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 MBC 제공
“연말연시 선물이 되는 콘텐츠를 하고 싶어요.” 지난해 8월 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던진 말이 씨앗이 됐다. ‘선물’이라는 단어에 꽂힌 김태호 PD는 상대가 모르게 도와주거나 몰래 편지와 선물을 전하는 비밀 친구 놀이를 떠올렸다. 이를 예능 프로그램으로 재해석한 콘텐츠가 바로 MBC에서 1일부터 방송 중인 언더커버 선물 전달 버라이어티 ‘마니또 클럽’이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테오(TEO)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 PD는 “처음부터 메시지에 중심을 두기로 했고, 의도에 공감한 사람들이 모인 것”이
바다이야기2 라며 “도파민보다 편안하게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마니또 클럽’을 소개했다. 그의 설명처럼 이 프로그램은 요즘 유행하는 서바이벌이나 장르물과는 거리가 멀다. 연예인 출연진이 서로에게 선물을 건네고 다시 그 마음을 모아 일반인 ‘시크릿 마니또’에게 응원과 행복을 전하는, 상대적으로 삼삼한 이야기를 담았다.
오션파라다이스예시 MBC '마니또 클럽'에서 배우 고윤정이 준비한 마니또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MBC 제공
프로그램은 전체 12회를 세 팀으로 쪼개 출연진을 바꾸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1기는 아이디어 제공자인 제니와 방송인 노홍철·이수지·
야마토릴게임 덱스·추성훈, 2기는 배우 고윤정·정해인·김도훈과 방송인 박명수·홍진경, 3기는 배우 차태현·박보영·이선빈·강훈과 방송인 황광희가 출연한다. 김 PD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선물 전달 추격전이나 화려한 캐스팅이 아닌, 마니또를 생각하며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 그 자체였다. “이 프로그램에는 자기 반성도 들어 있어요. 카카오톡으로 손쉽게 선물하는 데는 익숙하면서
백경게임 막상 직접 챙기고 싶은 사람에게 의미 있는 선물 고르는 건 잘 못하겠더라고요. 출연자들이 선물을 하기 위해 조사하고 찾아보다 마니또를 오래 알던 사람보다도 훨씬 많이 알게 되는 상황이 기뻤어요.”
프로그램의 진짜 주인공인 ‘시크릿 마니또’ 선정에도 각별히 공을 들였다. 1기의 시크릿 마니또는 선물을 가장 순수하게 기뻐해줄 초등학생, 2기
모바일바다이야기 는 ‘선배 마니또’로 사회 곳곳을 누비는 소방관이다. 김 PD는 “출연진의 유명세나 영향력을 최대한 숨기고 인간적인 능력으로 정성 어린 선물을 전해드리고 싶었다”며 “앞서 서로에게 선물을 주면서 보여준 마음 에너지의 총량이 시크릿 마니또에게 그대로 전달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MBC '마니또 클럽'에서 출연진이 시크릿 마니또인 초등학생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장면. MBC 제공
스타 PD의 신작인 데다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점을 고려하면 1%대 전국 시청률은 낮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김 PD도 “요즘 화제성 있는 콘텐츠와는 결이 달라서 허무맹랑한 시청률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아쉽긴 하다”고 했다. 하지만 “TV 시청률 자체가 다 합쳐도 예전 한 프로그램에 못 미치는 시대인 만큼, 결국 콘텐츠가 도화선이 돼 우리 삶에 어느 정도 녹아 들고 영향을 끼치는지가 지표보다 중요한 것 같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는 “회사(테오)에 장르물도, 연애물도 있지만 제 역할은 다양성을 위해 선한 콘텐츠를 해야 하는 타이밍이라 생각했다”면서 “이러다 흑화돼 다른 콘텐츠를 내놓을 수도 있다”고 웃어 보였다.
연말 설립 5주년을 맞는 테오의 수장으로서 시류의 끝이 아닌 선도적인 콘텐츠를 계속 고민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예능 PD에게 제일 큰 도파민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여는 것이라 생각해요. ‘무한도전 키즈’가 탄생하고, ‘흑백요리사’가 새로운 서바이벌의 시대를 연 것처럼요. 동시에 시류의 끝은 하지 말자고 생각해요. 그 원칙 안에서 다양성에 대한 도전은 누구나 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