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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사이 오래 소식을 몰라서 답답하기가 그지없으며, 날이 너무 추우니 어떻게 지내는지 한 때도 잊지 못한다. 지난번에 쇠셔가 가져온 편지를 보고 반갑기가 그지없으며 잘 지내니 기쁘다. 네 아버지는 감사(監司)를 하여 오니 든든하고 귀함을 헤아리지 못하며, 집 가까이 오니 서울 벼슬살이보다는 내 마음이 든든하고 다행스러우나, 너무 보채는 곳이 많고 영(營)도 내세울 만한 것도 없는데, 가지가지 괴로운 일이 많아하니 실로 절박하기 그지없다. (중략) 나는 지금도 방안에서도 일어나 다니지 못하고 지내니, 실로 괴롭고 서럽기 그지없다. (중략) 글씨 쓰기가 어려워 겨우 적으며, 추위에 롯데인터넷 몸조심하여 지내거라. 11월 27일 할미."
    이 한글편지는 할머니 김태희(金兌喜, 1632-1701)가 이하곤(李夏坤)과 혼인한 큰손녀 송씨(1678-1742)에게 보낸 것이다. 김태희는 예조참의를 역임한 제월당(霽月堂) 송규렴(宋奎濂, 1630-1709)의 아내이자, 충청도관찰사와 대제학을 역임한 옥오재(玉吾齋) 송상기(宋相琦, 1657 비거치식 -1723)의 어머니다. 안동 김씨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의 손녀로, 17세(1648년)에 송규렴과 혼인하여 70세의 나이로 운명하기까지 회덕(현 대덕구 읍내동 후곡)에서 살았다.
    이 편지를 보낸 날짜는 11월 27일로만 기록돼 있다. 그런데 편지 속에 "네 아버지가 감사로 부임하여 집 가까이 왔다"는 내용이 들어있으므로, 아들 송상 유학자금 대출 기가 충청감사가 되어 공주로 내려온 해인 1699년 11월 27일 편지임을 알 수 있다. 이때 김태희의 나이는 68세다. 손녀에게 방안에서도 일어나 걸어 다니지 못하는 와병 생활을 "괴롭고 서럽기가 그지없다."라고 토로했다.



    김태희(할머니)가 송필환(손자)에게 보낸 친필 한 근로자서민전세자금대출 연장 글편지(1696년 8월 16일). 문희순 문학박사·충청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제공


    ◇어린 자녀들에게 천자문과 한시 가르치고, 편지로 가정경영 = 김태희는 17세기 조선의 여성지식인이다. 김태희의 친정 집안은 아들딸을 가르침에 있어서 열린 시각을 가진 집안이었다. 딸들에게도 차등 없이 교육을 시켰다. 김 법원개인회생제도 태희의 형제자매 5녀 3남 각각의 집 여성 중에 문학으로 이미 당대에 소문이 난 경우도 있었고, 역사 속에 묻혀 있다가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새롭게 발굴되고 있는 여성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창협의 첩실, 김창협의 딸 김운(金雲), 김창협의 외손 서영수합(徐令壽閤)·홍원주(洪原周) 모녀, 김창집의 딸 김씨 등이다. 이 여성들은 김태희의 셋째오빠 문곡(文谷) 김수항(金壽恒, 1629-1689) 집안 후손들이다. 김태희를 위시해서 이 여성들의 문학작품이 기록유산으로 남아있게 된 것이 기적 같다.
    김태희는 자식들에게 '천자문'과 조선시대에 초학자들의 한시 학습교재인 '당음(唐音)'을 직접 가르쳤다. 그리고 책을 소리 내어 읽고 있는 자녀들의 곁에서, 그 글 읽는 소리를 경청하며 독려하였다. 김태희가 창작한 문학작품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쉽게도 현재 전해지는 것은 '선찰'이라는 편지첩에 수록된 한글편지 90여 건이 전부이다.
    '선찰'에 수록된 편지 중 세상을 하직하기 불과 5일을 남겨 놓고 보낸 1701년 11월 27일 편지가 있다. 송상기에게 보낸 편지이다. 이때 송상기는 대사간 벼슬에 있었다. 편지의 내용은 "너에 대한 염려를 한때도 잊지 못하겠다. 나는 한결같이 그 정도로 지내고 집안도 무사하니 염려 말고 지내라."는 것이다. 병석에 누워 사선을 넘나드는 그 순간까지도 아들에 대한 걱정과 염려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김태희는 자녀들에게 편지지 좀 보내달라는 부탁편지를 자주했고, 편지지가 도착되면 매우 기뻐하며 답장 편지를 보냈다. 김태희가 보내고 받은 편지를 살펴보면, 김태희가 제월당가 사람들의 소통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족의 학업과 벼슬, 혼례, 질병, 상례 등 삶의 전 영역에 걸쳐 가족들과 소통하고 지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태희는 가정의 주체적 실현자로서 제월당가 가정경영을 일궈냈다.



    김태희의 큰 오라버니 곡운 김수증이 이름 지은 옥오재. 김정곤 씨 제공


    ◇여성선비(女士) 일컬어진 안빈수도(安貧守道)의 삶 = 김태희의 삶은 아들 송상기가 기록한 '선비행장' 속에도 들어있다. 송상기는 어머니의 삶을 다음과 같이 회고하였다. "어머니의 일생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람들은 영화와 부귀를 누렸다고 하겠지만, 사실은 궁핍하고 검약하게 지낸 시절이 대부분이었다. 대개 안락하다고 하여 편안하게 여기지 않았고, 궁핍하다고 하여 괴롭게 여기지 않으셨다. 그 가난을 편안히 여기고 도를 지키는 모습은, 실로 옛 현인군자의 풍도와 같으셨다. 겉과 속이 투명하여 조금도 거짓된 행실이 없으므로, 사람들이 공경하여 여성선비라 일컬었다"는 것이다.
    아들 입장에서 죽은 어머니에 대한 행장을 기록하면서 칭송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감정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객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행적을 기록하는 글에서,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이야기를 꾸며 내는 것 또한 쉽게 용납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김태희는 83세의 나이로 운명한 시어머니 안씨의 지병을 수십 년간 보살폈다. 시어머니가 식사를 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식사를 하지 않았고, 시어머니가 잠자리에 들지 않으면 앉아서 같이 날을 새기도 했다. 이런 일이 한 달에 며칠, 한 해에 몇 달이나 됐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이나 눈보라 치는 겨울에도 밤낮을 가리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얼굴빛이 누런빛을 띠고 검었으며 손은 동상에 걸려있었다고 한다. 시어머니 사후, 김태희도 인생 말년에 병으로 고생했다. 송상기는 어머니의 그런 고질병의 뿌리가 긴 세월동안 할머니 안씨의 병간호로 인한 피로누적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대전시 유성구 외삼동에서 송규렴·김태희 부부 묘역 시제를 지내는 모습. 문희순 문학박사·충청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제공


    ◇'벼슬 버리기를 코를 풀고, 가래침을 뱉듯 하라'며 일깨운 선비정신 = 김태희의 삶은 비록 청빈한 삶을 살았으나, 아들에게는 벼슬자리에 연연해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한번은 아들 송상기가 충주목사 재임시에 한 대관이 송상기를 비방하는 일이 있었다. 김태희는 즉시 아들 송상기에게 편지를 보냈다. "네가 관직에 있으면서 어찌 남에게 비방 들을 만한 일을 했겠느냐마는, 세도(世道)의 위태롭고 험함이 이러한 지경에 이르렀으니, 비록 삼생(三牲)의 봉양을 받는다 해도 나는 영화로운지 모르겠다. 벼슬 버리기를 코를 풀고, 가래침을 뱉듯이(去官如棄涕唾)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찌 구차하게 목사의 자리에 있겠느냐?"라고 단호하고 의연하게 말하였다. 송상기의 관직 생활에 따른 '나아가고 물러남(進退)'의 문제에 있어서, 어머니의 결단력과 충고, 지지와 응원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선비정신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선비정신은 물질과 분리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맹자는 "항산(恒産)이 없어도 항심(恒心)을 두는 자는 오직 선비(士)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물질이 자신의 몸과 삶을 채워주지 못했을 때조차도 방종하고(放), 치우치고(僻), 간사하고(邪), 분수를 넘어서지(侈) 않을 힘을 길러준, 가정 속의 내치자(內治者)가 있다. 바로 김태희 같은 충청의 여성선비를 기억하고자 한다. 문희순 문학박사·충청문화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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