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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家族)이란 부부를 중심으로 하여 그로부터 생겨난 아들, 딸, 손자, 손녀 등 가까운 혈육들로 이루어진 집단을 말한다. 구성원들은 부모의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 독립운동가 가족 역시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100년 전 독립운동가 가족에 대한 가슴 아픈 이야기를 찾아 근대 여행을 떠나본다.
    1924년 11월 4일자 조선일보에는 '천붕(天崩)의 흉보(凶報)로 자살한 부인'이란 제목의 기사가 하나 실린다. '천붕'이란 남편의 죽음을 뜻한다. 대한통의부(大韓統義府) 군사위원장 신 경남자동차담보대출 팔균(申八均) 가족에 대한 기사다.
    대한통의부는 어떤 단체인가? "대한통의부는 1924년 사이토(齋藤) 조선 총독이 국경을 순시할 때에 총독 일행에게 총을 놓은 독립무장단체이며 경성에 지부를 두고 얼마 전부터 시내 유명한 부호들의 집 수십 곳에 무기를 가지고 침입하여 거액의 금전을 얻어 가지고 마침 경성을 떠나려고 시내 모처에 잠복해 기 일용직 식대 회를 엿보고 있던 중에, 경기도 경찰부 형사과에 체포되었다." (1924년 11월 13일자 조선일보)
    다시 신팔균의 가족 이야기를 들어보자."산 넘고 물 건너서 멀리 멀리 중국 방면으로 표류해 갖은 고초와 갖은 신산(辛酸)을 다 맛보면서 오직 소원을 달성하기에 모든 눈물을 다하고 모든 피를 다하여 활동하던 대한통의부 군사위원장 고(故) 동 국민은행 대학생 대출 천(東川) 신팔균 씨의 부인 임씨(林氏·29)는 지금으로 부터 4년 전에 그 남편을 따라가서 눈물과 웃음을 같이 하며 그날그날을 지내오다가, 지난 9월에 그 남편 신팔균 씨가 마적에게 총을 맞아 참혹히 이 세상을 떠났다. 그때 마침 임씨는 팔삭(八朔)된 태중(胎中)이므로 그 남편이 그와 같이 세상을 떠난 줄을 알면 혹 낙태가 될까 염려하여 동천(東川)의 친 지방자치단체통합원서접수센터 구들이 일체 임씨에게는 알리지 않고 곧 행리(行李)를 주선하여 고국으로 돌아오도록 하였다. 임씨는 그렇지 않아도 산 설고 물 다른 만리타국에서 어린 자식들과 살아갈 길이 도저히 없으므로 항상 번민하며 오직 모든 희망을 그 남편에게 부치고 살아오던 중, 남편의 친구들이 그와 같이 여러 가지로 권고하는 고로 남편은 이미 황천객이 된 줄도 모르고 남편의 성공을 종합통장연말정산 빌면서 어쩔 수 없이 한 많고 원(怨) 많은 고국을 향하여 지난 9월경에 돌아와서, 시내 사직동 332번지 셋방 한 간을 얻어서 굶으며 먹으며 근근이 연명해 오던 중, 지난 9월에 유복녀(遺腹女)를 낳은 후 삼 남매를 데리고 있게 되었었다. 임씨는 항상 그 집주인더러 말하기를 "살 수 없어! 어서 세상을 잊어야지오"하며 잠들기 전에는 눈물 마를 새가 없이 세월을 보내오던 중, 수개월 전부터 병이 들어서 앓던 세 살 먹은 둘째 아들이 지난 31일에 참혹히 세상을 떠났으므로 더욱 세상을 비관해 오던 임씨는, 더군다나 모든 것이 마음이 붙지 않고 오직 그 남편의 금의환향(錦衣還鄕)만 기다리던 중, 그 남편 신팔균이 세상을 떠났다는 줄을 며칠 전에야 비로소 알고 그는 천지가 무너지는 듯하여 초목이 쓰러지고 창자가 녹을 만치 통곡을 하였으나...(중략)...가뜩이나 살기를 싫어하던 임씨는 그만 이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하였었다. 그러나 병중에 있는 어린 아들의 결과를 보고 결심한 바를 단행하고자 며칠 동안을 참아오던 중, 이상과 같이 31일에 그 아들이 죽는 고로 즉시 매장한 후 그 이튿날 식전부터 시름없이 처량한 눈물을 흘리며 여러 가지 한탄을 부르짖다가, 9월생인 딸을 두고서 죽으면 그 갓난아이의 생명을 어느 누가 구해 주겠느냐, 차라리 내가 데리고 멀리 황천으로 돌아가서 서로 붙들고 지내는 것이 낫겠다 하여 부모 된 처지로 차마 못 할 독약을 먼저 먹여서 죽인 후, 자기가 독약을 먹고 그 남편을 따라서 참혹히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동천(東川)의 전실 소생인 신형충(申鉉忠)과 그의 당질(堂姪)인 신현익(申鉉翼)은 이미 당한 일이라 어쩔 수 없이 장사지낼 준비를 하여 어제 3일 오전 5시경에 장사를 지냈다 한다. 갖은 고생을 다 당하던 임씨는 많은 원한을 품고 갓 난 딸과 같이 이태원 공동묘지의 흙 보탬이 되고 말았다."
    1923년 5월 27일자 동아일보에는 남편을 위해 허벅다리 살을 도려낸 부인의 기사가 실려 있다. "폐병으로 죽게 된 남편을 위하여 할고(割股)를 한 여자가 있다. 그는 천도교 제2세 교주 최해월(崔海月) 선생의 둘째 아들 동호(東鎬·28)라는 이의 아내 되는 금년 26세의 오순화(吳順嬅)라는 여자인데, 그 남편 최동호씨는 몇 해 전 독립운동 사건으로 서대문감옥에서 3년 동안 철창생활을 하고 나온 후 우연히 폐병에 걸려 오랫동안 신음 중이더니, 지금부터 10여 일 전에는 병세가 위급하게 되었음으로 그 친족은 경부선 오산역 부근 어느 촌락으로 낙향하여 있는 그의 아내에게 급보를 하였더니, 이 급보를 들은 오순화씨는 즉시 칼로 왼편 넓적다리를 베어 선혈이 임리한 자기의 고기를 싸서 들고 그 길로 집을 떠나, 10리나 되는 정거장까지 피를 흘리며 걸어 나와 차를 타고 경성에 이르러, 그 남편이 병을 치료하는 동대문 밖 상춘원에 이르러 자기의 고기를 삶아서 생명이 위태한 남편에게 먹였는데, 불행히 그 남편 최동호씨는 지난 21일 오전 9시에 사랑하는 아내도 저버리고 세상을 떠났다 하며, 오씨는 방금 치료 중인데 마침 산삭(産朔; 해산달)임을 불구하고 그와 같이 할고를 하였음으로 피가 많이 나와서 생명을 염려하였으나, 다행히 치료만 잘하면 관계없겠다더라."
    독립운동가의 어린 아들에 대한 기사도 있다. "경성 재동보통학교 5학년 황일영(黃一英·13)의 아버지 황옥(黃鈺)씨는 의열단 사건에 연루되어 10년의 선고를 받은 후 벌써 2년간이나 감옥에서 외롭고 쓸쓸한 철창생활을 계속하시면서...(중략)...어머니 김씨께서는 남편이 하루아침에 감옥에 들어간 후, 바느질품을 팔아서 근근이 다섯 목숨을 이어 가신답니다. 그중 맏아들 황일영은 팔진옥이라는 상점을 하시는 이우경(李愚璟)이라는 이가 동정을 하여, 생활비로 매삭(每朔) 10원씩 주시고 또 이 어린이를 자기 집에 데려다가 수양아들 모양으로 기르시며 공부를 시키신답니다...(중략)...금년 8살 되는 인자(仁子)와 인원(仁媛)이라는 여섯 살 되는 두 누이동생이 있는데, 가세(家勢)가 넉넉지 못하여 학교에 못 가고 놀고 있어, 늘 어머님의 근심거리인데, 오빠를 볼 때마다 배가 고프다면서 아버지를 찾아 오빠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불행한 운명으로 이같은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도 황일영은 공부는 썩 잘하여 성적이 항상 우등이랍니다." (1925년 2월 20일자 동아일보)
    그런가 하면 폐병에 걸린 남편을 찾아 차비를 아끼려고 멀리 간도에서 함경북도 회령까지 3일을 걸어온 부인의 이야기도 있다. "간도 폭동 사건, 제3차 공산당 사건의 중요 인물 김덕산(金德山·27)은 5년이란 중형을 받고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하다가 지난 3월 대전형무소로 이감되어 복역 중이던 바, 폐병에 걸려 급기야 생명이 위독하므로 지난 5월 27일에 대전형무소로 부터 전화로 보석(保釋)하여 데려 가라는 통지를 본가인 간도에 하여, 그의 부인 이형우(李亨雨·25) 여사는 대전으로 갈 차비가 없어 각 방면으로 극력 주선하여 겨우 여비 20원을 가지고, 남편을 데리고 간도로 돌아올 차비로 쓰기 위해 걸어서 대전까지 와서 남편을 데려갈 계획으로 간도를 떠난 지 3일 만에 회령까지 걸어오다가, 대전까지 가기 전에 남편이 죽게 되면 상면(相面)도 못 하겠다는 생각으로 여비를 들여 6월 1일에 대전에 도착하였으나 다시 간도로 돌아갈 차비가 없어 애태우다가, 모모(某某)씨의 동정(同情)으로 간신히 간도로 떠나게 되었다 한다." (1933년 6월 4일자 동아일보)
    독립운동가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누구보다 힘든 고난의 시절을 살아가신 분들, 기억하지는 못해도 한 번쯤은 불러줘야 할, 한 번쯤은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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