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아래)과 그의 초판 폴란드어 책들. 위키미디어 커먼즈
스타니스와프 렘은 세상에 없는 책들에 대한 서평을 하거나 서문을 써서 책으로 냈다. 1971년에 나온 《절대 진공》에서는 세상에 없는 책들이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서평을 했고, 1973년에 나온 《상상된 위대함》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책들의 서문을 썼다. 우리나라의 번역본은 이 두 책을 한 권에 묶어서 나왔다. (스타니스와프 렘 《절대 진공&상상된 위대함》)
릴게임갓 절대 진공&상상된 위대함
그는 1921년 태어나 2006년 타계한 폴란드의 과학소설 작가로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SF 작가" 중 한 사람이며 "폴란드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다.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의과대학을 졸업하였으나 정식으로 의사가 되면 군의관으로 발령받아 소련에 끌
모바일바다이야기 려가 복무할 가능성이 컸으므로 일부러 졸업시험을 치르지 않았고 병원에서 잡역부로 일하였다고 한다.(옮긴이의 말)
이런 배경 덕분에 진화론, 수학, 공학, 천문학, 물리학 등 하드 SF에 필요한 최적의 지식을 갖출 수 있었고, 공산주의 체제에서의 검열과 억압을 우회하기 위하여 과학소설 작가가 되는 길을 택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책으로는 《
알라딘릴게임 솔라리스》가 있고 《솔라리스》는 타르코프스키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영화의 원작으로도 유명하다. 렘 자신은 두 영화 모두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절대 진공》의 서문은 《절대 진공》의 서평 형식으로 씌어졌다. "렘이 백과사전을 걸신들린 듯 읽어치워서 그를 흔들기만 하면 대수학과 수학 공식이 개미처럼 우수수 떨어진다는 것은 알려진
무료릴게임 사실이다."라는 부분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렘이 스스로 서평을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마지막에 이르러 "《절대 진공》은 존재하기를 원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루어지지 못한 꿈들의 이야기"라고 하면서 저자인 그 자신이 이 서평을 썼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한다. 존재하지 않는 책에 대한 서평모음집인 자신의 책의 시작을 여는 데
야마토게임 더 이상 적절할 순 없을 것 같은 방식이다.
《절대 진공》에서 서평의 대상이 된 〈아서 도브, '논 세르비암'〉은 "지적인 존재의 인공적 제작"인 페르소네티카(개인이라는 뜻의 페르소나와 창작이라는 뜻의 게네티카를 합성한 용어다)를 주제로 삼고 있는 가상의 책이다. 컴퓨터 속의 한 모듈이 원시적이지만 인격-체계를 갖춘 유형임이 우연히 발견되었다. 9년이 흐른 후 이 발견은 컴퓨터 사용자들이 표준적인 프로그램을 설치하여서 수학적 재료를 메모리에 업로드하면 페르노세이드가 그 기계적인 디지털 세계로 들어와서 식물처럼 생장하게 되는데까지 나아간다. 디지털 우주의 거주자들인 그들은 생각을 할 수 있고 언어를 소유하고 있으며 감정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미래에는 좀더 차원이 높은 언어를 창조해낼 수도 있을 것이라 예측된다. 그 언어는 연구자들조차 이해할 수 없는 언어가 될 것이다. '논 세르비암'은 '나는 섬기지 않을 것이다'라는 뜻이라는데, 인간세상을 은유한 것으로 읽히던 이 글이 지금의 시점에서는 인공지능이 결국은 어떤 형태로 발전해나갈 것인가를 예측한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절대 진공&상상된 위대함》에서 가장 특별한 글은 〈앨프리드 테스타, '새로운 우주생성론'〉이다. 이 글은 앨프리드 테스타라는 가상의 인물이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연설한 수상소감문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자신의 이론이 아체로풀로스의 '새로운 우주생성론'이라는 책에 얼마나 힘입고 있는지를 말하도록 하여서 실질적으로는 아체로풀로스의 책에 대한 서평처럼 읽히도록 구성되었다. 《절대 진공》의 서문에서는 테스타의 연설이 "농담치고는 거대한 과학적 주장을 담고 있어 너무 무겁다."고 했다. 테스타에 의하면 자연철학자였던 아리스티데스 아체로풀로스가 발표한 '새로운 우주생성론'은 "몇 겹으로 겹쳐진 우주라는 게임과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히 낯선 게임 참가자들이라는 아이디어"로 우주생성 신화를 말했다. 그러나 물리학을 의지의 작용과 통합하는 것이었으므로 과학과 종교 양쪽에서 모두 배척당한 아이디어였다. 서문에서 렘은 스스로 "내가 렘의 다른 책을 전혀 몰랐다면 이 작품이 30명의 비밀결사단, 그러니까 세상 전체의 물리학자와 그 밖의 상대성이론가들을 위한 장난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장난은 아닌 것 같다."라고 하면서도, 게임으로서의 우주라는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건 과학의 숭배자로서 그 변절자가 되는 것이어서 자신이 그 역할을 할 수는 없다고 발뺌했다. 일종의 시적 허용이라거나, '절대 진공'이라는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라는 형식을 취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했다.
폴란드 작가 스타니슬라프 렘. 위키미디어 커먼즈
우주가 변화해 가는 과정에서 생명이 탄생하여 진화해 나가는 것이 자연의 정상적인 질서라면 우주 공간에는 진화의 단계를 달리하는 외계인들이 관측되어야 하는데, 외계인 신호를 찾을 수 없고 '우주공학적 작업'의 흔적도 없는 것은 과학자들이 풀지 못한 수수께끼다. 과학자들은 여기에 '페르미의 역설'이라고 이름붙였다. 이 질문에 대하여 아체로풀로스는 오래 지속되어온 문명들은 사방에 존재하지만 감지하지 못할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말하는 자연의 법칙이라든가 물리학 자체가 그런 문명들의 기계라고 했다. 물론 '준비된 기계'는 아니며 완성된 기계도 아니다. 그리고 각각의 문명은 폐쇄된 환경에서 서로 고립된 채 발전하고, 다른 여러 물리법칙들과의 부딪침을 피하기 위하여 홀로 행동하며, 우연히 접촉하게 되더라도 '위대한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테스타는 아체로풀로스의 후임자로서 "물리학을 바꾸는 자는 그로 인해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이론에 도달했다. 우주는 무질서에서 시작하지만 문명의 첫 세대가 우주생성작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스스로를 변화시키게 되었으며, 혼돈이 증가하는 속도는 그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주가 그 물리법칙으로 인해 갈림길에 서 있고, 물리학도 일정한 변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전환 단계라고 했다. 그리고 스스로 급격하게 변화한 존재는 변화가 일어나기 이전의 과거에 대한 기억을 어느 정도 망가뜨리게 되며, 우주를 더 깊이 변화시킬수록 자신도 더 심하게 변하게 된다는 '기억의 단두대' 이론을 소개한다.
테스타는 우리 인류의 게임모델이 급진적으로 변화했으므로 우리 스스로도 급진적으로 변화되었을 것이지만, "인류가 어쨌든 별들을 향해 나아갈 거라고" 했다. 그러나 '기억의 단두대' 아래에서는 그때까지 진화해온 길의 흔적을 스스로 없애버리면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간 우리나라를 포함한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진화를 급격하게 역행해가는 듯한 이 모든 일들은 우리 스스로의 흔적을 얼마나 지우고 급진적으로 변화하도록 할 것인가.
참고 및 인용은 스타니스와프 렘 《절대 진공&상상된 위대함》, 옮긴이 정보라, ㈜현대문학 2025)
김영란 전 대법관·아주대 로스쿨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