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부산 사하구의 고깃집 '신선목간구이'에서 사람들이 삼겹살을 구워 먹는 모습. 목욕탕을 개조한 식당이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 목간’
간판에 이렇게 쓰여 있다. 목욕의 방언. 출입문에 적힌 문구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목욕탕’. 벽에 붙은 팻말이 보인다. “21세기는 물의 시대. 물을 아껴씁시다. 한국수자원공사”, “몸을 씻고 탕에 들어갑시다”, 흰색과 하늘색 모자이크 타일, 곳곳에 걸린 샤워기….
부산 사하구에 있는 목욕탕 콘셉트 고깃집 '신선목간구이' 내부에 '물을 아껴씁시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
주식투자이론 자
그러나 홀린 듯 들어가다 보면 ‘등 외에는 사용하지 말라’는 자동 때밀이 기계 옆에서 상추에 삼겹살을 싸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부산 사하구의 ‘신선탕’을 개조해 만든 고깃집 ‘신선목간구이’ 사장님은 말했다. “뱃살 빼 준다는 물대포까지 고깃집에 그대로!”
열탕 옆
탑금속 주식 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말한다. “다 때가 있다.” 직원은 말했다. “오늘 물 좋습니다.” 목욕탕의 변신은 자유분방하다. 묵은때 벅벅 벗겨내던 추억의 동네 목욕탕은 갈수록 찾아보기 어려워지는데 어찌 된 일인지 목욕탕 콘셉트 공간은 늘어가고 있다. 술집·카페에 이어 최근엔 삼겹살집이나 서점, 양조장, 갤러리 등까지 목욕탕의 모습을 하고 있다. 대부분 실제 목욕
주식살때 탕을 개조한 것. 더워지는 날씨에 폭포수 같은 냉수와 시원~한 식혜 한 모금 떠올리며 이런 공간을 찾는 젊은 층이 늘어 간단다. 목욕탕의 변신에 얽힌 속사정을 들춰봤다.
출입구에 '신선탕' 문구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배명금속 주식 목욕탕 신발장도 그대로.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목욕탕? 가 본 적 없어요~
지난 17일 오후 3시 30분, 서울 동작구에 있는 ‘부강탕’. 탕(?) 있는 공간으로 들어서니 빵 굽는 냄
동국알앤에스 주식 새가 코를 찌른다. 요즘 목욕탕에서는 빵도 굽나 보다. 메뉴판을 본다. 당근 주스? 팔 수 있지. 아니, 와인까지?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 문구 적힌 거울, 성인 10여 명은 너끈히 들어갈 크기의 탕. 그런데 몸 담근 사람은 없네. 테이블에 앉아 담소만 나누네. 당연하다. 여긴 40년 된 3층짜리 목욕탕 건물을 개조해 만든 카페 겸 식당이니까.
박모(19)씨가 탕에 걸터앉아 셀카를 찍었다. “소셜미디어에 올릴 것”이라고 했다. 박씨는 “진짜 목욕탕에 갔던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정작 목욕탕에서 목욕해 본 적은 없는데 목욕탕 콘셉트의 가게만 가 본 젊은 친구들도 있다고 한다. 동네 주민 강유라(21)씨는 비교적 최근인 올해 1월 마지막으로 목욕탕에 갔다. 강씨는 “이름이 그대로인 카페가 생겨 와 보고는 분위기가 이색적이라 자주 들른다”며 “목욕탕보다 목욕탕 콘셉트의 가게가 더 익숙하다”고 했다.
뜨끈한 탕은 사라졌지만 안부 주고받던 사랑방 역할은 그대로다. 동네에 산 지 30년 넘었다는 주민 최모(63)씨는 판매 중인 때 타월과 천일염을 구경하며 “이런 것도 파네”라고 했다. 최씨는 “1층이 여탕이었고 목욕탕 간판이 주황색이던 건 기억이 난다”며 “때를 못 밀게 돼 아쉽지만 가끔 동네 사람들과 와서 수다를 떤다”고 했다. 배재현(50) 대표는 “과거 주말이면 가족과 목욕탕에 갔던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라며 “뜨끈한 소통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인기 음료 중 하나는 바나나 우유~.
아니, 샤워기까지?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때 말고 생각을 불려 드립니다
이런 목욕탕은 어떤가. 때 대신 생각을 불린다. 목욕탕 콘셉트 책방 이야기다. 지난해 4월 경남 남해군에 문을 연 서점 ‘은모래마을책방’은 16년간 방치된 약수탕을 개조해 만들었다. 타일 등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강원 강릉시에 있는 서점 겸 카페 ‘댄싱터틀’ 역시 이 자리에 있던 ‘거북탕’에서 이름을 따 왔다. 책장과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수축기 혈압 180mmHg 이상이면 이용을 금한다’는 열기욕 주의사항 문구에, 탕 안에는 물 대신 식물이 자라고 있다.
경남 통영시에는 수제 맥주 만드는 목욕탕 콘셉트 양조장이 들어섰고, 목욕탕 건물 1~3층을 통째로 개조해 만든 갤러리 등 복합 문화 공간도 있다. 100년 된 목욕탕을 개조한 경북 경주시의 한 카페는 나무로 만든 옷 보관함과 건물 외부 굴뚝까지 그대로 보존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요즘 젊은 층은 단순 제품 소비가 아닌 체험형 소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극히 사적인 공간을 공적인 장소로 전환한 반전 요소 역시 인기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서울 논현동에 있는 목욕탕 콘셉트 술집 '술탕'. /업체 제공
하도 인기니 실제 목욕탕이 아니었던 곳인데도 일부러 타일·샤워기 등의 인테리어를 하기도 한다. 지난 3월까지 서울아트책보고에서 열린 ‘공중 만화탕’ 기획 전시에 이어 경기상상캠퍼스에서도 8월까지 같은 이름과 콘셉트의 전시를 열고 있다. ‘67세 이명화’ 상황극으로 유명한 구독자 182만명의 유튜버 ‘랄랄’도 지난해 말 목욕탕 콘셉트의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열리고 있을지도. 목욕탕 가듯 옷 벗고 들어가면 큰일 난다.
◇부활할 수 있을까
목욕탕 콘셉트의 때 아닌 유행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사실상 ‘영업 종료’ 상태였지만 철거되지도, 팔리지도 못한 목욕탕 건물들이 새 주인을 찾아 개조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공중 위생 덕에 흥한 목욕탕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같은 이유로 쇠락했다. 행정안전부 목욕장업 현황에 따르면 19일 기준 전국 5688곳의 목욕탕이 살아 남은 상태. 1만곳 가까이 성업하며 ‘최전성기’라 불리던 2003년에 비하면 거의 반 토막이다. ‘개점 휴업’ 상태인 곳을 포함하면 더 적어진다. 한국목욕업중앙회는 팬데믹이 시작된 뒤 3년간 전국에서 1000곳 가까운 목욕탕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한다.
폐업 후에도 제 모습을 간직한 목욕탕 콘셉트 가게가 많은 이유는 뭘까. 세종대 건축학과 심재현 교수는 “목욕탕 건물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건축과 구조 설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욕조와 배관 설비·보일러실 등이 있는 목욕탕 건물은 ‘철거 비용’이 높다. 면적에 따라 다르지만 ‘크지 않다’ 여겨지는 동네 목욕탕도 수천만 원에서 1억 원에 달한다고. 한 건축사무소 대표는 “물이 들어가는 공간이 많기 때문에 각종 급수관이나 하수관 등이 곳곳에 들어차 있다”며 “물의 무게를 버티기 위해 콘크리트 속에도 철근 등이 많이 들어가 철거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망한 목욕탕을 인수해 설비는 그대로 두고 다른 용도의 공간으로 만드는 현상은 대중탕이 일반화된 일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아이치현 나고야역 인근에는 100년 넘은 목욕탕 건물을 개조한 선술집이, 오사카에는 60년 된 목욕탕을 개조한 맥주 양조장이 등장했다. 일본 목욕탕 10곳 중 9곳이 가입했다는 전국 목욕탕 조합 가입 업체는 지난 4월 기준 1562곳으로 50년 전(약 1만곳)에 비해 10분의 1 수준.
정녕 희망은 없나. 자구책을 찾은 지역이 일본 교토다. 목욕 가업을 잇는 업체 중심으로 최근 낡은 시설을 개·보수하고 신식 사우나실 등을 만들며 ‘젊은 목욕객’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면서 ‘사활(サ活·사우나 활동)’ ‘사밥’(사우나 밥)’ ‘사술(사우나 술)’ 등의 용어와 “토토노(ととのう·심신이 안정된 상태에서 느끼는 고양감)를 즐기기 위해 목욕탕에 간다”는 사람도 생겼다고. 김경민 서울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젊은 층을 붙잡기 위해 신축 건물에 일부러 목욕탕을 넣기도 한다”며 “연간 8900만명이 통행하는 하라주쿠 진구마에 교차로에 생긴 하라카도 건물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목욕탕의 봄, 차갑게 식은 탕이 데워질 날이 국내에도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