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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5-1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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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ko Masubuchi
네오 소라 감독은 작품 속에서 사회적 혼란과 권력에 대한 저항, 그리고 청년들의 우정과 분열을 그리며 현재 일본 사회가 쉽게 표출하지 못하는 집단적 행동과 감정의 주식테마
동요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한국 관객들이 영화에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올해 2월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 뉴스를 포함해 한국 뉴스를 정말 많이 봤습니다. 일본에서는 그렇게 단시간에 많은 분들이 모여 뜨겁게 시위하고 목소리를 내는 문화가 잘 없거든요. 그런데 한국은 그런 것들이 굉장히 급등주검색
뿌리 깊이 내려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해피엔드’에서 그려진 상황이나 인물들의 감정에 한국 관객분들이 더 깊이 공감해 주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진이라는 거대한 재난과 AI 감시 체계로 대표되는 통제 사회를 배경으로 삼은 것은, 극한의 위기와 억압 속에서도 결국 가장 민감하게 흔들리는 것이 인간관계, 특히 청춘들의릴게임골드몽
우정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서로 다른 환경과 사상을 지닌 친구들이 사회적 균열과 이념적 갈등에 휘말리면서 자연스럽게 관계의 틈을 경험하게 되는 과정은 감독 자신이 직접 겪은 현실에서 비롯됐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지내던 청춘의 시간을 떠올리며 그때 느꼈던 감정에서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두 번째는 2011년핸드폰바다이야기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계기였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방학마다 일본에 돌아와 반원전 시위에 자주 참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정치적 문제에 대해 눈을 뜨게 됐습니다. 2010년대는 세계적으로 사회운동이 활발했던 시기였어요. 일본에서는 반원전 운동, 미국에서는 월가 점령 시위, 블랙 라이브즈 매터 운동, 트럼프 반대 시위 등이 한국주강 주식
이어졌죠. 저 역시 대학에서 이런 토론과 고민 속에서 친구들과 거리가 생기는 경험도 했고요. 그런 경험들이 이 영화를 쓰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네오 소라 감독은 일본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역사적 부채와 반성 부족에 주목했다.
"또 하나는 1923년 간토 대지진과 조선인 학살 사건을 떠올렸습니다. 일본 사회에는 난카이 대지진과 같은 대규모 재난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지진 이후 80년이 지났고, 역사적으로 100~150년 주기로 반복되어 온 만큼 언제 다시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있습니다. 만약 가까운 미래에 동일한 규모의 지진이 일어난다면, 과연 일본은 1923년 간토 대지진 이후 벌어진 조선인 학살과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일본인들이 과거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런 상황이 다시 벌어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계속해서 질문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사고 실험을 해보자는 것이 영화로 이어지게 된 또 하나의 계기였습니다."
학교 안팎으로 통제와 감시가 강화되는 계기가 된 상징적 장면, 코우와 유타가 교장의 스포츠카를 세워두는 장난은 한 편의 전설 같은 실제 일화에서 비롯됐다. 네오 소라 감독은 당시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이 장면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
"지인이 해준 이야기를 들은 게 계기였습니다. 중학교 시절 전설로 남은 선배 두 명이 있었는데, 어느 날 아침 학교에 가보니 선생님들의 차를 세워놨다는 거예요. 저는 차를 이렇게 세운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옆으로 세워놨더라고요. 오히려 그게 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 속 장면으로 만들었습니다."
교장의 스포츠카는 영화 속 푸른 색감과 대비되는 강렬한 노란색으로 등장한다. 권위적인 외형과 달리 유치하고 미성숙한 권력자의 내면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이 푸른 색감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강렬한 대비를 주기 위해 노란색을 선택했습니다. 또 교장이라는 권력자 캐릭터가 사실은 어린아이 같은 면모를 갖고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음악은 캐릭터들이 실제로 듣는 테크노 음악과, 시간이 흘러 과거를 회상할 때 느끼는 감정을 담은 배경 음악으로 나뉘어 설계됐다. 이는 청춘의 순간에는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아련함과 슬픔으로 떠오르는 과정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캐릭터들이 실제로 듣는 테크노 음악과, 30대가 되어 과거를 돌아보며 느끼는 감정을 담은 배경 음악을 다르게 사용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몰랐던 감정들이 나중에 돌아봤을 때 비로소 느껴지는 아련함, 우정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이 끝나고 느껴지는 슬픔 같은 것들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영화의 포문을 여는 클럽 장면에 실제로 등장하는 DJ 유스케 유키마츠는 언더그라운드 테크노 신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다. 그는 네오 소라 감독이 뉴욕 시절부터 팬으로 활동을 따라왔던 뮤지션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연은 자연스럽게 영화 속 캐릭터와 음악으로 이어졌다.
"뉴욕에서 살 때부터 유튜브나 영상으로 그의 음악을 많이 접했고, 일본으로 돌아온 후에는 라이브를 보러 직접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예술 영화를 보러 가면 자주 마주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인연이 닿았고, 각본을 쓸 때부터 유키마치 씨를 염두에 두고 캐릭터 이름도 넣어 썼습니다."
'해피엔드'의 처음 제목은 '지진'이었다. 그러나 편집 작업 중 가나자와 지역에서 실제로 큰 지진이 발생하자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고자 제목을 바꾸기로 했다. 오랜 고민 끝에 발음과 울림, 형태를 떠올리며 직감적으로 선택한 제목이 바로 '해피엔드'다. 거대한 세계는 이미 디스토피아로 붕괴됐지만, 주인공들의 작은 세계 안에는 여전히 우정과 에너지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이 제목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제가 상상력이 부족해서 제목 짓는 데 항상 고민이 많거든요. 직감적으로 발음과 울림, 형태를 생각했을 때 ‘해피엔드’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느꼈습니다. 이 영화에서 큰 세계는 이미 디스토피아로 끝나버린 세계지만, 주인공들의 작은 세계에서는 우정과 에너지가 존재하니까요."
영화 곳곳에 배치된 익스트림 롱샷과 멀리서 인물을 관찰하듯 포착한 구도는 서사의 크고 작은 스케일을 시각적으로 병치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옥상 장면, 스피커를 끌고 가는 장면, 유타의 어머니가 주저앉는 장면 등에서 멀리서 인물을 비추는 구도는 개인적 감정과 사회적 구조물 사이의 거리감을 강조한다. 여기에 정지 화면을 활용한 연출과 음악적 리듬을 더해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감각적 장면들이 완성됐다.
"롱샷을 사용한 데에는 솔직하지 않은 이유와 솔직한 이유,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솔직하지 않은 이유부터 말씀드리면, 서사 안에서 큰 스케일과 작은 스케일을 동시에 보여주고 싶었어요. 큰 스케일의 구조가 결국 작은 스케일의 이야기, 즉 캐릭터들의 이야기에 굉장히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걸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캐릭터들이 그 구조 안에서 같은 정도의 크기, 같은 정도의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으면 했습니다. 사실 솔직한 이유는, 제가 개인적으로 고가도로나 육교 같은 구조물을 정말 좋아합니다. 순환선 도로처럼 거대한 고가에 연결된 큰 볼트들이 있잖아요. 그 볼트 하나하나의 크기가 거의 인간 크기와 비슷한데, 그런 구조물을 보면 굉장히 매력을 느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저는 이 프레임 안에서 하늘을 잘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하늘 대신 거대한 건축물들과 구조물들이 계속 나오게 했죠. 큰 지진이 온다면 결국 이런 거대한 구조물들이 무너지겠지, 그런 상상을 하면서 장면에 반영했습니다."
영화에는 4대째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 한국인, 대만 출신이지만 능숙하게 중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인물, 졸업 후 미국으로 떠나려는 학생 등 서로 다른 정체성을 지닌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다양한 배경의 인물들이 한데 모인 이 세계는 일본 사회의 변화를 반영함과 동시에, 경계와 정체성의 문제를 질문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일본은 정말 빠르게 잘 변하는 나라예요. 2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조선을 포함해 모두를 천왕의 신민이라고 불렀죠. 그런데 전쟁에서 패배한 뒤, 외국인등록령을 발표하면서 일본 안에서 자국민과 외국인을 나누기 시작했어요. 외국인은 언제든지 강제 송환할 수 있는 카테고리에 들어가게 됐고요. 그렇게 보면 일본인이라는 정체성도 상황에 따라 쉽게 바뀌어 온 거죠. 저는 국가적 아이덴티티 같은 건 근본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국민이라는 정체성은 언제든지 연기처럼 사라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결국 우리가 인간으로서 어떤 정체성을 가질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 나라 국민이다'라는 아이덴티티는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저는 일본 여권을 가지고 있는 일본인입니다. 일본에 돌아가면 일본인 전용 얼굴 인증 게이트를 통과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합니다. 이런 차이라든가 문제만으로도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자체에 대해 여러 가지로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차기작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는 냉소가 만연한 시대일수록 가벼운 웃음 속에 더 깊은 질문을 숨길 수 있다고 믿는다.
"3~4개의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고, 그중 어떤 것을 먼저 할지 고민 중입니다. 공통점은 모두 유머러스하다는 점입니다. 세상이 점점 냉소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저는 유머를 잃지 않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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