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218번째 레터는 장안의 화제작 ‘호프’입니다. ‘빠와 까를 모두 미치게 하는 남자’ 나홍진 감독님 덕분에 사방이 웅성웅성하네요. “이게 영화냐” 대 “이게 영화다”가 팽팽히 맞서는데, 저는 “이게 영화다” 편입니다. 20일까지 ‘호프’를 5번 봤는데요, ‘호프’에 대해 제가 궁금했고, 여러분이 궁금하실 포인트를 모아서 레터로 연달아 보내보려 합니다. ‘그 영화 어때’ 시작하고 특정 영화 시리즈는 이번이 처음이네요. 그만큼 ‘호프’는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호프’의 똥 얘기부터 해보겠습니다. (‘호프를 알아보자’ 시리즈는 스포가 가득합니다. N차 관람용으로 읽어주세요.)
영화 '호프'에서 해술 아저씨(임현식)의 장광설 장면입니다. 썰의 화신으로 보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교주와도 같은 손짓에서 호소력이 뿜어져 나오네요. 정신없는 액션 한가운데 그의 두루치기 설사 얘기는 왜 들어갔을까요./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가 위에서 호프를 5번 봤다고 말씀드렸는데, 6일 언론 시사 때 처음 보고, 15일 개봉날 조조로 다시 보고, 18일 토요일에 2번 보고, 20일 월요일날 또 봤습니다. 볼 때마다 전 회차에서 몰랐던 게 보였네요. 특히 개봉 전날인 14일 나홍진 감독님 인터뷰 때 “기독교 상징이 많이 들어갔다”고 하셔서 그거 찾아보려고 머리를 때려가며 봐야 했습니다. 제가 기독교 잘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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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감독님 인터뷰 기사는 20일 월요일자 저희 지면에 나갔는데, 링크는 ??나홍진 감독 인터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레터부터 시작하는 ‘호프를 알아보자’는 나 감독님 인터뷰 때 제가 직접 들은 내용을 기본으로, 지면에 분량상 소화하지 못한 답변, 나 감독님이 여러 관객 토크에서 설명하신 내용, 언론에 공식 배포된 팩트, 거기에 제 해석을 필요한 대로 넣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영화가 좋았으면 좋은대로, 싫었으면 싫은대로 여러분의 생각과 같은지 다른지 맞춰보세요.
영화 '호프'에서 출장소장 범석(오른쪽, 황정민)은 괴물을 추적하다 동행하는 낙연(왼쪽, 배우 이상희)에게 화장실 가고 싶냐는 질문을 받고 사실은 그렇다는둥 그런데 괜찮다는둥 대화를 나눕니다. 저 긴박한 상황에서. 사람이니까요./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첫 회를 똥으로 시작합니다. 그렇게 길고 장황하게 똥 얘기를 굳이 넣은 이유가 ‘호프’를 이해하는데 필요할 거 같아서요. 동네 할아버지 박해술(임현식)의 장광설에만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순돌이 아버지 언제 호포항으로 이사하셨나요). 초반에 괴물을 쫓던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이 금복정육。식당 입구에서 들어갈까 말까, 하나둘셋 들어가자, 이 새끼 안 들어갈 줄 알았다, 어쩌구 대화를 나눌 때도 등장하죠.
그 긴장되는 상황에서 “너 똥 마렵지”(정확하게는 “너 배아프지”) 물어보고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요”라고 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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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술이 할아버지는 “괴물이 더 있다, 내가 봤다”며 길고 장황하고 구체적으로 설사 지린 상황을 묘사합니다. 해술이 할아버지가 워낙 열정적으로 썰을 풀어서, 듣고 있던 경찰 성애(정호연)는 이야기에 빠져 제 얼굴을 찌르기까지 합니다. 그냥 ‘고기 먹었다’고 하지 않고 “혼자 두루치기 해먹었다”고 하죠. 썰은 이렇게 푸는 것이라는 교과서입니다. 구체적으로. 혼을 불어넣어서. (해술이 할아버지는 이번 시리즈 후반에 또 말씀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 이 할아버지의 존재는 영화 전체 주제와도 연결이 되는 거 같아서요) 저는 금복정육。식당 대화부터가 의아했어요. 왜 이 대화를 넣었을까. 액션을 지연시켜가면서. 여러분은 안 궁금하신가요.
나 감독님 인터뷰 때 물었습니다. 감독님의 답은? “‘호프’는 인간을 부감(俯瞰)에서 내려다보는 이야기라서 그렇다”였습니다. 워딩대로 좀 더 들려드릴게요.
“그러니까, 이 영화는 인간을 굉장히 위에서 내려다보죠. 인간을 얼마만큼 부감에서 내려다보고 있냐, 건물 옥상에서 보는 정도가 아니라, 저기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고, 저 높은 곳에서. 공간적인 의미라는 건,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것이고, 종교적인 의미라면 진짜 저 위에서 내려다보는 건데, 우리가 그렇게 존중하고 그렇게 귀하게 여기는 우리의 존재에 대한 가치를 우주적인 관。에서 보면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하고(있는 겁니다). 대비를 하고 싶었던 건, 외국인 크리처들과 대비를 시키고 싶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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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난다고, 외계인 흔적에서 냄새가 난다고 하지만, 인간들은 자꾸 막 똥 얘기하고, 똥 싸고 똥 빼놓고 이런 더러운 얘기하는데. 우리는, 우리의 존재,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치에 대해서, 귀하다 귀하다 그러면 다른 것들도 귀할 수 있다. 이 얘기를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이 부분, ‘인간을 우주적인 관。에서 내려다본다’는 ‘호프’ 전체를 관통합니다. 제가 ‘호프’를 잘 만든 영화로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감독이 보는 인간에 대한 관。이 뚜렷하고, 그 관.에 삶의 진실이 담겨있으며, 그 관。을 영화적으로 새롭게,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때론 의뭉스럽게, 때론 혼란스럽게, 때론 과격하게, 때론 노골적으로, 때론 도발적으로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걸 해석하는 재미가 있고, 그런 해석이 더해지며 영화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기도 하고요.
‘호프’의 호포항에 사는 인간들은 ‘이러니까 인간이다’ ‘인간이니까 저런다’는 행동을 참 많이 하죠. 배설도 그렇지만 먹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호프를 알아보자’ 두 번째는 ‘조인성은 왜 총각김치를 먹었나’로 준비해보겠습니다. ‘호프’ 시리즈는 평소 레터보다 짧고 가뿐하게 보내드리려고 해요. 그럴 수도 있겠군, 혹은 그건 말이 안 되는데, 어느 쪽이든 여러분의 의견은 여러분의 것. 그런 의견이 모여서 영화라는 은하계가 확장되는 거겠죠. 그럼, 저는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영화는 세상의 창이고 호수이며 거울. 여러분을 그 곁으로 데려다 드립니다.
그 영화 어때 더 보기(https://www.chosun.com/tag/cinema-review/)
영화 '호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