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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인간에게도 먹여서 증명할 수는 없지만, 나는 개밥도 잘한다. 장이 예민해 툭하면 설사하던 18㎏의 바싹 마른 개가 가슴 근육이 두꺼운 25㎏의 대형견으로 벌크업한 건 8할이 내가 만든 밥 덕이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빠르게 살찌우는 덴 쌀만 한 게 없지
3년 전 보호센터에서 내 품으로 도착한 추정 나이 세 살의 포인터는 왕성한 식욕과 형편없는 소화력의 소유자였다. 센터 시절 그의 이름은 ‘안톤’이었는데, 나는 그에게 ‘무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새로운 삶을 약속했다. 그러나 새 이름과 새집과 새 밥을 준다고 그가 바로 변하는 건 아니었다. 그는 계속 앙KODEX삼성그룹 주식
상했다. 먹는 족족 뒤로 싸거나 앞으로 토해내고는 여전히 홀쭉한 채로 다음 밥 앞에서 눈을 빛냈다. 개에게 밥 먹이기가 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았다. 유일한 차이라면 그 독이 끔찍하게 귀엽다는 정도일까. 보호소에 있을 때부터 아무리 먹여도 살이 오르지 않아 속을 썩이는 개였다고 했다. 동물보호센터에서 활동가들은 견사에 들어가 개와 함께 잠자며 사회화를파칭코종류
돕곤 하는데, 안톤에게는 그러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안톤의 견사는 잦은 설사와 오줌으로 늘 더러워 누울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무늬가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건 병원에서 추천하는 위장 질환 특화 사료뿐이었다. 무늬는 그 밥을 그다지 즐기지 않았다. 병원 밥이 싫은 건 개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인 걸까? 내가 개엄마가 됨을 축하하는 사에스피지 주식
람들이 보내준 간식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건만, 여러 음식을 먹이며 취향을 찾아가는 재미는 한참 누릴 수가 없었다. 어렵사리 배탈이 멎고 일반 사료를 먹을 수 있게 된 뒤에도 통통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개 때문에 속을 썩이다가 하루는 동물병원 원장님에게 물었다. 대체 무엇을 먹여야 살이 오르나요? 원장님 대답은 이랬다. 역시 쌀이죠. 장기적으로 먹이면 문제옵션투자전략
가 되겠지만, 빠르게 살찌우는 덴 그만한 게 없어요. 무릎을 탁 쳤다. 그렇구나! 살찌우는 덴 역시 쌀이구나. 갑자기 쌀이라는 이름부터가 믿음직하게 느껴졌다. 쌀은 살 곱하기 살이라서 쌀이구나!
지금처럼 펫푸드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훈련사들 또한 새끼를 낳은 개, 아프고 약한 개에게 쌀과 북어로 끓인 죽을 먹였다고 한다. 황태죽을선물계좌
사료에 더해주자 과연 개가 쑥쑥 자랐다. 처음에는 쌀과 황태만 들어간 죽을 찹쌀풀처럼 곱게 갈아 먹였고, 배가 튼튼해진 다음부터는 잘게 다진 양배추, 당근, 브로콜리, 렌틸콩, 감자 등을 섞었다. 큰 개를 만들고 싶어서 매일매일 개밥을 만들고 산에 올랐다. 건강한 개의 증거는 빵빵한 뒷다리라는데, 아무리 봐도 무늬의 뒷다리에는 근육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기를 3개월쯤 지났을까. 어느 날 친구가 찍어준 사진을 보는데 그 속에 웬 캥거루가 하나 있는 것이다. 믿기지 않아서 내 옆에 앉은 개와 사진 속 근육견을 번갈아 보았다. 그제야 무늬가 마른 개에서 벗어난 지 한참 됐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었다.
배앓이하거나 입맛 없어할 땐 ‘황태죽’
이제 나는 그에게 간식을 아주 엄격하게 준다. 원물에서 형태가 여러 차례 변한 간식은 잘 사지 않고, 잘 검증된 사료로 간식을 대체할 때도 많다. 그렇다고 생식과 화식을 공부해 완벽한 반려견 식단을 만들어나가는 부지런한 보호자는 못 된다. 펫푸드의 세계를 구경하다보면 개가 얼마나 다양한 고기를 먹을 수 있는지 알게 된다. 토끼, 사슴, 오리, 메추리, 캥거루, 말, 코끼리은상어. 한번은 자주 들르는 반려견용품 가게에서 악어 육포를 사은품으로 준 적도 있다. 악어…? 신상 간식 앞에서 펄쩍펄쩍 뛰는 개를 보자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너, 악어 이길 수 있어? 악어랑 한판 떠서 정정당당하게 잡아먹을 수 있겠어? 혹여나 이 개가 악어를 만난다면… 아무리 헬스보이가 되었다고는 해도… 승산이 전혀 없을 거였다. 한입 크기로 동그랗게 뭉쳐진 악어를 개의 입에 쏙쏙 넣어주었다. 간식 봉지는 금방 동났다. 악어 고기는 알레르기를 거의 유발하지 않고 단백질 함량이 높으며 영양소가 풍부하다고 한다. 그런 좋은 고기를 내 개가 다시 맛볼 일은 없을 것이다. 나의 느슨한 개밥 쇼핑 원칙은 이렇다. 상상 속에서라도 만나는 게 어색한 동물은 가급적 그릇에 놓지 말자. 무엇보다 악어 고기의 가격은 무섭다. 악어보다 무섭다.
그러니 역시 황태가 고맙다. 지금도 무늬는 내가 가끔 황태를 손질할 때마다 즐거워한다. 물에 불린 황태를 잘게 뜯고 가시를 정리하는 내 옆에 와서 꼬리를 홰홰 친다. 무늬가 폭염에 배앓이하거나 사료 앞에서 유독 시큰둥할 때면 황태죽을 끓인다. 작은 선풍기로 죽을 식히노라면 개는 다리를 모으고 앉아 냄비를 뚫어져라 본다. 저게 자기 밥이라는 걸 한 치도 의심하지 않는다. 개의 코에 묻은 끈적한 밥풀을 보면 애틋한 기분이 든다. 아기일 때 먹였던 밥 같아서 그렇다. 황태죽을 다 먹은 개의 입에서는 고소하고 비릿한 냄새가 난다. 가끔은 이 개가 아기였던 시절을 내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 아깝고 또 아깝다.
개의 털에 고개를 박으면…
무늬는 이제 일곱 살쯤 됐다. 사람들이 개가 몇 살이냐고 물으면 예닐곱 살이라고 알려주면서 아저씨예요, 할아버지예요, 등과 같은 설명을 덧붙인다. 꽤 많은 사람이 깜짝 놀라며 뭐가 할아버지냐고 손사래를 친다. 내 개가 늙어간다는 사실을 굳이 내게 알리고 싶지 않다는 듯이. 큰 개는 나이를 빨리 먹는다고 건조하게 덧붙일 때도 있지만, 모든 개는 아기라는 타인의 친절한 믿음이 고마워서 대체로는 그냥 웃고 만다. 신기하게도 개를 키우는 사람이나 안 키우는 사람이나 약속이나 한 듯 널리 이런 말을 쓴다. “아직 아기네!”
물론 나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여러 번 있다. 그 흔한 인사를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무늬의 나이를 듣더니 곧바로 “이제 장년이구먼”이라 말했던 사람. 정말이지 드문 그 대답이 반가웠다. 그의 얼굴을 보자 어렴풋이 느껴졌다. 개를, 그것도 큰 개를 키워본 적이 있는 사람이구나. 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내 개의 머리를 얼마간 천천히 쓸어내리다 가던 길을 갔다. 나는 개를 먹이고 개는 자란다. 자랐으니 늙는다. 이 개의 건강함과 늙어감에 모두 내 손이 닿아 있음을 낯선 행인이 알아주어서 마음이 저렸다. 내 손으로 돌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개의 털에 고개를 박으면 고소한 냄새가 폐로 가득 들이친다. 가슴이 마구 부푼다. 어쩜, 나는 개밥도 참 잘하지….
안담 작가·‘친구의 표정’ 저자
*냉장고와 도마 앞에서 하는 생각들. 사라지고 나타나는 한 그릇의 음식에 대해 씁니다. 출출할 때 참고하세요. 4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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