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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방직 여성 노동자’ 이야기 속
해양장 장면 남긴 인천의 또 다른 풍경
1995년부터 행해지며 삶·죽음 기억
올해 1월 합법화, 친환경 장례 주목







인현동 화재 참사 25주기인 지난 2024년 10월30일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의 유해가 뿌려진 인천대교 인근 해상에서 헌화하고 있다. 2024.10.30 /경인일보DB

야마토게임예시

한국 노동운동 역사의 상징인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연대 이야기를 그린 양진채 작가의 장편 소설 ‘언제라도 안아줄게’(강·2025)를 최근 작가 인터뷰를 통해 소개했습니다. 이 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게 더 남아서 ‘인천에서 산 책’ 코너에서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우주전함야마토게임소설 전반의 내용은 아래 링크한 양진채 작가 인터뷰를 통해 확인하면 됩니다.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며 활발하게 활동한 양진채 작가는 특히 장편 ‘변사기담’, 산문집 ‘인천이라는 지도를 들고’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인천이란 도시를 다루고 있는 소설가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쓴 소설 ‘언제라도 안아줄게’ 역시 손오공게임 동일방직 인천공장, 답동성당, 자유공원 등을 주요 배경으로 삼기 때문에 인천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습니다.
여러 인천 이야기 중 흥미로웠던 것은 소설 후반부에 등장하는 ‘해양장’(海洋葬) 모습입니다.
소설 속에서 그 유명한 ‘동일방직 똥물 테러’로 큰 아픔을 겪게 되는 등장인물 명숙은 한평생 그 사건을 끌어안으며 살다가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노년에 생을 마감합니다. 옛 동일방직 동료이자 친구 미은과 선자는 가족 없이 눈을 감은 명숙의 유골을 인천 앞바다에 뿌립니다. ‘해양장’입니다. 법률 용어로는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뿌린다는 의미의 ‘산분장’인데, 우리에겐 해양장이란 말이 더 익숙합니다.
전국 해양장의 70%가 인천 앞바다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아셨나요? 양 작가 바다이야기오리지널 는 소설에서 이렇게 해양장 풍경을 묘사했습니다. 작가에게 실례지만, 조금 길게 인용해보겠습니다.
“연안부두 선착장에서 출발한 배가 21번 부표에 도착한 지 십여 분이 지났다. 육지에서 5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이라고 했다. 장례지도사는 항구에서 바다를 바라봤을 때 바다로 난 방파제에 빨간 등대나 하얀 등대가 있는 것처럼 조금 얕은 바다에도 작은 등대가 있는데 그걸 부표, 떠 있는 표식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는 이 부표는 회사에서 임의적으로 세운 것이 아니라 나라에서 배들에게 길을 안내하려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세운 하나의 이정표라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203쪽)
“기둥에 21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는 짙은 나뭇잎 같은 초록 부표는 바닥 깊숙이 박은 쇠사슬 같은 것과 연결된 것인지 물결이 출렁일 때마다 바닷물에 닿은 부표의 녹슨 밑동이 기우뚱 흔들리며 보인다. 흔들리긴 해도 넘어지거나 떠다니지 않고 제자리를 지킨다. 저리 바닷바람에 흔들려도, 바닷물에 녹슬고 삭은 옆구리를 시리게 드러내고도 그래도 살아지는 게 생인가 생각한다. 부표 21. 명숙의 안식처다.” (204쪽)
미은, 선자, 태오, 경준은 바다에 뜬 부표와 먼 바다를 바라보며 명숙의 삶을 생각합니다. 분묘나 봉안당, 수목장 같은 장소에는 돌아가신 이가 그대로 있을 테지만, 해양장은 흩뿌려진 유골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릅니다. 아마도 그 바다 전부가 고인(故人)의 안식처가 된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해양장을 치르는 배에서 노래 ‘섬집 아기’가 흘러나옵니다. 만석동 굴막에서 굴을 까던 명숙의 노년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며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그 장소가 바다 위라서 명숙을 떠나보내는 정취가 다른 장례 풍경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집니다.



소설 ‘언제라도 안아줄게’ 표지.


인천 앞바다에서 해양장이 시작된 건 1995년부터라고 합니다. 그런데 해양장이 합법화한 건 올해 1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시행되면서부터입니다. 각종 미디어 매체에도 등장하며 당연하게 여겼던 해양장은 오랫동안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황이었습니다.
해양장은 육지 해안선에서 5㎞ 이상 떨어진 해양(환경관리해역과 해양보호구역 제외)에서 산분할 수 있는 장소 또는 시설을 마련한 장사시설에서 할 수 있습니다. 해양에서는 수면 가까이에서 골분과 생화만 산분할 수 있습니다. 저비용·친환경 장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산분장이 자연장의 한 형태로 인정받았으니, 인천에서도 더욱 활성화할 전망입니다.
해양장으로 바다는 많은 이들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1999년 10월30일 학생 547명의 생명을 앗아간 ‘인현동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유골도 인천 앞바다에 뿌려졌습니다. 유족들은 해마다 그날 해상 추모식을 지냅니다.
슬프기만 할까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그렇게만 명숙을 떠나보내진 않습니다. 배 위에서 또 다른 노래, 김연자의 트로트 ‘아모르파티’가 나옵니다. 이 곡을 요청한 선자는 이야기합니다.
“내가 이 노래로 틀어달라고 했다. 다들 그렇게 풀죽어 있지 말라고. 우리도 언제 갈지 모르는 인생이잖아. (중략) 그래도, 난 좋다. 이 바다도 좋고. 명숙이 살아서는 유람 한번 제대로 못해봤지만 마지막이라도 이렇게 한가하게 배를 타고 가니 얼마나 좋으냐. 봐라, 뻘건 해가 질라고 그런다. (후략)” (210쪽)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