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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는 단순해서 오히려 어려운 음식이다. 큼직한 고깃덩이를 소금 외 별다른 양념 없이 불에 굽는, 어쩌면 가장 원초적인 요리.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고기의 품질과 굽는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이하 울프강)’는 이 까다로운 스테이크를 뉴욕에서 제일 잘하는 식당으로 꼽힌다. 뉴욕의 전설적 스테이크집 ‘피터 루거’에서 40년간 수석 웨이터로 일한 고(故) 울프강 즈위너(Zweiner)씨가 2004년 열었다. 그가 자신의 스테이크집을 열었을 때 피터 루거 측 반응은 싸늘했다.아티스 주식
“즈위너는 웨이터였을 뿐, 주방이나 고기 구매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울프강은 승승장구했다. 피터 루거와 함께 뉴욕을 대표하는 스테이크집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일본·중국·한국 등 전 세계 40여 점포를 거느린 ‘스테이크 제국’으로 성장하며 미국과 일본에서 4개점을 운영하는 피터 루거를 오히려 우량주
앞질렀다. 국내에는 2015년 서울 청담동 1호점에 이어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에 2호점을 냈다.
광화문점 개장에 맞춰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 피터 즈위너 대표가 서울을 찾았다. 그는 올해 초 86세로 별세한 울프강 즈위너의 아들이자, 피터 루거를 그만둔 뒤 플로리다에서 여생을 보내려던 아버지를 설득해 울프강을 오픈한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정원엔시스 주식
다.
즈위너 대표는 울프강 스테이크 맛의 비결로 “최상급 미국산 소고기 맛을 더욱 향상시키는 드라이에이징 노하우와 그릴(굽기) 테크닉”을 꼽으면서 “스테이크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레어나 미디엄 레어로 드시길 권한다”고 했다. 그의 설명을 들으니 스테이크란 ‘시간의 예술’이자 ‘불의 과학’이었다.
◇스테이크집 웨이터 사장이릴게임 다빈치
되다
-은퇴해 편하게 살려던 아버지를 어떻게 설득했나.
“피터 루거를 그만둘 당시 아버지는 60대 중반이었다. 요즘 60대는 과거 40대나 마찬가지다. ‘은퇴하기엔 너무 젊지 않으세요? 40년간 쌓은 노하우가 아깝지 않으세요’라고 말씀드렸다. 워낙 건강하시기도 했고, 당신의 일을 평생 즐겼던 분이었기에 설득당하신 것 같테스 주식
다.”
-피터 루거 측 예상과 달리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아버지는 단순히 접시를 주방에서 손님 테이블로 나르기만 하지 않았다. 호기심이 많고 지적인 분이었다. 피터 루거에 소고기를 대는 납품업자들과 친분을 맺었다. 이들과 오랫동안 쌓은 인연 덕분에 미국 소고기 생산량의 3%에 불과한 프라임 등급 중에서도 최상급 소고기를 납품받을 수 있었다. 주방 요리사들과 틈틈이 대화를 나누며 스테이크 굽는 법과 드라이에이징 기법을 40년간 체득하셨다.”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 대표 메뉴인 티본 스테이크. 전 세계 40여 매장 중 서울에서만 내는 사이드 메뉴 ‘구운 숙성 김치’를 곁들였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독일 태생인 아버지가 미국으로 이주한 계기는.
“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독일에서 큰 식당을 운영했다. 아버지도 중학교 때 직업교육으로 진로를 정하고 호텔경영학교에서 외식업에 대해 전문적으로 교육받았다. 2차 세계대전 때 가족이 운영하던 식당이 문 닫았다. 아버지는 스무 살이던 1960년 미국에서 일하던 삼촌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삼촌이 운영하던 엘리베이터 회사에서 잠시 일했지만 서비스업이 천직임을 깨닫고 크루즈 여객선, 호텔 연회장, 독일 레스토랑 등을 거쳐 1964년 피터 루거에 취직했다.”
-어려서부터 지켜본 아버지는 어떤 분이었나.
“성실한 분이었고, 가족을 위해서는 어떤 어려움이나 희생도 감내하는 분이셨다. 자식들에게 더 나은 주거·교육 환경을 제공하려고 일터에서 멀리 떨어진 교외로 이사했다. 주 6일을 매일 새벽에 출근해 식당 마감하고 자정 넘어 퇴근하셨다. 매일 구두와 양말 2켤레를 점심과 저녁 갈아 신고 일하셨다.”
2015년 청담점 오픈을 맞아 서울에 왔던 고 울프강 즈위너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 창업자. /조선일보DB
-본인은 시티그룹 부사장 등 잘나가던 금융인이었는데.
“외식업에 대한 관심이 어려서부터 있었다. 대대로 식당을 운영한 우리 집안의 DNA인가 보다. 아버지가 ‘식당을 열 테니 경영을 도와달라’고 부탁하시기도 했다.”
-지난 1월 아버지가 별세한 뒤로 변화는 없나.
“최고의 소고기를 최적의 상태로 숙성해 최고의 솜씨로 구운 스테이크를 낸다는 우리의 철학과 운영 방침이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
◇최고의 스테이크 만끽하려면 레어로 먹어라
즈위너 대표는 울프강 스테이크 맛의 비결로 드라이에이징(dry-aging)을 꼽았다. 드라이에이징이란 고기를 갈고리에 꿰 전용 숙성고에 걸어 두고 숙성하는 방식이다. 한국말로는 ‘건식 숙성’이라고도 한다. 과거에는 드라이에이징이 유일한 숙성 방법이었지만, 진공 포장법이 개발되면서 1970년대부터는 고기를 진공 포장해 냉장고에 두는 ‘습식 숙성(wet-aging)’이 일반적이다.
-드라이에이징의 장점은 뭔가.
“고기 맛이 훨씬 좋아진다. 갓 잡은 고기는 맛이 없다. 효소에 의해 고기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아미노산으로 변한다. 이 아미노산이 우리가 고기를 먹을 때 ‘고소하다’는 느낌을 주는 감칠맛의 주성분이다. 이러한 감칠맛은 습식 숙성을 통해서도 발생하지만 드라이에이징을 할 때 더 많이 큰 폭으로 일어난다. 드라이에이징한 소고기를 구운 스테이크가 더 맛이 진하고 고소한 이유다. 블루치즈나 견과류를 연상케 하는 짙은 풍미가 생겨난다. 여기에 맛을 들이면 일반 소고기는 싱겁게 느껴질 정도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습식 숙성이 대세가 된 이유는.
“드라이에이징을 하면 수분이 빠지면서 무게가 줄어든다. 고기 표면이 마르면서 시꺼멓게 변하기 때문에 잘라내야 한다. 고기 전체 부피의 10%에서 많게는 30%까지도 줄어든다.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가 비쌀 수밖에 없고, 가격을 더 높게 매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고기가 상하지 않으면서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습도와 온도를 맞춰줘야 하는데 쉬운 기술이 아니다.”
-스테이크가 고기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인 까닭은.
“인간이 인지하는 맛이란 정확하게는 맛(taste)과 풍미(flavor)로 분류된다. 맛은 혀의 미뢰(tastebud)가 감지한다. 단맛·신맛·짠맛·쓴맛·우마미(umami·감칠맛) 다섯 가지에 불과하다. 수백 수천 가지 풍미는 코의 후각기관(olfactory receptor)이 감지한다. ‘맛있다’고 하는 총체적 경험은 맛보다 풍미가 훨씬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 생고기에 맛은 있지만 풍미는 없다. 고기를 구우면 풍미가 더해진다.”
-풍미가 더해지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면.
“열을 가하면 고기 표면에서 수분이 제거되고 뜨거워지면서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 일어난다. 탄소가 질소·산소 등과 결합한다. 이러한 화학적 결합 물질들이 풀, 양파, 향신료, 꽃 등의 향을 발산한다. 갈색으로 변한다고 해서 ‘브라우닝 반응(browning reac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테이크를 가장 맛있게 먹으려면 어느 정도로 구워야 하나.
“우리처럼 최상급 소고기를 최적으로 드라이에이징해 구운 스테이크라면 레어(rare)를 추천한다. 나는 모든 스테이크를 레어로 구워달라 주문한다.”
-속이 벌건 스테이크가 나오면 “안 익었다”며 기겁하는 한국인이 많다.
“레어가 버겁다면 미디엄 레어(medium-rare)로 드시기를 간곡하게 권해 드린다. 그 이상으로 구우면 육질과 풍미를 충분히 만끽할 수 없어 아쉽다. 물론 손님이 원하면 웰던으로도 구워 드린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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