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공원. 저자는 말한다. “기억은 책임이다. 기억은 우리가 다시 폭력의 시대를 허락하지 않기 위한 보루이다. 그것은 과거를 들춰내는 일이 아니라 불의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혜화1117 제공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 ‘제주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4·3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딱 이 정도만 알고 있었다. 제주도를 여러 번 갔다 왔지만 부끄럽게
바다이야기게임장 도 4·3에 대해서는 한 번도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올해 4·3을 앞두고 나온 책을 읽고 난 뒤, 갈 기회가 있다면 제주도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책의 출발점은 1992년 4월 1일, 제주도 동쪽 다랑쉬굴에서 발견된 11구의 유해가 세상에 공개된 날로 올라간다. 유해들은 1948년 12월 토벌대에 의해 희생당한 사람들
골드몽 이었다. 토벌대는 굴 입구에 불을 피워 연기를 불어넣고 입구를 봉쇄했다. 굴속에는 주민들이 연기에 질식돼 하나둘 죽어간 흔적이 남아 있다. 언론사 기자로 다랑쉬굴 내부를 취재한 저자는 당시 기사에서 “유골 1구는 굴 안쪽에 떨어져 있었으나 나머지 10구의 유골은 한데 모여 나란히 누워 있는 등 잘 보존된 상태였다”고 썼다. 기사가 나간 뒤 당시 희생자들의
릴게임5만 주검을 수습했다는 주민이 나타났다. 채진규였다. 그와 인연을 이어가며 4·3의 진실 속에 한 걸음씩 들어가고 있을 때 이명복이라는 사람의 존재도 알게 된다. 채진규는 무장대에 납치돼 산으로 끌려간 사람이었고, 이명복은 시대의 모순과 폭력에 맞서 스스로 산으로 들어간 사람이었다. 저자는 두 인물의 상반된 출발점과 닮은꼴 운명을 통해 개인의 선택이 시대적 폭력
릴게임바다이야기 과 국가 권력에 의해 어떻게 강요되고 무너졌는지를 추적하며 4·3이라는 사건을 조명한다.
1948년 5월 21일 이전에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에는 4·3의 또 다른 얼굴이 담겼다. 기마경찰 옆으로 지나가는 여인은 눈을 들지 않는다. 눈만 마주쳐도 죄인이 되던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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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생인 채진규는 일곱 살 때부터 한문 서당을 1년 정도 다니자 천자문을 줄줄 외울 정도로 영특했다. 일본에서 공장을 다니던 형들은 동생을 공부시켜야 한다고 간곡하게 아버지를 설득했다. 채진규는 일제 초등교육기관인 보통학교에 다닐 수 있었고, 졸업 후 오사카에서 야간에는 공부하고 낮에는 일하는 고학 생활을 이어갔다. 해방 직전 귀국한 채진규는 교사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꿈에 부풀었던 해방 공간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역사는 그를 평범한 가장이자 자식으로 남겨놓지 않았다. 무장대에 납치돼 산으로 들어간 뒤 모든 것이 바뀌었다. 토벌대의 눈에는 납치를 당했는지 자발적으로 올라갔는지 차이가 없었다. 산에 올라간 사람들은 모두 폭도였다. 채진규의 집은 모두 불탔고, 아내는 경찰에게 끌려가 총살당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고모까지 희생됐다. 그는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그와 이야기를 마친 저자는 “인간은 돌이킬 수도 없는 불가항력의 일을 당하면 마음속 깊은 곳이 칼로 베인 듯 고통의 심연을 이룬다”면서 “시간이 약이라고 하지만 그가 겪고 기억하는 그때 그 순간들은 과연 그럴 수 있는 일일까”라고 반문한다.
채진규보다 세 살 적은 이명복은 제주공립농업중학교 3학년 때였던 1947년, 친구의 권유로 남로당에 입당했다. 이듬해 퇴학당한 이명복은 경찰의 탄압을 피해 산에 올랐다. 이명복의 어머니는 아들의 행방을 대라는 모진 고문에도 끝내 입을 열지 않다가 처형당했다. 이명복은 1953년 24세의 나이에 제주를 떠나 밀항한 뒤 62세 일본 땅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제주에 발을 딛지 않았다. 식구들에게 언제나 제주도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제사나 식생활도 제주도에서 하던 방식을 고집했지만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지 못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 때문이었다. 저자는 꼬리를 무는 상념을 토해낸다. “제주 사람들의 꿈은 우리를 건드리지 말라고 우리끼리 평화롭게 살 수 있게 건드리지 말라는 게 전부가 아니었을까. 두 번 다시 고향 땅을 밟지 않은 채 일본의 하늘 아래서 살아갔던 이명복의 심정도 그렇지 않았을까.”
저자는 4·3을 “인간의 존엄이 짓밟힌 자리에서 인간다움을 회복하려는 처절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일제의 식민지 수탈에 맞선 제주 해녀들의 항일 항쟁에 참여했던 한 할머니에게 저자는 물었다. 일제 강점기와 4·3, 어느 때가 더 힘들었느냐고. 할머니는 고민 없이 4·3이라고 답했다. 다른 나라도 아닌, 믿었던 조국의 배신은 할머니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자 씻지 못할 상처였다. 저자는 책을 통해 “그날의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이 섬이 겪을 고통이 또 다른 왜곡과 침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침묵하는 4·3이 품고 있을 어둠의 한쪽 끝이라도 비추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것이 비극의 역사를 통과해온 이들에 대한 산 자들의 최소한의 예의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제주 4·3평화문학상 논픽션 부문 당선작이다. 책이 제주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4·3의 내부로 독자들을 안내한다면 함께 나온 ‘4·3, 아카이브로 본 역사’는 주관적 판단을 걷어내고 미 군정 문서와 외교 전문, 희귀 사진 등 1차 사료를 통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 뜨거운 체험과 함께 차가운 기록은 서로를 보완하며 4·3의 입체적 실체를 완성한다.
⊙세· 줄· 평………………★★★·미안한 만큼 기억해야 한다·국민을 건드리지 말라·저자의 집념을 존경한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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