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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9-2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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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빈손으로 황무지에 내던져졌던 고려인의 후손들이 이제 카자흐스탄의 미래 산업에 새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강제이주 90주년을 앞두고 첫 삽을 뜬 'K-파크'는 과거의 비극을 기억하며, 이를 토대로 새로운 협력과 발전을 모색하는 한국 디아스포라의 기념비적 공간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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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티(카자흐스탄)=뉴시스] 조성하 기자 = 1937년 가을. 연해주 한인 17만명은 소련 스탈린 정권의 강제이주 명령에 따라 기차에 실려 중앙아시아로 내던져졌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황무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볍씨를 뿌리며 삶의 터전을 일궈온 세월은 어느덧 90년을 앞두고 있다. 한때는 '이방인'으로 불렸던 고려인들은 이제는 카자흐스탄 정치·경제 프롬써어티 주식
무대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고려인 기업이 주도하는 '글로벌 한류 문화산업 융복합단지(K-파크)' 조성 프로젝트는, 카자흐스탄 국책 사업인 알라타우 신도시 개발 출발점으로 부각되며 상징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경제수도 알마티의 신도시 알라타우에서 열린 K-파크 착공식은 고려인 공동체의 새로운 출발을 급등주차트
알리는 자리였다. 강제이주라는 아픈 과거를 품은 고려인 사회가 이제는 국가 전략 사업의 중심에 서며 미래 도시 건설 주체로 나서게 된 것이다.
K-파크는 알라타우 신도시 내 약 3만250평(10㏊) 부지에 들어선다. 고려인 역사와 문화를 기리는 기념·체험관과 함께 K-컬처와 K-푸드, 비즈니스 허브가 한데 모이는 세계 최초 한류 문화산업 릴게임황금포카성
복합 단지로 조성된다. 단순한 문화 공간을 넘어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경제·산업 협력을 촉진하는 핵심 거점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K-파크로 한데 모인 고려인…벌판에 울려 퍼진 '아리랑'
[알마티(카자흐스탄)=뉴시스] 12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인근 알라타우 신한국아태특별 주식
도시에서 열린 K-파크 착공식에서 최유리 카스피안그룹 회장 등 관계자들이 유르트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사진=카스피안그룹 제공) 2025.09.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착공식은 마치 1937년의 기억을 소환하듯 허허벌판 위에 세워진 흰 유르트(이동식 천막) 안에서 진행됐다. 유르트 안은 정·재계 인사와 고려인 원로 등 300여명으로 붐볐고 카자흐 전통 현악기 코비즈가 연주하는 '아리랑' 선율이 울려 퍼졌다.
'카자흐스탄 한인들의 역사는 노동과 창조의 역사였다.'
대형 화면에 강제이주사를 담은 영상 내레이션이 흘러나오자, 전국 각지에서 초청된 백발의 원로들은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알라타우 신도시 개발과 그 핵심 축인 K-파크 조성을 모두 이끄는 주역은 고려인 2세 최유리(77) 카스피안그룹 회장이다.
현지에서 '중앙아시아의 정주영'으로 불리는 그는 1992년 카스피안그룹을 창업해 카자흐스탄 10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14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50명의 사업가' 중 한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상원의원을 지낸 그는 이번에도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 회장으로 선출돼, 기업가를 넘어 지역 정치·사회적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착공식 전 한국 취재진과 만나 "무엇보다 K-파크를 통해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며 "비슷한 의미를 지닌 장소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만큼,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파크는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고려인의 역사와 정신을 기리는 한편, 1937년 강제이주 당시 고려인을 따뜻하게 맞아준 카자흐스탄에 대한 감사의 의미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첫 완공 시점을 강제이주 90주년에 해당하는 2027년 9월로 정했다.
강제이주를 직접 겪은 1세대의 자녀도 어느덧 원로가 되어 소회를 전했다. 고려인 2세로 자신을 소개한 첸 알렉산드르 표도로비치(79)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따스히 맞아준 카자흐 국민께 고려인의 이름으로 감사드린다"며 "K-파크는 우리 자녀 세대를 위한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착공식의 절정은 기념 주춧돌을 제자리에 놓는 의식이었다. 현지 언론이 몰려든 가운데 최 회장과 술탄가지예프 마랏 알마티 주지사 등 주요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흰 안전모를 쓴 이들은 레드카펫 위에 나란히 서서 삽을 들어 올렸다. 무게 7.5t에 달하는 거대한 주춧돌 전면에는 'K-파크'라는 글자 아래 '감사·기억·유산'이라는 한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카자흐스탄 국민의 환대에 대한 감사, 강제이주의 역사에 대한 기억, 고려인 정체성을 미래 세대에 전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K-파크 들어서는 알라타우…고려인 손으로 세우는 '중앙아시아 싱가포르'
[알마티(카자흐스탄)=뉴시스] 최유리(오른쪽) 카스피안그룹 회장과 술탄가지예프 마랏 일로시조비치(왼쪽) 알마티 주지사 등 관계자들이 12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인근 알라타우 신도시에서 열린 K-파크 착공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카스피안그룹 제공) 2025.09.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K-파크가 들어서는 알라타우 시티는 카자흐스탄 정부가 25조원을 투입해 조성하는 최대 규모 신도시 프로젝트다. 면적은 880㎢로 부산(771㎢)보다 넓으며, 금융·산업·물류·관광은 물론 교육·문화·레저까지 아우르는 복합 스마트시티로 설계됐다.
최대 190만명을 수용하고 1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이곳을 '중앙아시아의 싱가포르'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초대형 국가 전략사업의 시작점에는 고려인 사회가 있다. 카스피안그룹 최 회장을 비롯한 고려인 기업들은 K-파크를 통해 공동체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아내면서도,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 경제·산업 협력을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카스피안그룹은 알라타우 시티의 핵심 민간 파트너로 참여해 도심항공교통(UAM)·수소경제·배터리 재활용 등 첨단 산업 유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다음달 서울에서 카자흐스탄 투자청과 함께 투자 로드쇼 '알라타우 라이즈'를 열어 한국 기업과의 협력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알라타우 시티는 카자흐스탄 정부에 의해 특별경제구역(SEZ)으로 지정돼 세제 혜택과 행정 특례가 적용되며 외국 기업과 인재 유치에 유리한 조건이 제공된다.
술탄가지예프 마랏 일로시조비치 알마티 주지사는 "알라타우 신도시가 지난 8일 대통령 발언처럼 법적 지위를 확보한 만큼, 행정부가 투자 유치를 위한 혜택을 적극 제공할 계획"이라며 "특히 교통 인프라와 관련해 중앙정부가 아닌 주지사가 모든 결정권을 가지게 돼 보다 효율적인 인프라 구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카자흐스탄에는 K-파크와 비슷한 형태의 공원이 없다"며 "현대적 기준을 적용해 시민들이 여가를 보내고 새로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국 기업 역시 고려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참여 기회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났다.
최 회장은 "알라타우 신도시 개발은 굉장히 규모가 큰 프로젝트로, 한국 기업에게 한국에서 사업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며 "카스피안을 통해 진출하면 고려인협회 등 고려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모든 분야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rea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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