가 있다. 특히 언어는 계급을 상징하는 강력한 도구로 묘사된다. 주인공 발람은 아쇽 및 그의 가족들과 소통할 때 영어를 사용하는 반면, 자신의 가족이나 운전사 등 같은 계급과 대화할 때는 힌디어를 사용한다. 부자와 빈자의 언어가 다른 것이다.
이 언어적 위계는 영화 후반부에 주인인 아쇽이 취한 상태로 발람의 지하 거처로 찾아오는 장면에서 균열한다. 이 장면에서 발람은 처음으로 영어가 아닌 힌디어로 대답한다. 평소 영어로 응대하며 거리감을 유지하던 그가 자신의 언어, 즉 하층 계급의 언어로 소통함으로써 계급 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동등한 인간으로 마주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두 사람의 유대가 깊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장면이지만, 이후 아쇽은 발람을 해고하기로 마음먹는다.
스틸 컷. / 사진출처. IMDb"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5/ked/20250725131106088vepd.jpg" data-org-width="1200" dmcf-mid="yIvWjFP3T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5/ked/20250725131106088vepd.jpg" width="658">
넷플릭스 영화 <화이트 타이거> 스틸 컷. / 사진출처. IMDb
더불어 가족이 개인의 출세를 방해하는 존재로 표현되는 점도 눈 여겨볼 만 하다. 발람은 어릴 적 장학금을 받을 만큼 총명했지만, 그의 할머니는 발람을 학교 대신 찻집에서 일하게 만든다. 훗날 운전사가 된 후에도 할머니와 가족들은 발람에게 끊임없이 돈을 요구하고, 심지어 결혼을 강요하거나 조카를 부양하게끔 하는 등 발람이 자신의 인생을 가꿀 기회를 계속해서 구속한다.
이 점은 <기생충>과도 흥미롭게 대비되는 장면이다. <기생충>에서는 기택 가족이 서로를 위해 팀이 되어 움직이고, 징그러우리만큼 서로에 대한 애착을 보여준다. 그러나 <화이트 타이거> 속에서 가족은 연대의 울타리가 아니다. 복종을 강요하고 탈출을 죄악시하는 감시적 존재에 가깝다. 결국 발람은 가족의 안전이 위협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그 ‘닭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길을 선택한다.
영화는 발람이 벵갈루루로 가서 ‘아쇽’이라는 가명으로 회사를 세우고 신흥 부호가 되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러나 발람은 어디까지나 그 세계의 돌연변이다.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여전히 계급, 전통, 가족이라는 ‘닭장’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바로 오늘날 인도 극장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관객층이기도 하다.
인도는 IT 강국으로 불리지만, OTT 플랫폼을 시청할 수 있는 디바이스 보급은 제한적이다. 물론 스마트폰 보급률은 높지만 대부분 저가형이고, 태블릿이나 스마트TV의 보급은 2022년 기준 13%에 그친다. 또한 공동체 중심의 삶의 방식은 개인이 조용히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 부족으로 이어진다. 이런 열악한 환경 탓에 극장이 여전히 더 나은 관람 경험을 제공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스틸 컷. / 사진출처. IMDb"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5/ked/20250725131107422vqvl.jpg" data-org-width="1200" dmcf-mid="XrAk6CphW7"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5/ked/20250725131107422vqvl.jpg" width="658">
넷플릭스 영화 <화이트 타이거> 스틸 컷. / 사진출처. IMDb
그러나 극장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인도 영화는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환상적 요소로 가득하다. 가난한 자도 춤을 추고, 사랑에 빠지고, 결국 정의를 이루는 ‘발리우드’다. 관객은 잠시나마 닭장 같은 현실을 잊고, 자신도 언젠가 이 사회 속 돌연변이인 ‘백호’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상상한다. 그것이 인도의 극장산업을 지탱하는 힘일 것이다. 반면 <화이트 타이거>는 인도 사회의 계급 현실을 응시하는 영화지만, 막상 이런 영화는 극장에서 만나기 어렵다.
<화이트 타이거>는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그럼에도 이런 예외적 영화는 대다수의 현실을 망각하게 만드는 영화들 사이에서 더 선명하게 각인된다. 나는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만나고 싶다. 단순히 장소의 문제가 아니다. <화이트 타이거>처럼 현실을 직시하는 미학이야말로 극장이 여전히 존재해야 할 이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극장에서 그런 예외를 본 지는 오래다. 극장은 점점 더 무난하고 안전한 이야기들로 채워졌고, 현실을 외면하는 쪽으로 흘러왔다. 국내에서는 OTT 플랫폼의 확산과 함께 개인 단위 감상이 가능한 사회적 환경 덕에, 매체의 주도권마저 OTT로 넘어갔다.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여건은 늘었지만,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사라지는, 비애로운 상황이다.
나는 다시, 극장에 돌연변이가 나타나길 바란다. 그런 작품이야말로 우리 삶의 현실을 마주하게 만들고, 그 불편함 속에서도 우리가 여전히 생각하고 느끼는 존재임을 증명해 줄 것이다. 지금, 극장의 의미를 다시 묻는 시대에 우리가 기다려야 할 것은 어쩌면 그런 돌연변이일지도 모른다.
가성문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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