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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미·중·일 간 연쇄 정상회담 등 이재명 정부의 ‘메가 외교 이벤트’가 마무리됐다. 미국과는 관세 협상 타결에 더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 추진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중국과는 양자관계 회복에 방점을 찍으며 ‘민생’ 위주 경제협력의 발판을 마련했다.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의존)’의 시대는 지났다고 밝힌 이 대통령이 추구하는 ‘안미경미중 외교’의 밑그림이 나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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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조인트팩트시트-SCM ‘동맹 경로’ 명확히
한·미는 지난달 29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난항을 겪던 관세협상을 타결하면서 가장 큰 갈등 이슈가 일단락됐다. 미국은 현금 투자 총액 증액 압박을 접는 동시에 한국의 연간 현금 투자 상한액(200억 달러) 설정 요구를 받아들였고, 릴게임바다이야기
한국은 수익 배분율(5대 5) 등에서 미국의 조건을 수용한 결과였다.
이 대통령이 공개 모두발언에서 “북한과 중국 쪽 잠수함 추적”을 필요성으로 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핵잠 연료를 요구한 건 외교적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트럼프는 이튿날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했다.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이큐티
할 것”이라며 이를 사실상 수용했다.
실제 핵잠 도입까지는 현실적 난관이 많지만, 미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다고 한 건 한·미 동맹의 안보적 공고함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트럼프도 “한·미 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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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경북 경주국립박물관에 도착하는 미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양국 간 합의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 시트도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안보와 경제 모두에서 중심을 한·미 동맹에 둔다는 이재명 정부의 방침이 문서로 확인되는 셈이다. 골드몽게임
정부 관계자는 팩트시트에 대해 “동맹의 역사와 미래를 총망라하는 의미 있는 문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4일에는 서울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한·미 안보협의회(SCM)를 열고 동맹 현대화 방안 등을 논의한다. 이를 통해 미국은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과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 대한 지지 등을 재확인할 전망이다. 한국도 국방비 증액 등을 통한 동맹 기여 방안 등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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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는 MOU만 7건…성과 규모 집중
지난 1일 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뒤 정부는 “한·중 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했다. 한·중 관계 발전이 안정적 궤도에 접어들었다”고 자평했다.(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양국은 양해각서(MOU)도 7건 체결했다. 성과의 상징성과 규모 면에서 주목도를 높였다.
다만 내용의 면면을 보면 ‘속도 조절’의 의도도 엿보인다.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은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밖에 서비스 무역 교류, 실버경제, 혁신 창업 등 협력을 약속했는데, 모두 미·중 간 첨예한 갈등 분야는 피해갔다.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등 정부 설명대로 민생 위주 협력으로 사실상 가르마를 탔다.
이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에이펙 1세션 개회사에서 “자유무역질서가 거센 변화를 맞이하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무역 및 투자 활성화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일방주의 여파에 대한 우회적 우려로 들릴 여지가 있는 언급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영접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하지만 정작 정상회의 결과물인 ‘경주선언’에는 기존 선언문에 있던 자유무역 질서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지지에 대한 문구는 빠졌다. 미국의 보복무역주의 기조를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 이유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이재명 정부가 미·중과 관계를 다지며 실용 외교의 첫발을 내딛은 것은 큰 틀에서 평가할 만하다"며 "특히 중국과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민감한 시점에서 문화 분야의 협력을 모색한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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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 따라…여전한 ‘새우등’ 딜레마
‘안미경미중’의 방향성은 설정했지만,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핵잠 도입이 대표적 갈등 이슈가 될 여지도 있다.
이번에는 미·중 정상이 만나 무역 갈등 현안에서 일부 합의를 이룬 게 한·중 정상회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이는 곧 향후 미·중 관계 향방에 한국이 고스란히 여파를 맞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실용외교를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중국까지 아우르는 모습”이라면서도 “미·중이 ‘관세전쟁’이라는 당장의 갈등만 봉합한 채 안보나 대만 문제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를 미뤄놨기 때문에 향후 양국 관계의 진전에 따라 한·미나 한·중 관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은 신화사 보도문을 통해 한·중 정상회담 결과를 소개하면서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중·한 양국은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다자무역체제를 수호하며 국제 거버넌스가 더욱 공평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촉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트럼피즘에 맞서 협력하자는 메시지를 명확히 발신한 셈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양측의 입장을 교환하는 수준에서 큰 잡음 없이 끝났지만, 미·중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지면 언제든 한·중 관계도 요동칠 수 있다”며 “미·중 갈등과 북핵 위협 해소라는 근본적인 문제에서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하면 한국은 외교적 시험대에 지속해 오를 수 밖에 없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실무 액션 플랜 등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심석용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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