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100억 원대 투자 사기 일당의 금고에서 압수한 5만 원권 다발. 인천경찰청 경찰 제공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금전적 이득을 미끼로 100억 원대 투자 사기를 벌인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조직 총책 A씨를 비롯해 36명을 구속하고 104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11개 조직 140명 중 73명에게는 범 죄단체 조직 혐의도 적용됐다.
A씨 등은 2023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인천 미추홀구, 경기 고양·시흥시에 투자 사기 콜센터를 차리고 254명을 속여 101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불법으로 입수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무작위로 전화를 건 뒤 "과거 로또 당첨번호 추천 사이트에서 손해 본 금액만큼 가상 코인으로 환불해 주겠 다"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피해자들에게 가짜 코인 거래소 링크를 보낸 뒤 회원 가입을 하면 보상금 명목으로 소액의 코인을 입금해 신뢰를 쌓았다. 그러고는 "보유 코인을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할테니 추가 구매를 하라"거나 "투자 손실을 복구해주겠다" "비상장 주식을 공모가보다 싸게 위탁 매수해주겠다"고 속여 타인 명의 통장(대포통장)으로 투자금을 받은 뒤 잠적했다.
이들은 콜센터 운영과 대포통장·대포폰 모집 등 역할을 세분화해 점조직 형태로 조직을 구성했고, 범죄 수익 은닉과 세탁을 담당하는 자금 세탁 조직도 운영했다.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사무실을 주기적으로 이전하고 가명과 메신저 비밀 대화방 등을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폭력단체 조직원 10명은 내부 행동 강령을 만들고 이를 어기면 폭행과 협박을 가하는 등 엄격한 통솔 체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았다.
경찰은 조직원과 그 가족 주거지를 수색해 현금 1억8,000만 원을 압수하고 검찰과 함께 피의자들 차량과 부동산 임대보증금 등 64억5,000만 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기소 전 추징 보전 조치했다. 확인된 피해 외에도 수십억 원의 추가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 모텔을 전전하며 도피한 일부 조직원이 마약을 소지하거나 투약한 사실을 확인해 마약류관리법 혐의로도 추가 입건했다"며 "해외로 도피한 조직원 4명은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해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자 admin@reel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