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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들을 이끈 게 아니라, 저들이 나를 이끈 거지.”
지난 9월 서울 종로구 놀(NOL) 서경스퀘어 스콘 1관에서 막을 올린 초연 창작 뮤지컬 ‘데카브리’(11월30일까지)는 이 한 문장으로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충성 아니면 불온”으로 갈라진 시대 속에서, 세 청춘의 신념과 갈등을 통해 자유와 양심의 의미를 묻는 이야기다. 정규원 작가와 김도형 작곡가가 처음 선보이는 작품으로, 이들은 한국콘텐츠진흥원 ‘2022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을 통해 발굴된 신예 창작진이다.
작품의 배경은 1825년 12월 ‘데카브리스트의 난’ 이후 검열과 탄압이 일상이 된 1830년대바다이야기주소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황제 직속 비밀경찰 미하일, 하급 정서원 아카키, 그리고 동료 수사관 알렉세이가 금서 ‘말뚝’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길을 택한다. 누군가는 체제의 충성을, 누군가는 인간의 존엄을 선택한다. 검열의 시대에 글은 위험한 무기이자 인간을 구원하는 언어로 그려진다.
‘데카브리’는 러시아 국민 작가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 오션파라다이스 다운
‘외투’를 모티프로 삼았다. 그러나 단순한 고전 각색을 넘어, 디지털 시대에 ‘글’과 ‘기억’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다. 빠르게 소비되는 정보와 단정적인 언어가 넘쳐나는 시대에, 한 문장이 사람을 움직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작품은 이 질문을 천천히, 그러나 단단히 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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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데카브리’ 공연 사진. 쇼노트 제공
음악은 서정과 긴장을 오가며 서사의 감정을 촘촘하게 끌어올린다. 절제된 선율 속에서도 넘버 하나하나가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고, 조용히 타오르는 감정선이 긴 여운을 남긴다. 과장된 선동 대신 낮은 목소리로 진심을 전하며, 순간의 함성보다 오래 남바다이야기 게임방법
는 울림을 택한다. 특히 ‘말뚝’을 읽는 장면의 합창은 억눌린 언어가 폭발하는 순간의 감정선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세 인물의 연기 앙상블도 인상적이다. 미하일 역의 손유동·정욱진·정휘는 냉철한 검열관의 이성과 흔들리는 양심 사이의 균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신주협·김찬종·홍성원이 맡은 아카키는 소심하지만 끝내 글의 힘을 믿는 인물로, 작품일오티비
의 윤리적 중심을 잡는다. 변희상·유태율·이동수의 알렉세이는 체제 속에서 의심과 각성을 거듭하며 현실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인물 셋의 관계는 선악의 대립이 아니라, 각기 다른 신념의 교차로 구성되어 있어 입체적이다.
‘데카브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혁명이나 영웅을 미화하지 않고, 인간의 신념과 언어의 힘을 세밀하게 조명한다는 데 있다. 글을 읽고 쓰는 행위가 감시의 대상이 된 시대, 그러나 그 속에서도 누군가는 기록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의 문장은 체제의 검열을 뚫고 인간의 양심으로 남는다.
결국 ‘데카브리’는 말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대한 구호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한 문장이라는 것을. 작품은 느리지만 날카롭게 ‘글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쇼트폼 시대’에 던진다.
뮤지컬 ‘데카브리’ 공연 사진. 쇼노트 제공
뮤지컬 ‘데카브리’ 공연 사진. 쇼노트 제공
뮤지컬 ‘데카브리’ 공연 사진. 쇼노트 제공
뮤지컬 ‘데카브리’ 공연 사진. 쇼노트 제공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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