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 자리한 트인 ‘ㅁ’자 형식의 운조루 마당 장독대 옆 목련이 하얀 꽃을 피웠다.
봄은 섬진강으로 올라온다. 이 강에 기댄 전남 구례에도 봄이 찾아들었다. 하얀 매화와 노란 산수유꽃을 시작으로 화엄사의 홍매화가 피면 운조루 고택에는 순백의 하얀 목련이 활짝 꽃잎을 연다. 운조루에 쌍산재·곡전재를 더해 ‘구례 3대 고택’으로 부른다. 옛 자취가 새겨진 너그럽고 포근한 풍경이 몸과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운조루의 나눔 정신 ‘타인능해’
바다이야기릴게임 조선시대 양반 가옥인 운조루와 곡전재는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 있다. 조선 영조 52년(1776년)에 낙안 군수를 지냈던 류이주(1726~1797)가 지은 400년 고택이다. 전라도 지역에는 ‘-’자 혹은 ‘ㄱ’자 형 안채가 많지만 운조루는 ‘ㄷ’자 형 안채와 ‘丁’자 사랑채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트인 ‘ㅁ’자 형식이다.
바다신게임 이는 류이주의 고향이 ‘ㅁ’자 형 가옥이 주류를 이룬 경북 안동이었던 데서 비롯됐다. 부속 채까지 아울러 흔히 ‘아흔아홉 칸’ 집으로 불렸으나 현재 73칸이 남아 있다. 집터는 710평 정도다.
국가 지정 문화재인 운조루에는 눈여겨볼 점이 여럿 있다. 인구에 주로 회자하는 것이 타인능해(他人能解·누구나 쌀독 마개를 열
릴게임야마토 수 있다)라는 글귀가 붙은 뒤주다. 가난한 이웃들이 주인 얼굴을 대하지 않고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눈에 잘 띄지 않는 지점에 놓아뒀다. 통나무를 잘라 속을 비워 만든 이 뒤주에는 쌀이 약 두 가마니 반 들어가는데 운조루 1년 소출의 약 20%인 서른여섯 가마니를 나눔의 용도로 썼다.
동서로 길게 늘어선 행랑채 서쪽 끝에는 가빈터가 있다
릴박스 . 시신을 모셔두는 곳이다. 전국 각지에 부음을 전하고 문상객이 장례에 참석할 수 있도록 장례 기간을 최대 90일 정도로 설정한 데서 연유한 시설이다. 조선의 지배 이념이었던 유학의 효 정신이 읽힌다.
운조루에는 선비들이 썼던 사랑채와 함께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던 안 사랑채가 있었다. 안 사랑채는 사랑채와 대등한 위치에 좌우로 배치됐다.
온라인릴게임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여성들을 위한 공간은 또 있었다.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부인들이 바깥 풍경을 내다볼 수 있도록 만든 다락이다. 다락에 오르면 오미마을이 마주하고 있는 오봉산이 정면으로 내다보인다. 오봉산은 높지는 않지만 다섯 개의 봉우리가 좌우로 길게 늘어서 정취가 흐른다. 다락 앞에는 현대의 발코니에 해당하는 좁은 통로가 설치돼 있어 운치를 더한다. 운조루의 굴뚝은 낮게 깔려 있다. 밥 지을 때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배곯는 이웃의 괴로움을 더하지 않도록 하는 배려였다.
사랑채에 딸린 누각이 운조루다. 도연명의 ‘귀거래사’ 시구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를 나오고(雲無心以出岫) 새는 날다 지치면 돌아올 줄 아네(鳥倦飛而知還)’의 첫 두 글자인 운(雲)·조(鳥)를 땄다.
이 고택 바로 앞에 곡전재가 있다. 1929년에 나무로 지은 전통 한옥이다. 6채 53칸 규모로 지어졌으나 5채 51칸이 남아 있다.
아름다운 자연 정원 속 쌍산재
마산면 사도리 상사마을에 쌍산재가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채, 사랑채, 사당 등 주된 건물이 바로 나온다. 짙은 대나무 숲 사이로 좁게 난 돌계단을 오르면 ‘비밀의 정원’에 닿는다. 넓은 잔디와 숲에 정원과 별서들이 배치돼 있다. 화려하지 않고 단아하다.
별채, 호서정, 서당채, 경임당 등의 별서 중 으뜸은 학동들을 가르치던 서당채인 쌍산재다. 쌍산은 이 집을 지은 선조의 호다. 1만7700㎡ 부지 위에 100여종의 나무와 풀이 자라고 있는 쌍산재는 전남 민간정원 5호로 지정돼 있다.
이 집에도 안채 옆에 춘궁기에 곡식을 채워두고 어려운 이웃에게 빌려주던 ‘나눔의 뒤주’가 있다. 가난한 이웃이 자유롭게 쌀을 꿔 가도록 구조를 만들었다. 쌀을 가져간 마을 주민은 빌려 간 양만큼 도로 갖다 놓으면 된다. 꿔 간 쌀이 돌아오지 못해 뒤주가 비면 주인이 채워 다른 이웃들이 쌀을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쌍산재의 살림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다. 자신들의 허리띠를 졸라매며 베풀었다.
마산면 사도리 쌍산재의 당몰샘이다. 마을 주민들이 물을 자유롭게 떠 갈 수 있도록 담의 위치를 안쪽으로 들여놨다. 샘 위에 ‘천년고리 감로영천’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당몰샘은 쌍산재의 샘이다. 7년 가뭄, 3년 장마에도 수위가 일정한 이 샘의 물은 맑고 깨끗할 뿐 아니라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샘은 원래 쌍산재 담 안쪽에 있었으나 마을 주민들이 물을 자유롭게 떠 갈 수 있게 담의 위치를 안쪽으로 들여놓으면서 담 바깥에 위치하게 됐다.
샘 위에 ‘천년고리(千年古里) 감로영천(甘露靈泉)’이라는 문구가 있다. 오래된 마을의 이슬처럼 달콤하고 신령스러운 샘물이라는 뜻이다.
구례=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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