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도봉구 성균관대야구장 부지 모습. 신지후 기자


15일 오전 서울지하철 1호선 도봉역 출구에서 5분쯤 걸었을까. 꽤 크고 텅 빈 땅이 눈에 들어왔다. 정부가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유휴부지'를 활용하겠다고 특정한 택지 중 가장 큰 규모로 조성될 성균관대야구장(이하 성대야구장)이다. 초역세권인 데다가 해당 부지를 중심으로 한쪽에는 서울북부지법이, 다른 한쪽에는 여러 아파트 단지가 조성돼 적잖은 상권도 마련돼 있다. 부지 자체 면적은 4만8,055㎡로, 정부는 이곳에 1,800가구 규모의 주택 등을 복합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주민들은 반기는 분위기였다. 한때 성대 스포츠과학대학 선수촌으로 활용되다가 2003년 선수촌이 국민은행대출신청 경기 수원으로 이전하면서 여러 차례 개발이 시도됐다가 좌초된 터였다. 도봉동 주민 이모(59)씨는 "'대학병원이 들어온다' '체육센터가 들어온다' 여러 얘기가 나왔는데 여름철 물놀이터로 활용되는 것 외에는 사람이 드나드는 것도 본 적이 없다"며 "계속 공터인 것보단 개발이 되는 게 낫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직접 시행한다고 하니 이번에는 진도가 좀 나 연말정산자녀교육비 가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성대야구장을 비롯해 송파구 위례신도시 업무용(1,000호), 서초구 한국교육개발원(700호), 강서구 내 의회 및 보건소 이전 부지 등(558호)을 복합 개발해 2030년까지 4,000호를 착공할 예정이다. 빈 땅은 적은데 수요는 몰리는 서울에서 새롭게 택지가 조성돼 기대감이 커지는 한편, 사업자 마이너스통장 과거에도 주민 반대로 유휴부지 개발이 표류한 적이 적잖아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몇 차례 개발 무산된 경우도..."편의시설 증대안 함께 나와야"



그래픽=이지원 기자


이번에 연체이자율 발표된 유휴부지 중 성대야구장과 한국교육개발원 부지는 넉넉한 면적으로 이미 주택공급이 시도됐던 곳이다. 성대야구장의 경우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복합 개발 대상지로 지목됐지만 시행사 교체 과정에서 소송이 진행되며 사업이 지연됐다. 2017년부터 비어있는 한국교육개발원 부지는 서울도시주택개발공사(SH)가 매입해 임대주택을 지으려고 했다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부동산후순위 )'이라는 이유로 서울시가 허가를 거부해 몇 차례 무산되기도 했다.
성대야구장 다음으로 큰 위례업무용지는 주변에 이미 대형 단지들이 밀집해 택지로 적합하다는 평가다. 다만 위례신도시 내에서 관공서·편의시설 부족, 초등학교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구가 잇따랐던 만큼 해당 부지가 택지로 개발되는 데 대한 주민 반발 가능성이 있다. 위례신도시 주민 이모(35)씨는 "주택이 더 들어설 경우 교통편 확대 같은 부차적인 계획도 충분히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서구 개발 대상지들은 규모가 작아 주변 수요를 흡수하기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속하게 사업 추진이 가능한 지역들을 추린 것이라 과거와는 다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국무회의 상정 등을 통해 공공기관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