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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일하다 숨지는 노동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경북 경주의 아연 가공업체에서 노동자 4명이 질식 사고를 당해 죽거나 다쳤다. 노동계에서는 "정부 대책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만 15명 질식 사망…사람 잡는 질식 사고
7월 6일 인천 계양구 한 도로 맨홀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질식 사고로 숨진 현장. 인천소방본부HTS활용
제공
26일 노동계와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전 경주의 아연 가공업체에서 발생한 사고로 노동자 3명이 숨졌고 나머지 한 명은 부상을 당했다. 이날 사고는 지하 저수조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한 명이 보이지 않자 동료 3명이 찾으러 내려갔다가 발생했다. 조사결과 사고가 발생한 저수조에서 고농도 일산화탄소가바다이야기게임장
검출됐다. 노동당국은 노동자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유해가스에 질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동자가 일하다 유독가스에 질식당하는 일은 잊을 만하면 발생한다. 이번 경주 사고를 포함해 올해만 최소 9번 이상의 질식 관련 사고가 있었고 노동자 15명이 숨졌다. 지난 7월 6일에는 인천 계양구의 맨홀 작업에 투입됐던 50대 노동자 1명이 가스 제일모직 주식
중독으로 쓰러져 숨졌고 같은 달 27일에는 서울 금천구 상수도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준비 중 맨홀에 내려갔던 노동자 2명이 사망했다. 질식 산재는 치명적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밀폐공간 질식재해자 298명 중 126명(42.3%)이 사망했다.
정부 대책 부산했지만 효과는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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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부랴부랴 산재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질식을 포함한 산재사고 대응책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강제수사 범위 확대다. 기존에는 대형사고 위주로 강제수사가 진행됐다면 앞으로는 중대재해 원인이 기초 안전수칙 미준수라도 강제수사를 적용키로 했다. 예컨대 산소마스동시호가
크 등 안전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거나 2인 1조 작업 원칙 등을 지키지 않아 질식 사망 사고가 발생한다면 책임자 구속이나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재정적 여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인력과 안전 설비를 충분히 갖추지 않는 영세사업장에 대한 점검과 감독도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발생한 노동자 질식 사망 사고. 그래픽=강준구 기자
문제는 대책은 계속 쌓여가는데 효과는 좀처럼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앞서 맨홀 질식 사고가 발생하자 지난 7월부터 9월 30일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상하수도 맨홀작업에 대한 현장감독을 벌였고 산업안전감독관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질식 재해 예방 3대 안전수칙' 이행 여부도 확인했다. 안전수칙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사업장은 사법처리 등 엄중 조치하겠다는 엄포도 놨다.
또,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을 위한 입법예고를 지난 10일까지 했다.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산소 및 유해가스 측정 장비를 지급하도록 유도하고, 유해가스 농도 측정 결과를 의무적으로 기록하게 하며 밀폐공간에서 일하는 작업자에게 그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을 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노동계는 정부 조치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사업주가 돈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제대로된 안전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작업공간에 대한 유해가스 측정 등 안전확인 절차를 제대로 하지 않는 관습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단편적인 순찰이나 현장감독, 사법처리 경고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밀폐공간 질식 사망사고 14건 중 12건(85.7%)은 작업 전 산소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지 않아 발생했고, 10건(71.4%)은 보호구 미착용, 9건(64.2%)은 감시인 미배치가 사고 원인으로 분석됐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노동자들은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지 않고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다 안다"며 "그럼에도 계속해서 위험한 환경에서 목숨 건 노동이 반복되는 것은 사업주가 비용을 아끼려 작업을 독촉하는 행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처벌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현장을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산재 예방 예산을 확대, 위험작업에 대한 산업안전 교육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자 질식해도 정부 대책은 권고뿐"
건설현장에서는 동절기 갈탄 사용에 따른 질식 사고 위험이 높지만 정부는 갈탄 사용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건설현장에선 질식 사고에 대한 정부 대책을 더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근 10년간 10명 넘는 노동자가 질식 사고로 사망한 건설현장의 경우 동절기(12~2월) 콘크리트를 완전히 굳히는 양생 작업 중 갈탄을 사용하면서 유독가스에 질식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계는 건설현장 갈탄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김준태 민주노총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사업주들은 콘크리트를 저렴하게 빨리 굳히기 위해 가장 저렴한 갈탄을 많이 사용한다"며 "비용과 시간이 곧 경제적 이익이다 보니 위험한 갈탄을 계속 사용하는데 정부는 이를 금지하지 않고 사용을 자제하라는 권고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업주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노동자 목숨이 위협받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유명무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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