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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1-1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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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만난 건축 업체 PMK의 폴 김 대표는 휴대폰으로 사진들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사진 속 짙은 회색 연기 너머로 보이는 것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폐허가 된 집터뿐이다. 그는 “다시 돌아갈 줄 알고 양말 몇 개만 챙겨서 나왔는데 나중에 가보니 모든 게 잿더미가 됐더라”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머리가 텅 빈 상태”라고 말했다.
위탁매매계약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알타데나 지역의 한 마을이 산불에 초토화된 모습. 김상진 미주중앙일보 기자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어버린 김 대표는 현재 아들 집에 머물고 있다. 살던 동네를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김 대표는 “지금으로선 살던 곳 한국장학재단 성적미달 에 다시 가보는 게 너무 힘들 것 같다”며 “평온했던 동네가 모두 사라져버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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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로 변한 집에 망연자실
상흔은 곳곳에 역력하다. 지난 13일 오전 10시, 이튼 산불 피해 지역인 노스 알타데나 드라이브와 가피아스 드라이브 교차로로 가 햇살론대출문의 봤다. 산불 발생 직후였던 지난 8일 이곳은 옷깃이 휘날릴 정도의 강풍으로 흩날린 재들이 가득했던 지역이다. 닷새 만에 다시 찾은 이곳은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칠 정도로 고요했다. 간간이 보이는 골조로 이곳이 집터였다는 사실만 알 수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무색할 정도였다.
디딤돌 답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이튼 산불이 발생한 알타데나의 한 주택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김상진 미주중앙일보 기자
한 노인이 곡괭이와 삽을 들고 잔해 속에서 뭔가를 찾고 있었다. 자신을 호세라고 소개한 그는 “이곳은 내 딸이 우리은행인터넷뱅킹 살던 집”이라며 “딸이 지금 너무 힘들어해서 대신 남은 물건을 찾으러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쪽이 거실과 안방이었는데 이 근처에 분명 사진이나 귀중품들이 있을 것”이라고 되뇌었다.
알타데나의 워싱턴 불러바드와 델레이 애비뉴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노인들이 머물던 ‘투팜스 너싱 센터’가 있던 곳이었다. 파손된 휠체어, 병원용 침대, 부서진 나무 조각 등이 널브러져 있고 검게 그을린 철골 구조물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인근 맥도널드 매장은 이번 산불로 유리창이 모두 깨져 있었다. 외벽 곳곳에 그을음은 화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요양원인 '투 팜스 너싱 홈'이 전소하고 폐허로 남은 모습. 김상진 미주중앙일보 기자
그 옆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린 ‘아베슨 차터 스쿨’의 건물터도 보였다. 철조망 너머로 농구 골대와 학교 표지판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학생들이 공부하고 뛰놀던 학교였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곳을 지나던 한 주민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지금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사람들이 북적이던 이 동네가 순식간에 이렇게 변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알타데나는 라크레센타, 라카냐다 등과 함께 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이번 산불의 또 다른 피해 지역인 퍼시픽 팰리세이즈에도 메이저리거였던 박찬호를 비롯한 한인들…이 다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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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주택도 무더기 피해
부동산 명의 정보 회사인 시카고타이틀이 알타데나 지역의 주택 소유주 현황을 확인한 결과, 김(Kim), 이(Lee), 박(Park), 정(Jung) 등 주요 한인 성씨 소유주가 알타데나엔 150채, 팰리세이즈에선 130채가 검색됐다. 이는 주요 한인 성씨만 검색한 것으로 실제 한인 피해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알타데나 지역의 한 중고차 판매업소의 전시 차량들이 전소돼 있다. 김상진 미주중앙일보 기자
산불 확산으로 연기 냄새가 가득했던 알타데나 지역은 이제 잔해 속에서 복구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날 우드버리 로드와 페어옥스 애비뉴 교차로에선 멕시칸 케이터링 업체인 ‘플러프스 타코스(Fluff’s Tacos)’가 천막을 치고 무료로 타코를 나눠주고 있었다. 소방대원과 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천막 옆으로는 이재민들을 위한 물, 의류, 통조림과 같은 구호품도 쌓여 있다. 이 업체의 직원 라파엘 로드리게스는 주민들에게 “타코도 먹고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가져가라”며 “이 음식과 물품이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패서디나 컨벤션 센터는 피해자들을 위한 대피소로 지정됐다. 대피소를 관리하는 적십자사에 따르면 600여명(13일 기준)이 이곳에 머물고 있다. 이곳은 피해자들의 안정을 위해 일반인과 언론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패서디나 컨밴션 센터에서 산불 피해자들이 FEMA 직원들과 피해 상담을 하고 있다. 김상진 미주중앙일보 기자
연방재난관리청(FEMA) 직원들은 이날 대피소에서 피해자들에게 정부 지원 기금 신청 방법 등을 알렸다. 이날 대피소에 있다가 FEMA 직원과 상담을 마친 테레사는 “가족들이 한 동네에 살고 있었는데 집 두 채가 모두 타버렸다”며 “가족들이 몸 말고는 모든 걸 다 잃어버려서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막막한 상태”라고 말했다.
LA 산불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다. 16일 현재 최소 27명이 순지고 1만2000채 이상의 건물이 소실됐다. 가장 큰 두 화재 지역인 이튼과 팰리세이즈의 불길은 아직도 진화가 안 됐다.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소방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산불을 키우돈 강풍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면서 화재 확산은 더딘 편이다. 하지만 건조한 날씨 탓에 불길은 언제든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알타데나=정윤재 미주중앙일보 기자 jung.yoonja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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